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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죠?”


해마다 구세군 자선냄비에 거액을 기부한 익명의 천사 ‘신월동 주민’이 남긴 말이다. 구세군 자선냄비 본부는 서울 명동 입구에 설치된 자선냄비에서 1억원 짜리 수표와 자필편지가 든 봉투를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봉투에는 ‘신월동 주민’이라고 적혀 있었다.


22일 저녁 현장에서 자선냄비 모금을 했던 최수진 사관학생(신학생)은 “오후 7시 40~50분 쯤 팝페라가수 이사벨이 모금을 위해 공연을 하면서 사람들이 몰려 시끌벅적할 때, 깔끔한 코트 차림에 평범한 아버지 같은 인상의 60대 신사분이 자선냄비 앞으로 걸어오셔서 ‘신월동 주민’이라고 씌여진 봉투를 건네시며 눈물을 글썽이셨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2011년에도 명동의 자선냄비에서는 거액의 수표가 든 봉투가 발견됐다. 지난해는 1억570만원, 그 전 해에는 1억1000만원이었다.


최씨는 “봉투에 쓰인 이름을 보고 혹시 해마다 오셨던 그 분이시냐고 여쭤보았는데, ‘맞다’고 하시면서 자선냄비 앞에서 한참 눈물을 흘리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노인은 목메인 소리로 “결혼한 두 딸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내가 오늘 자선냄비에 기부할거라고 말하고 왔어요”라고 말했다. 


두 딸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행인에게 부탁해 휴대폰으로 ‘인증샷’도 찍었다.


그는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었다. 


최씨가 미쳐 이름이나 연락처를 묻기도 전에 그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최씨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눈다는 감동 때문에 눈물을 흘리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구세군교회를 다니며 자선냄비 옆에서 종을 울렸지만, 그 분을 만난 것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은행에서 자선냄비를 열었을 때, 봉투 안에는 수표와 함께 편지도 발견됐다.


“어려웠던 시절 나라의 부흥을 위해 힘쓴 분들이 지금은 나이가 들어 병마에 시달리는 불우 이웃이라면 이분들이야말로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할 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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