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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생각만 해도 화가 난다. 도대체 싸워도 싸워도 이렇게 싸우는 민족이 지구상에 또 어디 있을까? 동서남북, 5대양 6대주 한국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어김없이 김치와 쌈박질이 있다. 너무 과장이라고? 정말 과장인지 한번 주변을 둘러보시라.
싸우는 한인회, 싸우는 교회 협의회, 싸우는 노인회, 싸우는 부인회, 싸우는 학생회, 싸우는 동창회, 싸우는 음악가 협회, 싸우는 미술가 협회, 싸우는 문인 협회, 싸우는 종친회, 싸우는 체육회, 싸우는 향우회, 싸우는 세탁소 협회, 싸우는 미용사 협회, 싸우는 식당협회, 싸우는 여행사 협회, 싸우는 부동산 협회, 아아, 더 열거해서 무엇하랴! 민망하고 부끄러운 마음뿐인 걸. . . .  세 사람이 모이면 협회가 있고, 협회 있는 곳에 싸움이 있고, 싸움이 있는 곳에 한국인이 있다고 생각하면 될까? 싸울 작정이면 왜 애당초 협회는 만들꼬?
툭하면 팔뚝 걷어 부치고 핏대를 올리며 덤벼드는 ‘싸움 챔피언’ 민족이 한국사람 말고 또 하나가 있다고 한다. 바로 아이리시(Irish)라고 한다. 몇년전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나는 그 나라에 반했다. “아! 목동들의 피리 소리들이 산골짝 마다 울려 퍼지고 . . . ” 그 노래를 떠올리며 목가적인 아일랜드 시골길을 여행하면서 나는 갑자기 낭만주의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욱하면 고함을 지르며 패를 가르는 게 그 나라 사람들의 기질이라니 겉과 속은 참으로 다른 모양이다.  
보스톤에 가면 아이리시 후예들이 많이 살고 있다.
NBA 보스턴 셀틱스 등짝에 그려있는 초록색 클로버는 바로 아일랜드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아일랜드 이민자 후예들 가운데 미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생되었으니 그는 누구인가?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다. 케네디 정치 가문의 배경에는 아이리시 이민자 그룹이 있다. 그런데 그 보스턴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꼭 싸움 잘 하는 한인 이민 사회와 동류항이라고 들었다.
보스턴에서 들으니 식당에 가면 잘 먹다가도 언성을 높여 떠들고 싸우다가 벌떡 일어나서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면 영낙없이 아이리시라고 했다. 순박하지만 단순 무식, 초강력 접착제 수준의 고집불통이 아이리시라고 한다면 우리 한국인들은 그들보다 고수일까? 하수일까?
눈을 돌려 기독교계를 살펴보자. 하나님과 인간의 화목을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선택하신 예수 그리스도와는 전혀 딴판으로 한국 교회의 대립과 분열은 세상을 뺨친다. 
마지막 단어는 같은 장로교회인데 그 장로교 앞에 붙은 예수교, 기독교가 갈라지기 시작하여 수십 타스 장로교회로 갈라져 있다.
어디 장로교 뿐인가? 한국의 감리교회 현실을 보자. 두 쪽으로 갈라져 마치 수채 구멍에 쳐 박혀진 모습처럼 처량하고 비참하다.
한국 교계의 최대 싸움 밭인 한기총은 아예 법원의 판결 방망이를 얻어맞고 실신상태로 누워 있는 꼴이다.
그나마 다른 데는 다 싸워도 세계 기독교 교회 협의회(WCC)에 가맹된 교단들끼리 만큼은 사이좋게 지내려니 하는 게 일반적인 기대감이다. 왜냐하면 WCC가 입에 거품을 물고 주장 하는 사명선언이 연합과 일치이기 때문에 그 서클에 속한 교단들 끼리 만이라도 “사이좋게 잘 지내세요”를 실천하는 줄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WCC가 대한민국 기독교 분열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은 한국 교회사를 통해 다 들어난 사실이다. 그런데  WCC 제10차 총회를 한국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하자 이는 ‘기독교 UN총회’요, ‘기독교 올림픽’이라는 수식어를 써가며 흥분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대한민국 보수 교단들이 들고 일어나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한국 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대회로 밀고가자는 포괄적인 준비태세는 일부 보수 교단의 반대로 무산되었으나 이미 소속된 교단들만이라도 잘 협력하여 선교사 파송 숫자에 걸 맞는 한국 교회 위상을 세계적으로 격상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게 이쪽 미주 한인교회들의 희망인 셈이다. 
그런데 WCC를 준비하는 기장, 예장 통합, 감리교, 성공회 내부에서도 또 싸움이 벌어진 모양이다.
보수교단으로부터 반대란 걸림돌에 직면하면서 내부결속이라도 잘 이루어져야 잘해도 본전 소리를 들을 판에 내부에서까지 싸움이 벌어졌다고?
WCC 본부에 총괄책임자를 선정해서 보내야 하는데 기장과 통합 측에선 유치활동에 공헌한 박 모 목사를 밀고, 감리교 측에서는 한국 교회 협의회 총무 김 모 목사를 미는 모양이다.
박 씨가 총괄이 되던, 김 씨가 되던 우리는 관심 없다. 제발 밖으로 싸운다는 소식은 새지 않게 보안에 신경 쓰면서 대회준비에 일치단결해도 시간이 촉박한 때에 이르지 않았는가? 좌우지간 한국교회 리더십 부재란 핀잔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
WCC 측에서도 한국에서 총회 열자고 결의는 해 놓고 지금쯤엔 후회막심이라고 한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리시 뺨칠 정도로 싸움을 일삼는 한국인의 기질 연구 조사가 미흡했다고 자성론이 일고 있지 않을까?
사실 그런 국제잔치 벌여놓고 슬그머니 챙길 것 챙겨보겠다고 자리싸움 벌이는 정치 목사들에게 놀아나는 WCC 총회라면 사실 열어봤자 뻔할 뻔자다. 기독교 올림픽이 아니라 한국교회 치부 올림픽이 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서기 때문이다.
제발 싸움질 좀 멈춰다오, 한국 교회여.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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