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gif

<조명환 목사>

 

영국에서는 5살 난 견공이 친절한 주인 덕에 1만 달러가 넘는 얼굴 리프팅 성형 수술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사람도 아니고 개 성형수술에 1만 달러라. . . . 미국에서는  치솟는 실업률에다 추락하는 증시, 요지부동 주택시장 때문에 모두 힘들어 헉헉대는데 개 성형수술에 5만 달러를 지불하다니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우스개소리지만 요즘 천국 정문에서는 예전과 다르게 교통체증이 엄청나게 심해졌다고 한다. 알아봤더니 얼굴 원본 대조시간이 길어져서 그렇다고 한다.
하도 얼굴을 뜯어고쳐서 모두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되니까 원본 대조 작업을 벌여야 하는 천국 문지기가 얼마나 짜증스러울까?
특별히 한국은 성형이라면 죽고 못 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들이나 아이돌 가수라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라.
똑같은 빵틀에서 찍어낸 얼굴처럼 한결 같이 피부색은 하얗고 얼굴은 계란형, 다리는 모두 베짱이 다리다.
배우나 가수들은 그렇다고 쳐도 정치인, 대학생, 전업주부, 건달, 직장인, 얼굴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성형을 염두에 두고 있고 돈이 허락하면 언제든지 얼굴을 뜯어고친다고 한다. 그게 사회적 한 트렌드가 되었다고 하던가?           
그런데 이같은 성형지상주의로 변해가는 세태 속에 한 여배우가 “성형 하지마!”라고 외치고 나온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영화 ‘타이태닉’에서 여자 주인공으로 나온 케이트 윈슬렛이다.
“성형으로 내 얼굴의 표현력을 잃고 싶지 않다”고 외친 그녀는 막가파 성형으로 원본은 사라지고 카피만 무성한 우리시대의 얼굴 시장에 성형 반대 연맹을 결성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영국출신 배우 엠마 톰슨, 레이첼 와이즈 같은 배우들이 여기 동조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들은 얼굴 성형을 통해 피부를 예쁘게, 얼굴은 동안으로 만들어 결국 60대가 30대로 보이고 싶어 환장한 성형 매니아들에게 점잖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얼굴로 먹고사는 세계적인 배우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으니 그냥 흘려들을 말은 아닌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연기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로 승부하겠다는 이들의 신념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하나님께서 주신 얼굴을 그대로 간직하며 흰머리가 되면 흰머리 그대로,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면 주름살 그대로, 검버섯이 생기면 검버섯 그대로의 얼굴을 가지고 늙어가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비싼 보톡스 주사를 맞아 얼굴 주름을 펴서 동안 얼굴로 뒤집어 놓는다 한들 그게 누구를 위함인가? 물론 예쁜 얼굴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는 연예계 셀러브리티라면 예외도 있겠으나 쓸데없이 얼굴에 칼을 대고 주사 맞는 것을 대망하는 성형 열풍은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미모를 가꾸는 일에 그리스도인들이라고 예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성숙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적어도 늙어가는 얼굴에 자신감을 부여하는 용기는 있어야 한다.
흰 머리와 검버섯이 수북하다 해도 내면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멋이 있어야 진정한 멋쟁이요, 건강한 그리스도인이 아니겠는가?
요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무척 어렵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죽을 쑤고 있는 것 같다. 저러다가 재선이 되기나 하려나? 우리가 어려우면 못사는 나라는 더욱 어렵다. 지금 아프리카의 식량사태는 매우 심각한 위기라고 한다.
지난주 우리 신문에 보도된 9살 소녀 레이첼 베크위드의 감동스토리는 우리 어른들의 마음을 울리고도 남는다.
지난 6월에 9살 생일을 앞둔 레이첼은 한 비영리 기관 모금 사이트에 “극심한 물 부족으로 아프리카에선 수백만 명이 다섯 살 생일도 못 맞고 죽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저는 차마 제 생일잔치를 못하겠어요. 제 생일엔 선물 대신 기부를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남겼고 300달러를 목표 삼아 기부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글을 남긴 후 한 달 만에 교통사고를 만나 레이첼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그 소녀의 아름다운 마음이 AP통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그녀가 모으려던 300달러는 100만 달러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 소녀의 마음을 읽고 기부에 동참한 사람들은 무려  2만 7천명. 이런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여전히 희망이 넘친다.
다섯 살 생일도 넘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헐벗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생일잔치를 포기한 이 소녀의 햇살 같은 마음에 비춰보면 주름살을 펴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으려고 여기저기 세일 광고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얼마나 추하고 부끄러운가?
금발보다 아름다운 백발은 얼마든지 많다. 동안 성형이니 보톡스 주사로 나이를 덮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부끄러운 욕심보다 세월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생은 참으로 아름답다.
얼굴 뜯어고칠 돈 있으면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 5살 생일도 맞지 못하고 죽어가는 지구촌의 불쌍한 아이 한명이라도 더 구원하자.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착한 소녀 레이첼 베크위드처럼.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