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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졸업시즌이 되니까 여기 저기서 목사 안수식이 열리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교단에서는 목회학 석사(M.Div.)이상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어야 목사 안수를 주니까 졸업하면서 그 자리에서 즉석 목사 안수식이 열리기도 하고 교단 총회가 열리는 곳마다 여기저기서 목사 안수식이 열리고 있다.
목사 안수식이란 결국 목회자가 되겠다는 사람의 소명(Calling)을 확인하고 이를 인정해 주는 예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하나님으로부터 목회자로 부름받은 것이 확실한지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가짜를 솎아내고 목사로서의 자격에 있어 학문적, 정신적, 육체적 결격사유가 없는 것을 확인하였으니 목사 자격을 부여한다는 의식이다.
사람들이 대신해서 안수식을 거행하는 것이지만 모두 하나님의 뜻을 위임받아 진행되는 성별되고 거룩한 예식임에 틀림없다.
목사 안수식이 열린다니까 제철 만난 메뚜기처럼 옷장에 고이 보관하고 있던 ‘박사 가운’을 찾아 걸치고 분주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목사 안수하는 곳에 끼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목사 안수식에 안수 위원이라면 대개 감리교의 경우 감독이나 감리사, 장로교에선 총회장, 노회장, 혹은 학장, 총장, 그리고 안수 받는 이를 길러낸 담임 목사 등이 머리에 손을 얹는 법이다.
그런데 목사 안수식이 열리는 곳을 좀 신경 써서 지켜보노라면 함량 미달 목사들도 수두룩해 보인다.
함량미달이란 다른 건 몰라도 어디서 목사 안수를 받았는지 도대체 출처가 불분명한 목사님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기 교단 목사 안수식이 열린다고 해서 이때를 이용하여 교세를 과시하겠다는 욕심으로 영화관 단체 입장 손님들처럼 안수위원들을 단체로 줄 세워놓고 목사 안수식을 거행한다면 이건 좀 하나님 앞에 민망한 일 아닌가? 
사실 개신교에서는 목사 안수자를 여러 명 세워놓고 안수식을 거행하지만 동방 정교회 같은교단에서는 오직 한명의 캔디를 위해서 목사 안수식을 거행한다.
목사 안수식 정원은 언제나 한명. . . 그러니 목사 안수식은 당연히 거룩하고 엄숙한 예식이 될 수밖에 없다.
캐톨릭 교회나 영국교회에선 목사 안수식을 엠버 데이즈(Ember Days), 즉 사계 재일(四季齋日-1년에 4회 3일 간에 걸쳐 있는 단식과 기도의 날)에만 목사 안수식을 거행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교단에 따라서는 집사 목사, 장로 목사로 나눠 안수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 장로교가 동성애자에게도 목사 안수를 줄 수 있도록 헌법을 고치자 한국의 예장 통합 측 목사들까지도 나서서 그건 안된다고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동성애자에게 목사 안수 준다고 교단이 문 닫는 것도 아닌데 그냥 줘 버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가 목사 안수가 아니겠는가?
생각 해 보자. 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거치면서 젊은 청춘을 거의 다 투자해야 한다.
의사는 인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자격을 얻는데 그렇게 생고생을 해도 우리는 당연하다고 믿는다.
가령 아스피린이 필요한 환자에게 환각제 주사를 놓거나 소화불량 환자를 보고 말기 암이니까 배 째자고 덤비는 의사가 있다면 이 세상 불안해서 살겠는가? 우리네 죽고 사는 문제가 의사 손에 달려있으니 확실하게 의사 자격을 따지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생각한다. 
목사도 마찬가지. 목사 안수를 받자마자 그는 결혼식, 세례식, 장례식 같은 예식을 집례 할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위임받는다.
안수 받은 목사가 일부다처제도 좋은 것이라며 한 남자가 여러 여자와 결혼하겠으니 결혼 증명서에 서명해달라고 하면 덮어놓고 돈만 챙기면서 수십장의 결혼 증명서에 정신없이 서명했다고 하자.
그 범법행위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의사가 육체를 고친다면 목사는 영혼을 고치는 직업이라고 생각할 경우 아무에게나 덤벙대고 목사 안수를 주어서 이 사회가 온전하겠는가?
오진으로 사람을 죽인 의사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를 가지고 금방 책임질 염려도 없고 대충대충 넘어가도 현행법에 걸리는 경우도 없으니까 목사 안수는 적당주의 사사오입식으로 넘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목사 안수란 걸 남발하는 교단이나 단체는 정말 없는가?
목사 안수를 받는 사람 편에서는 인생을 걸고 오랫동안 기도해오면서 금식까지 하면서 목사 안수의 순간을 기다려 오는 분들이 많다.
그러므로 안수식을 집례하고 목사 후보자에게 손을 얹어 안수례를 거행하는 분들은 안수 받는 자 보다 훨씬 더 경건하고 거룩한 모습으로 임해야 마땅하다.
어중이 떠중이 목사 안수 주겠다며 함량의심 목사님들 무더기로 모셔다가 안수식에 손을 얹어 달라는 그 속 보이는 전시 효과용 안수식은 교회를 더욱 우습고 초라하게 만든다.
목사 품귀 현상을 빚어도 좋다. 단 한명이라도 좋으니 목사 안수식은 품위와 정도를 따라 거룩하게 거행되어야 옳다.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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