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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중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체포된 이응봉.



장기 결석 중인 여중생이 사망한 지 11개월 만에 심하게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달에도 초등학생 최모군의 부모가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4년 가까이 냉장고에 보관해온 사건이 있었다.


경기 부천 소사경찰서는 3일 오전 9시쯤 소사구 소사본동의 한 단독주택을 압수 수색해 작은 방에서 이불에 덮인 채 방치된 여중생 이모(사건 당시 13세)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양의 친아버지 이응봉(48)과 계모 백모(41)씨를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 중이다. 

평소 이양을 폭행해온 혐의로 백씨의 여동생(39)도 함께 체포했다. 


이응봉은 경찰 조사에서 "계모 백씨와 함께 작년 3월 17일 오전 7시부터 5시간 동안 가출했다가 귀가한 딸을 빗자루와 빨래건조대 쇠봉 등으로 폭행했으며, 이날 저녁 7시쯤 숨진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와 백씨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범인은 유학파 목사와 계모


이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아버지 이는 부천 원미구의 한 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면서 신학대학교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국내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의 한 신학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강의를 들은 신학대 학생 중에는 그를 인상 좋고 농담을 곧잘 하는 강사로 기억했다. 

한 학생은 "농담을 개그맨처럼 잘해 학생들이 좋아했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도 "예의 바르고 선후배들에게 잘해서 이런 일을 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한 인근 주민은 "아내 백씨의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은 여러 번 봤지만 자녀와 함께 있는 건 본 적이 없다"며 "최근엔 집으로 맥주와 치킨을 시켜 먹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는 2007년 이양의 친모가 암으로 사망하자 2009년 지금의 아내인 백씨와 재혼했다. 

이후 이와 이양 친모 사이에 난 1남2녀는 뿔뿔이 흩어졌다. 


이양의 오빠(20)는 2012년 가출했고, 언니(18)도 독일에 있는 이의 지인 집에서 살고 있다. 

이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숨지기 전까지 3년간 계모 백씨의 여동생 집에서 계모의 어머니 등과 함께 지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숨진 막내딸이 함께 살던 아내 여동생에게 자주 맞았고 여러 차례 가출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방향제 뿌려가며 시신 방치


이양은 숨지기 이틀 전인 작년 3월 15일 가출했고, 16일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를 찾아갔다. 


이때 담임교사는 이양을 달래 아버지 이에게 보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인계된 지 하루 만에 숨졌다. 이와 백씨는 딸의 시신을 이불로 덮고 11개월 가까이 방치했다.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심하게 나자 방향제를 뿌리고 향초를 여러 개 켜놓기도 했다. 

이는 "기도를 열심히 하면 딸이 부활할 거라고 믿고 촛불을 켜놓고 기도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는 이양 사망 14일 뒤인 작년 3월 31일 집 근처 소사지구대를 찾아가 딸이 가출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양이 다니던 중학교 담임교사와 이양 친구들을 만나 탐문 수사를 벌였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이에게 세 번이나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이는 직장인 신학대에서 만날 것을 고집했다"고 했다.




◇또 장기 결석 아동 추적 과정서 발견


이양의 행방은 작년 12월 인천에서 11세 초등학생이 친부와 동거녀에게 2년 동안 학대당한 사건을 계기로 드러났다. 


경찰이 장기 결석 초·중생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면서 꼬리가 잡힌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이양의 친구 김모(14)양으로부터 "작년 3월 15일 (이양이) 가출한 직후 만났는데 손바닥과 종아리에 멍 자국이 있어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많이 맞았다'고 하더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양이 부모로부터 학대당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날 오전 이의 자택을 압수 수색해 시신을 발견했다. 


숨진 이양의 중학교 담임교사는 "이양이 학기 초부터 결석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딸이 가출했는데 돌아오지 않아 찾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목사인 데다 전화도 잘 받아 아이를 학대했을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글,사진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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