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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기독교의 발전사를 사람의 성장기로 바꿔서 따져 본다면 기독교의 홈타운은 우선 팔레스타인 지역이다.
유년기는 지금의 터키나 그리스에서 보냈고 청소년기는 이탈리아와 유럽에서, 청년기는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에서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 장년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천주교와 불화가 생긴 개신교가 이혼도장을 찍고 별거를 선언한 후 바다건너 이주한 곳이 영국인 셈이다.
물론 영국에서도 천주교냐, 개신교냐를 놓고 피의 보복이 그치지 않아 ‘블러디 매리’도 생겨나고 ‘수장령’도 선포되긴 했어도 결국 개신교의 주류를 이루는 성공회, 장로교, 감리교 등 개신교의 대부분이 영국 산(産)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란 별명을 갖게 된 이유는 영국이 바다를 제패하면서 세계 구석구석을 식민지로 집어 삼키면서 나온 말일 것이다.
기독교가 세계 종교로 뜨게 된 것도 우선 하나님의 섭리가 개입되셨기 때문일 것이고 또 하나는 개신교가 청년기를 영국에서 보낸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아니 영국이 대영제국으로 부흥하면서 기독교가 그 덕으로 청년기를 맞이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봐서 영국 없는 기독교는 사실 ‘앙꼬 없는 찐빵’이었다.
그런 영국을 대표하는 방송이 바로 공영방송 BBC다. 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의 약자다.
세계에서 제일 큰 방송국으로 직원만 2만3천명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BBC의 위력을 실감한다. 미국에선 단연 CNN이 보도 채널로는 ‘큰 형님’처럼 군림하고 있지만 외국에 나가보면 어림없다.
CNN은 구경할 수 없어도 BBC는 어느 곳에서나 방방 뜬다.
전원으로 자동차 배터리를 연결해서 보는 베트남의 시골 깡촌 TV에도 BBC는 나오고, 아마존의 마나우스에 있는 트로피카나 호텔에서도 BBS는 나온다.
BBC는 1936년 개국된 세계 최초의 TV 방송국. 1998년에 지상 디지털 방송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 곳도 BBC다.
1년 예산만 해도 40억 파운드에 달한다.
이 BBC가 아주 난데없이 충격적인 선언을 하면서 서론이 좀 길게 잡혔다.
다름 아니라 그동안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는 BC(Before Christ, 그리스도 이전)와 AD(Anno Domini, 우리 주님이 오신 해)라는 현행 연대기가 지나치게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이를 더 이상 안 쓰겠다고 나왔다는 게 아닌가?
보통 성경을 선물로 전달하면서 우리는 흔히 ‘주후 2011년 10월 6일, 아무개 드림’ 그렇게  쓰는 경우가 많다.
그 주후란 바로 AD를 가리키는 말이고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역사인식이 아닌가? 
그런데 BC, AD란 구분이 비 기독교인의 마음을 거스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말 대신 ‘보편의 시대(Common Era, CE)’와 ‘보편의 시대 이전(Before Common Era, BCE)’이란 말로 연대기를 구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건 누가 봐도 ‘기독교 망신주기’라는 게 뻔히 느껴진다. 정교 분리가 어쩌고, 비 기독교인이 어쩌고, 정치적 중립이 어쩌고 하지만 결국은 기독교 깔아뭉개기로 보여 진다.
영국에 가면 헤깔리는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달러화가 아니고 영국 돈, 파운드 화를 써야 한다. 유로화보다도 파운드가 대세다. 미터나 센티 법도 통하지 않는다. 미국처럼 피트나 온스 법을 따라야 한다.
그게 다 제국시대의 산물로서 그 제국의 향수로 오늘의 늙어 힘빠진 영국의 현실을 달래기 위한 자위행위란걸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늙어지는게 서러워 이 참에 세상의 관심이나 끌어 보자고 BBC가 대표선수가 되어 엉뚱한 깜짝쇼를 하고 나오는 것인가?
이러다가는 하나님께서 일주일에 걸쳐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말도 비 기독교인들에게 거부감을 주니까 일, 월, 화, 수, 목, 금, 토로 나열되어 있는 일주일 제도도 일주일 가운데 금요일이 제일 신나는 TGIF 이므로 한 달 31일을 모두 금요일로 이름을 바꿔 버리면 어떨까? 아니 그 TGIF(Thank God, It’s Friday)란 말에도 God이란 말이 끼어 있으니까 그럼 모든 날을 일요일로 바꿔 버려? 그런데 모든 기독교인들이 일요일을 하나님 예배하는 날로 알고 있으니 일 년 내내 예배일이 되게 할 수도 없고 . . . . 
그러므로 BC와 AD를 CE와 BCE로 바꿔 버린다해도 인류 역사의 기준점은 여전히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란 점을 변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아무리 기독교가 영국에서 죽어가는 종교가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BBC마저 기독교를 우습게 여기고 이렇게 나온다면 이 싸가지 없는 BBC를 어찌한다?
그러나 흥분할 필요는 없다. 어디 BBC 뿐이더냐? 미국의 화폐에서 In God We Trust란 말도 없애자고 나오는 이 나라의 무신론자들도 버글버글한데 이런 때 일수록 오히려 흔들리지 말고 역사의 주관자이신 주님만 분명하게 바라보며 살라는 그 분의 간접화법을 읽어내기만 하면 ‘BBC의 안티 기독교’ 역시 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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