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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살기가 살벌하게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총질을 해 대는 바람에 이 나라가 무정부 주의 국가도 아닌데 도대체 이게 미국 맞아? 갑자기 미국 귀화 회의론까지 고개를 든다.


올랜도의 게이 카페에서 무차별 총격사건이 벌어진지가 며칠 전 일인데 이번엔 달라스에서 경찰관 5명을 포함하여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9.11 테러 이후 경찰관이 이렇게 한꺼번에 목숨을 잃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얼마나 사안이 시급했으면 폴란드에서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던 오바마대통령이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하는 일까지 벌어졌을까?


이번 사건은 루이지애나 주도인 베튼루지에서 흑인에 대한 백인경관들의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에 일어난 것이다.


왜 이런 흑백 인종갈등은 바람 잘 날 없는가? 누구 말마따나 흑인 노예들을 부려 먹은 역사의 죄 값을 지금 치루고 있다는 말이 맞는가? 이 나라에 사는 동양 이민자들은 흑백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것 같은 위기감만 느껴진다.


지난주 7월 4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아메리카는 탄생 240주년을 맞았다. 


독립초기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는 분열과 갈등의 역사는 존재해 왔다. 남북전쟁이 대표적이다. 

노예해방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이 대립되어 마침내 내전이 터지고 만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가? 60만 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전쟁이었다. 그것도 미국 본토에서, 더구나 같은 아메리칸들끼리 벌인 전쟁이었다.


그런 아픈 상처의 흔적 때문인지 흑백인종의 문제는 이 나라의 부끄러운 불치병이 되어 역사의 음지에서 아직도 곰팡이처럼 서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기네 나라를 두고 ‘헬조선’이라고 비하성 농담을 서슴치 않는 것처럼 이 아메리카 합중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헬아메리카’라고 누워 침을 뱉는다면 우리 후손들이 너무 불쌍해 보이지 않는가? 


아니 그들에게 너무 염치없고 미안한 일이다.


더구나 헬아메리카라고 절망하기엔 아직도 아메리카는 희망의 나라라고 나는 믿는다.

타임지가 지난 주에 발표한 통계를 보니 미국인들은 아직도 대단히 관대하고 너그러운 백성들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자선기관에 전달된 기부액수가 무려 3천7백30억 달러로 조사되었다. 


이 말은 하루에 적어도 10억 달러 이상을 아메리칸들은 좋은 일을 위해 도네이션하고 있다는 말이다. 돈이 아니라 자신의 금쪽같은 시간을 들여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도 게으르지 않다. 


지난해 6천2백60만 명이 적어도 한번 이상 자원봉사자로 봉사활동을 벌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자원봉사활동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솔트레익시티, 미네아폴리스, 세인트 폴, 밀워키 순으로 나타났다.


동성애 합헌 판결이 내려지고, 낙태 찬반 문제를 놓고 아직도 사회적 합의가 미뤄지고 있는데다가 무슬림 인구가 잰걸음으로 증가되고 있고 ‘가나안’ 성도들과 명목상의 그리스도인들이 급속한 증가추세를 보인다고 하자. 염려되는 현실이긴 하지만 결코 절망할 일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크리스천이 가장 많은 나라다. 


2억4천6백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2위가 브라질, 3위 멕시코, 4위가 러시아 순이다.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보고서가 발표한 숫자다. 그럼 무신론자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 단연 1등이고 일본, 베트남, 러시아, 그리고 독일 순으로 나타났다. 


무슨 숫자놀음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고 아직도 아메리카란 나라는 기독교를 빼면 시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조지아주 플레인스에 있는 마라나타 침례교회엔 금년 92세의 백발 할아버지가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고 있다. 


지난해 암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부르시면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었다며 의연하게 투병생활을 끝낸 후 완치되었다. 


지금도 그는 나이를 잊은 채 주일학교 교사직에 충실하고 있다. 

누구인가? 미국 제39대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다. 


대통령이 은퇴한 후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나라는 여전히 희망의 나라다. ‘헬아메리카’라고? 그건 아직 주제파악이 안된 오두방정일 뿐이다.


여름철 자동차 여행길에 오르면 수많은 타주 자동차 번호판을 만난다. 

그 번호판에는 그 주를 상징하는 다양한 대명사가 붙어있다. 


예컨대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골든 스테이트’다. 좀 돈 냄새가 난다. 텍사스는 론스타 스테이트, 좀 외롭게 느껴진다. 매사추세츠는 ‘더 스피릿 오브 아메리카’, 하와이는 ‘알로아 스테이트’, 커네티컷은 ‘컨스티튜션 스테이트’, 이런 다양한 번호판 가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번호판은 플로리다 번호판이다. 


‘선샤인 스테이트’라고 씌여 있다. 플로리다의 일조량이 많은 날씨 때문에 붙여진 대명사일 것이다.


그 선샤인을 플로리다가 아니라 아메리카에도 붙여보자. 선샤인 아메리카 . . . 날씨 때문이 아니다. 이 나라는 아직도 희망의 나라라는 믿음을 갖고 더불어 가꿔가는 햇빛 찬란한 미래의 나라가 되게 하자는 소원이 느껴지지 않는가?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희망의 끈이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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