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에서 배를 타고 50분 정도 들어가야 닿는 섬마을 대모도에는 구멍가게조차 없다.
쉰 살에 목사 안수를 받자마자 이 마을 유일한 교회인 모도교회에 부임한 한정배(56) 목사 부부가 시작한 사역은 독특했다.
직접 재배한 콩나물과 손수 만든 두부를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매주 목요일에는 붕어빵 간식을 제공했고, 여름철이면 팥빙수를 만들어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갔다.
간단한 집수리는 기본이고 독거노인들에게는 매주 한 차례 반찬을 만들어 전달했다.
교회가 마치 ‘구멍가게’처럼 동네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준 것이다.
평균 나이 70대 중반의 동네 주민들은 “목사님이 고마워서, 교회 안 나가면 목사님한테 미안할 것 같아서” 교회에 발길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한 목사 부임 당시 18명이었던 등록 교인은 지난 14일 현재 33명으로 83.3% 늘었다.
교회가 속한 완도군 청산면 모서리 주민 수는 88명이다.
한 목사는 15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라창호 장로)가 주관하는 ‘2014 좋은교회상’ 시상식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을 받았다.
시상식이 열린 서울 구로구 중앙로 고척교회(조재호 목사)에서 만난 한 목사는 “섬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교회 자립이 어려웠고, 교역자들의 잦은 이동으로 교회가 주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섬김 사역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모도교회의 섬김 사역은 교육 분야로 확대됐다. 3년 전 ‘모도행복한학교’를 개교해 한글·노래교실을 연데 이어 지금은 초등학교 검정고시반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도교회는 교회 창립 36년 만에 ‘자립교회 선포식’을 가졌다.
한 목사 소속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는 연간 결산액 2000만원을 초과하면 자립교회로 전환토록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한 목사는 “은퇴할 때까지 우리 동네 주민들을 섬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기윤실의 ‘좋은교회상’은 4개 부문에서 8개 교회·단체가 수상했다.
저마다 지역사회를 섬기고, 다음세대를 키우며, 전도와 선교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는 곳들이었다.
인천 석천제일교회(최동주 목사)는 숭덕여고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면서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장애우 등 취약계층을 꾸준히 돕고 있다.
최초 장로교 선교사인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서울 서교동교회(우영수 목사)도 노인대학과 다문화가정 사역 등 폭넓은 지역복지 사역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을 함께 수상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탄은행을 설립해 에너지 빈곤층을 12년째 섬기고 있는 밥상공동체(허기복 목사)도 이 부문 특별상을 차지했다.
연탄은행은 현재 전국 31개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땅끝까지 전도하는 교회상’을 받은 제주삼양교회(정석범 목사)는 ‘핍박받는 크리스천 며느리’를 연상케 한다.
복음화율 5.7%에 불과한 제주지역에서 99년 전 ‘제주 선교의 아버지’ 이기풍 목사가 전도한 성도의 집에서 드린 예배가 삼양교회의 출발이다.
축호(가가호호 방문) 전도가 여의치 않은 지역정서 특성상 삼양교회가 집중한 선교지는 병원이었다.
제주대학병원에서만 11년 동안 전도팀이 상주하면서 복음의 열매를 맺고 있다.
같은 상을 받은 광주무등교회(진명옥 목사)는 1985년 창립 이래 13개 교회를 개척했다.
특히 소년소녀가장 주택마련사업 등 지역복지사역에 교회가 적용 중인 ‘팔길이 원칙’이 눈길을 끈다.
교회 관계자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보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교회학교 사역에 역점을 두고 있는 안산동산교회(김인중 목사)는 ‘다음세대를 키워가는 교회상’을 받았다.
‘대상’격인 참좋은교회상을 수상한 서울 동안교회(김형준 목사)는 지역사회 섬김과 교회운영 및 재정 투명성 등 전 분야에 있어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특히 동안복지재단을 통해 장애인·노인·아동복지시설 등 16곳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를 섬기고 있다.
기윤실 사회복지위 공동위원장인 조흥식 서울대 교수는 “심사 과정에서 섬김과 선교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음에도 드러내지 않는 교회들이 많았다”면서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흔들림 없이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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