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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한국에서 보낸 지난 1주일의 날씨는 9월에 찾아오는 미국의 인디언 썸머는 “저리 가세요!” 였다.
하도 무더워서 밖에 나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벌써 늙어서인가? 서울 사는 사람들도 덥다고 아우성 인 걸 보면 꼭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다던가? 
서울의 여름은 정치 바이러스 때문에 더욱 무덥게 느껴졌다. 정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모두 열병을 앓고 있기에 체감 온도는 열불 수준이었다.
서울 사람들은 온통 정치에 목을 매고 사는 사람들처럼 보여서 얼른 그 불구덩이에서 빠져 나와야 신열이 가라앉을 것처럼 느껴졌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 인터넷 검색 일순위는 곽노현과 안철수였다.
곽노현은 좌파이자 서울시 교육감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좌파 진영 후보 단일화를 위해 상대에게 몇 억을 주었는데 준 사람은 ‘선의’라고 했고, 받은 사람측은 대가성이라고 말해 결국 받은 사람은 쇠고랑을 차고 감방에 들어앉았고 준 사람은 정치 보복이라며 버티고 있는 모양이다.
곽노현이 무상 급식을 외치자 무상급식은 결코 나라 망치는 일이라고 자신의 시장 직을 걸고 덤볐다가 서울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에 눌려 주민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하고 판정패를 당한 오세훈 시장이 먼저 링에서 사라지자 두 손으로 승리의 챔피언 벨트를 들고 링 네 귀퉁이를 한 바퀴 돌기도 전에 곽 교육감을 향한 후보 단일화 뒷거래 의혹이 터져 나왔으니 그의 입에서 정치보복이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한국에는 아주 잘난 사람들이 많다. 잘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면 하나같이 정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자랑스럽게 정계에 입문하지만 결국 종말은 정치보복이라고 침을 튀기며 검찰에 끌려갔다가 쇠고랑을 차는 게 순서처럼 보인다.
안철수란 분은 서울 대학교 교수라고 한다. 안철수 연구소장이라고 하는데 뭘 연구하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사라지자 너도 나도 “요때다!” 하고 시장직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좌파는 물론이고 부패와 무능 집단이라고 국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는 여당에서도 누군가 시장 후보를 내려고 애쓰는 판에 무소속 안철수란 사람이 혜성같이 나타난 것이다. 
인기투표를 했더니 안철수 교수가 1등, 나경원 의원이 2등, 3등은 한명숙 전 총리가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TV에 나와서 아주 까칠한 말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려고 애쓰던 박원순 변호사란 분도 서울시장에 도전 한다고 한다.
LA에 도착하여 들으니 안철수 교수는 서울시장 포기하고 박원순 변호사를 밀기로 했다고 한다.
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서울시장은 사양하고 이 참에 박근혜 의원의 대항마가 되어 대통령 후보로 까지 밀고 가겠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한다.
하여간 좀 인기가 있다하면 모두가 정치판으로 몰려간다. 그러니 유명한 라디오 앵커 손석희 씨가 “다 출마하면 소는 누가 키우냐?”는 말이 공감이 간다.
이러다가는 탈세 혐의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긴 했어도 여전히 연예 프로 최강자인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 씨, ‘나는 가수다’를 통해 가요계의 요정으로 떠오른 LA 출신 박정현 씨, 언변이라면 누가 그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싶은 도올 김용옥 선생도 서울시장으로 출마 하는게 아닐까? 그들은 모두 유명하니까?.    
서울 시장 한명을 보궐선거로 뽑아내는 일 때문에 온 나라가 여권과 야권, 보수 꼴통과 부패 좌파가 뒤엉켜 삿대질을 하며 편을 가르고, 언론까지 이성을 읽고 덤벼들어 이건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를 관람하는 것처럼 어지럽다가 마침내는 구역질까지 느껴지는 게 아닌가?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마이클 불름버그 시장이나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 시장을 뽑을때 미국의 민주, 공화당이 뒤엉켜 한국처럼 진흙탕 싸움하는 일을 보지 못했다.  
그래, 어서 빠져나가자. 이 무덥고 짜증나는 서울을 떠나 내 고향(?) LA로 가자.
정치 무풍지대 . . .  그래서 LA가 좋다. 그런데 요즘엔 미주 교포들에게도 투표할 권리가 생겼다며 여기저기서 생겨난 급조 단체들이 신바람이 나서 요동치고 있고, 한나라가 어쩌고 민주당이 어쩌고 자신이 한국 정계의 큰 동아줄이라도 잡고 있는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어 미주지역도 결코 정치 바이러스 살균 지대는 아닌 성 싶다.
혹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탄생된 어느 기독교 정당이 미주지역에도 무슨 끄나풀을 만들겠다고 서두르면 이민교회 목사님들까지 정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좌파, 우파 싸움판을 벌이면 이건 또 어쩐다?
한국 사람에게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이 정치 바이러스, 이 놈을 박멸하는 게 쉽지도 않고 그렇다고 함께 갈수도 없고  . . . .
안철수란 오르막길이 있으면 곽노현이란 내리막길로 종결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정치란게 그토록 달콤한 유혹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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