▲ 낙태반대전국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법 폐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설문조사 하나가 태아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지난 14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 주요결과’에서 여성 75.4%가 현행 낙태죄(형법 269조 1항, 270조 1항)는 개정돼야 한다고 답하자, 일부 언론들이 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낙태죄 관련 사건에서 위헌 의견이 우세할 것이라는 보도를 하면서다.
여성 4명 중 3명이 낙태죄를 반대하니 헌재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낙태반대운동연합(낙반연)은 17일 “낙태죄 폐지는 설문조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다수결에 의해 태아의 생명을 결정할 수도 없다”며 “헌재는 생명의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설문조사의 주요 골자는 낙태죄 개정 여부가 아니라 낙태율이 10여년 전에 비해 대폭 줄었다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은 2005년 34만2433건에서 2017년 4만9764건으로 7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다.
보사연은 피임실천율 증가, 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설문조사는 이 외에도 여성 1만명 중 756명(7.6%)이 낙태 경험이 있으며 낙태의 주된 이유(중복응답)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33.4%)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31.2%)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인한 경우는 0.9%였다.
낙태 논쟁의 핵심은 여성의 선택 권리(여성권)와 아이의 살 권리(태아 생명권) 사이의 대립에 있다.
한국교회는 생명의 존엄성 차원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왔다. 신학적 이유뿐 아니라 현대의학적 증거 때문이다.
태아는 단순 세포 덩어리가 아니며 수정 순간부터 23쌍의 염색체가 완성된다.
성별 피부 머리카락 기질 지능까지 결정된다.
어머니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존 스토트 목사는 여성권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 선택을 하는 때는 수태 이전이지 이후가 아니다”라며 “일단 수태해서 임신을 하고 나면 그녀의 아이는 탄생 이전이나 이후나 독자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그의 책 ‘현대 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에서 밝힌 바 있다.
김현철 낙반연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낙태가 1년에 10건 밖에 없든 10만건이든 그 실태가 법적 판단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헌재는 생명의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 판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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