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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들고 산을 넘는 자들의 발길 아름답고도 아름답도다 평화 전하며 복된 소식을 외치네….’
가스펠송 ‘복음 들고 산을 넘는 자’의 풍경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매서운 칼바람에 눈발까지 흩날리는 날씨 속에서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한 10여명의 성도들은 국내 최북단역인 경원선의 백마고지역(강원도 철원)으로 향하는 언덕을 넘는 중이었다. 

콧소리로 찬양을 흥얼거리는 이들 사이로 몇몇은 조그만 목소리로 기도를 하고 있다. 

“남북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분열의 영이 사라지게 하시고 복음으로 통일되는 날이 속히 오게 하소서….”

월드와이드교회(박인용 목사) 성도 300여명은 8일 파주 임진각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휴전선 155마일을 걸어서 횡단했다. 

실제 도로로 따지면 300여㎞에 달하는 거리를 5∼30명씩 15개 팀과 6∼30㎞씩 구간으로 나눠 걷고 또 걸어 각각의 목적지에 이르렀다.

급변하는 북한 내부와 남북관계 정세 속에서 ‘복음 통일의 문을 열자’는 주제로 마련된 행사에는 학생부터 어른까지 전 교인의 3분의 1이 동참했고, 타 교회 교인들도 합류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10시30분까지 연천 신탄리역부터 백마고지역으로 향하는 10㎞ 구간을 월드와이드교회 ‘서울목장’ 팀원들과 동행했다. 

참가자들은 매시 정각 걸음을 멈추고 북쪽을 향해 서서 복음통일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소리 내어 기도했다. 

9시, 10시… 등의 이른바 ‘정각 기도’는 15개 구간 참가자들의 공통된 약속이었다.
오후 2시, 300여명의 참가자들은 목표구간 도보를 마친 뒤 차량으로 집결지인 철원제일감리교회(이상욱 목사)에 속속 모였다. 

1905년 설립된 이 교회는 6·25전쟁 당시 무너졌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결의로 63년 만에 복원돼 지난달 19일 첫 예배를 드린 유서 깊은 교회다.

교회 2층 본당에 모인 300여 성도들은 만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힘차게 찬양했다. 
이어 민족의 복음통일을 위해 또 다시 기도의 불꽃을 모았다. 

박인용 목사는 “통일은 시대적 과제이며, 민족통일의 문은 영적으로 열려야 한다”면서 “오늘 우리가 두 발로 밟은 휴전선 155마일은 복음통일로 향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월드와이드교회는 이미 지난해 백두산과 한라산 정상에서 각각 기도회를 개최했다.
도보 기도회는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듯 했다. 

어머니와 함께 길을 나선 이정언(17)군은 “그동안 통일에 대해서 한번도 진지하게 얘기해보거나 기도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왜 남북통일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뇌출혈로 6년째 왼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안수근(57) 집사도 1㎞구간을 아내와 함께 걸으며 복음 통일에 대한 염원에 힘을 보탰다.

타 교회에서 동참한 강수아(목장교회) 사모는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과 복음통일을 위해 애통하는 심정으로 기도하며 걸었던 오늘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복음통일의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통일기도운동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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