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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요즘 뉴스의 단골메뉴는 그리스(Greece)다. 그 나라의 국가 살림이 쪽빡 찰 위기에 내 몰리자 유럽 사람들 끼리 똘똘 뭉쳐 잘 해보자고 묶어놓은 유럽 연합(EU)이란데서 목돈을 대준다, 못 대준다, EU에서 그래도 살만한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눈치를 보며 불난 집에 불 끄려고 덤벼들고는 있지만 그것도 효과는 미미한 모양이다.
크레딧 카드가 지갑에 있다고 외상으로 미친듯이 쇼핑을 하다보면 개인부도가 나듯이 국가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벌어들일 생각은 안하고 다른 나라에서 빚을 얻어서라도 펑펑 놀며 먹자판을 벌이면 부도는 뻔한 결론이다.
그리스의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하면 월스트릿은 물론이고 그래도 재테크한답시고 주식에다 소액 투자하여 ‘쨍하고 해 뜰 날’ 기다리고 있는 ‘개미’들에게도 갖은 미움을 사게 될 것이다.
그리스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신학교에 들어가면 누구나 이 나라 글을 배워야 한다. 아니 신학교에 가서 왜 그리스 말을 배워? 그뿐인가? 우리가 장사를 하다보면 쥬이시들을 보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인간들이라고 욕을 하면서도 그 사람들의 모국어인 히브리어를 신학교에 가서는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 이유는 홀리 바이블이 구약은 히브리어로, 신약은 그리스어로 쓰여 있기 때문이다.
신학생이면 성경 원문을 놓고 공부해야 그럴 듯 해보이기도 하고, 사실은 번역한 걸 갖고 또 재탕 번역을 해서 서예 작품으로 말하면 덕지덕지 개칠한 엉터리 번역본을 놓고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외치기에는 다소 겸연쩍은 면도 없지 않기에 그리스어를 배워서 성경을 좔좔 원문으로 읽어 내려가는 것이 모든 신학생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예배당 강대상에는 또 그리스어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알파와 오메가란 말이다. 주님께서 스스로를 알파와 오메가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알파는 그리스어 알파벳의 첫 글자요, 오메가는 꽁무니 글자다.  
그뿐인가? 사도 요한이 마지막을 보낸 밧모섬도 이 나라에 있고, 신약성경에 나오는 고린도역시 이 나라에 있다. 환락의 도시 고린도에 살고 있는 성도들이 걱정이 되어 사도 바울이 간절하게 써 보낸 편지가 바로 고린도 전후서다.
파르테논 신전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레오바고에서는 다신론에 빠져있던 그리스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유일하신 여호와 하나님 한분이라며 철학의 본고장 아덴에 와서 뻔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심정으로 철학적 변론을 서슴치 않았던 사도 바울의 전도 열정이 스며있는 곳도 바로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였다. 
한때 천하를 정복했던 알렉산더 대왕 때문에 신약성경이 쓰여 질 때의 그리스어는 세계 만국어처럼 널리 퍼져 나갔다. 그뿐인가? 민주주의, 올림픽, 문학, 희곡 등도 모두 이 나라가 원산지다.
그런 그리스가 왜 세계의 골치 덩어리로 곤두박질 한 것일까?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긴 해도 들은 풍어리를 종합하면 그 나라는 일은 안하고 덮어놓고 잘 먹고 잘 살려고만 애쓰는 소비성 무상 복지 때문에 판이 깨진 나라라고 보면 된다. 
그리스 노동 인구가운데 4명중 1명이 공무원이라고 한다. 공무원은 철밥통이다.
놀라운 것은 오후 2시 반이 되면 이 나라 공무원들의 하루일과는 쫑이다.
월급, 수당, 연금 등 받아낼 건 다 받아내면서 어떻게 하던 노동은 덜하며 쉽게쉽게 살아 보자는 심보가 판을 치고 있으니 지독한 생존경쟁으로 서슬이 시퍼런 세계 경제 시장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리스에 입국하면서 기분 나쁜 것은 자기네들은 절대로 급하지 않다는 천편일률, 무사안일, 천하태평주의가 이 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을 환장하게 만든다. 해운산업을 빼고는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변변한 기업체가 없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못 만드니까 대신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사방천지 공무원으로 넘쳐나고 공무원들은 창의성이나 경쟁력 같은 것은 접어두고 그냥 시간만 때우면서 나라에 의지해 살고 있으니 그 나라의 경제가 살아날 리가 없다.
소아시아를 거쳐 그리스를 경유하여 이탈리아를 왕래했던 존경하는 바울 선생님의 헌신적인전도 여행의 발자취가 묻어 있는 나라이기에 당연히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도 소중한 나라가 바로 그리스다.
인구의 90% 이상이 그리스 정교회에 속해 있어 개신교에 대해 삐딱하고 배타적인 면이 있긴 해도 사실 바이블 랜드를 둘러보려는 성지순례를 통해 세계의 기독교인들이 그리스에 갔다 주는 관광비가 적은 돈인가? 
그렇다면 그리스 국민들이여, 이참에 정신 차려 국가부도를 막아내고 기독교 유적지라도 잘 보존하여 관광수입이라도 더 올리도록 궁리를 하다보면 어디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그대들의 조상님이신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말씀하셨거늘 자신의 게으른 꼬라지를 회개하고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국민성 개조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아니 노조와 뒤엉켜 항의시위만 할 게 아니라 나라사랑 애국심으로 똘똘 뭉치는 민족 공동체로 거듭나야 하리라.
한국을 보라! IMF가 터졌을 때 어린아이 돌에 들어온 금반지를 장롱 속에서 꺼내 들고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한 마음이 됐던 백성들의 금 모으기 보도를 읽지도 못했는가?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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