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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세계 복음주의 거장’이란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영국의 존 스토트 박사님이 세상을 떠나자 일주일도 안돼 한국의 하용조 목사님도 별세하셨다.
한국 언론에서는 ‘한국 기독교계의 큰 별이 지다’란 말로 신문 미다시를 뽑고 있다.
하 목사님은 영국에서 목회할 때 존 스토트 목사님을 만났고 그때부터 그의 가르침을 받아 목회하며 늘 그분의 가르침을 실천했다고 하니 그 분과는 특별한 관계요, 복음주의 거장이란 면에서 두 분은 동류항을 이루다가 거의 같은 시기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신 것이다.
이렇게 근본주의와 자유주의에 맞서 복음주의를 지켜온 위대한 영적 지도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시면 도대체 이 혼란한 지구촌의 기독교를 누가 지켜준단 말인가? 걱정이 앞서는 마음이 생긴다. 
나는 하용조 목사님을 딱 한번 만났다.
나는 세마나 참석자였고 그분은 세미나 주강사였으니 사실 만났다는 표현이 좀 거시기하기도 하다.
필자가 목사안수를 받고 개척교회를 하면서 생각한 것은 도대체 하용조 목사란 분을 알지 못하고는 본때 있는 목회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위기감에 빠져있을 때였다. 
온 누리 교회의 목회 프로그램을 몽땅 세계의 한인 목회자들에게 공개하는 ‘온누리 축제’라는 것이 열린 적이 있다.
그 광고를 보고 나는 부랴부랴 서울의 온 누리 교회를 찾아갔고 거기서 나는 하용조 목사님을 처음 만났다.
내 이름을 말하며 악수를 나눴지만 그분에겐 그저 스쳐가는 이름이었으리라. 호리호리한 몸집에 그의 미소는 우선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주었다.
그의 설교는 부드러웠지만 강렬하게 가슴을 때렸다. 설교를 들으며 마음이 뜨거워져 감동의 눈물을 흘린 적이 여러번이었다.
벌써 20여년이 훨씬 넘은 오래전의 일이다. 그 후 수많은 저서를 통해 나는 그분의 목회를 모방도 해보고 그 분의 설교를 베껴 먹기도 했다.
하용조 목사님 하면 온 누리 교회지만 사실 온 누리 교회를 아는 사람보다는 하용조 목사님을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분의 목회 아이디어가 교파를 초월하여 한국 교회의 보편화된 프로그램으로 정착된 것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은 미주 한인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우선 열린 예배, 구도자 예배, CCM, QT, 아버지 학교, 어머니 학교란 말 등이 지금은 여기저기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원조는 그 분 하용조 목사님으로 알고 있다.
그 온누리 축제에서 아버지 학교를 처음 배워 내가 목회하던 교회에 적용해 보았다.
그러니까 미주 한인교회에서 아버지 학교를 처음 연 것은 필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하용조 목사님의 수많은 업적가운데 아무나 생각할 수 없었던 2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두란노 서원과 CGN-TV를 들고 싶다.
이 두 가지 사역만 보더라도 그는 전 세계를 주님의 마음으로 품은 글로벌 비전 메이커였다. 
두란노 서원이 그 동안 찍어낸 수많은 성경과 신앙 서적들이 실어 나른 복음의 메시지의 무게를 그 무슨 계량기로 환산할 수 있을까? 위성을 통해 전 세계 다민족들과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생명의 말씀을 선포하는 CGN-TV 때문에 얼마나 많은 종족들이 변화되고 힘을 얻어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꿈꾸는 백성들로 변화되고 있는가?
‘월간 목회’ 박종구 목사님에게 요즘 읽을 만한 책이 뭐가 있나요? 그랬더니 “글쎄요. 이어령 교수의 ‘이성에서 지성으로,’ 좋은 책이에요.” 그래서 사서 읽은 그 책에서도 하용조 목사님은 등장했다.
한국 대표적 지성으로 존경받는 이어령 교수님을 주님 앞으로 인도한 분도 사실은 하용조 목사님이었다. 그뿐인가? 한국의 문화계를 주름잡는 수많은 연예인들에게 그리스도의 마음을 심어 그들로 하여금 문화전도사로 일하게 사명감을 심어준 이도 하 목사님이 아니었던가?
물론 ‘액츠 29’이란 그 분의 선교비전을 실천해가면서 여기저기 온 누리 교회 지 교회를 세우자 지역 교회들로부터 작은 교회 훌치기 수법이라며 비난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매 7년이 되면 교인들을 자기 교회에 붙잡아 두지 않고 복음을 위해 과감하게 떠나라고 선포하는 그 분의 목회 방침과 비교하면 교인 훌치기 전략이란 말은 어쩌면 떼쓰기 심보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목회는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외치던 하 목사님 . . .  목숨 걸고 하다 보면 뭐가 걸려도 걸린다고 강조하시던 목사님은 적당히 고액의 월급 받고, 건강 보험도 챙기고, 연금이나 쌓아두는 괜찮은 직업군으로 생각하여 좋은 교회 담임목사 빈자리만 안테나 뽑아 놓고 기다리고 있는 우리 시대 수많은 ‘월급쟁이’ 목사들에게 가슴 찡한 도전을 남겨놓고 돌아 가셨다.
“하나님을 위해 바쁘게 사십시오. 그렇게 마지막 말씀을 남기시고 돌아가신 하 목사님, 귀있는 자들은 그 말씀 오래 간직하며 주의 나라 위해 남은 생애 열심히 살아 갈 것입니다.  편히 가십시오. 목사님.”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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