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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엔 유명한 소피아 성당이 있다. 

이 도시가 동로마 제국의 수도가 되면서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틴 황제의 아들 콘스탄틴 2세가 건축한 것이다. 여러 번에 걸친 화재로 소실된 적도 있으나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솔로몬의 신전을 능가했다고 생각하여 “솔로몬이여, 내가 그대에게 이겼다”고 외친 바로 그 성당이다. 

동로마제국의 상징이었던 이 소피아 성당은 동로마 제국이 오스만 제국에게 짓밟히면서 결국 그 영광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 1453년 5월 29일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가 이스탄불에 입성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바로 소피아 대성당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믿는 하나님은 없고, 알라만 존재한다”고 외쳤다. 

이날은 영광의 상징이던 로마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종말의 날이었다. 또 기독교 역사가운데 가장 치욕적인 날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동안 콘스탄티노플이라 불리던 도시 이름도 이스탄불로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는 중이다.

그날 성당 벽에 모자이크로 그려진 예수상과 성모상들은 모두 회가루가 뿌려져 감쪽같이 사라졌고 하루아침에 정교회 성당은 이슬람 회당인 모스크로 자취를 바꾸고 말았다. 우린 지금도 터키 방문길에 어김없이 모스크로 변한 소피아를 찾아가지만 십자가 하나 발견할 수 없고 횟가루를 베껴낸 곳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옛날 오리지날 벽화를 부분적으로 살펴보고 돌아올 뿐이다.

16~17세기를 지나면서 오스만 제국은 세계의 손꼽히는 강대국이 되었으나 세계 1차 대전에서 패배하면서 비실비실 힘을 잃기 시작했다. 드디어 623년간의 오스만 제국 통치에 종지부를 찍고 오스만 제국 후계국가로 들어선 것이 바로 터키 공화국.

이 터기 공화국 시대를 연 사람은 바로 무스타파 케말 장군이다. 터키 의회는 이 사람에게 ‘아타튀르크’란 칭호를 주자고 결의했다. 그래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로 불린다. 아타튀르크란 ‘국부’란 말이다.

그가 무슨 일을 했기에 ‘터키의 아버지’란 명예로운 칭호를 얻게 되었을까?

우선 복장 개혁을 시행하여 여성들의 복장을 해방시켰다. 과거에 금지되었던 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해 남녀평등교육을 시작했다. 이슬람력을 폐지하고 유럽식 그레고리력으로 대체했다. 일부다처제를 금지하고 일부일처제를 확립했다. 터키어의 아랍 문자 표기법을 폐기하고 로마자 표기법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했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꽁꽁 묶여있던 터키를 과감하게 해방하고 개혁한 사람이었다. 

이슬람주의 국가에서 세속주의 국가로 개혁하려던 그의 건국이념을 흔히 케말리즘이라고 부른다. 그 케말리즘에 따라 헌법상 이슬람을 국교로 한다는 규정도 없애버리고 정교분리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또 무슬림과 비무슬림과의 차별도 없앴다. 이슬람 공휴일인 금요일을 공휴일로 지내던 제도를 없애고 서양처럼 일요일을 공휴일로 실시했다. 성을 쓰지 않는 이슬람식 명명법도 없애고 모든 국민이 성을 쓰게 하면서 자신도 아타튀르크를 성으로 삼았다.

이같은 케말리즘에 분노한 이슬람주의자들이 공화정 수립이후 4번이나 쿠테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이 케말의 세속주의 전통을 부정하고 이슬람원리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가 다름 아닌 현재의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그래서 해외언론들은 터키의 쿠테타 세력은 군부가 아니라 바로 에르도안 정권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케말리즘을 신봉하는 터키 군부가 중심이 되어 지난 주 쿠테타를 시도했으나 6시간 만에 에르도안 정부군에 진압되었다는 보도를 읽었다. 수만 명이 무자비하게 총살되거나 쫓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쿠테타 진압과정을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세속주의 수호자 역할을 해 온 군부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는 결과를 가져왔고 에르도안 정부의 폭주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고 서방국가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에르도안의 대통령 궁전이 금딱지로 도배를 했다던 옛날 사담 후세인의 궁전은 “저리 가세요”라고 말해주는 동영상이 최근 공개된 적이 있다. 사치와 독재로 무장한 그가 이슬람 원리주의와 손잡고 터키를 옛날 오스만 제국시대로 돌려놓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렇게 터키 걱정을 늘어놓는 이유는 바로 그 나라에 수두룩한 기독교 성지 때문이다. 옛날엔 소아시아 혹은 아나톨리아라고도 불렸다. 

그 소아시아, 지금의 터키는 사도 바울의 선교의 발자취가 넘쳐나는 곳이다. 그의 고향 다소도 터키에 있고 비시디아 안디옥도 있다. 사도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살던 땅도 그곳이고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일곱교회도 그 나라에 있다. 초대교인들이 숨어살던 갑바도기아와 괴뢰메 동굴, 사도 요한이 환상을 본 밧모섬도 터키에 있다.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을 모두 손에 쥐고 정교일치의 이슬람 국가를 꿈꾼다면 그게 바로 시방 세계를 폭력으로 위협하고 있는 IS(이슬람국가)가 꿈꾸는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서방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으니 벌컥 겁부터 나는 게 아닌가? 

그 많은 기독교 성지들을 파괴하고 기독교인들의 순례길 마저 막아 버린다면 아아! 이 일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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