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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요즘 한국에선 ‘나는 가수다’가 뜨고 있다고 한다. 나무 젓가락처럼 쭉 빠진 다리를 과감하게 노출한 후 평양 아리랑 축전의 매스게임을 보는 것처럼 일사 분란한 행동으로 춤을 추는 아이돌 그룹, 이게 가수인지, 전문 댄서들의 춤판인지 얼떨결에 구분이 안가는 젊은 가수들의 프로그램이 종횡무진 TV를 지배하자 한국 어른들이 식상했다던가?
하여간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이 나오는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거기서 “아차!” 하고 착안을 했는지 실력 하나는 끝내주는데 별로 조명을 받지 못하던 가수들을 요리조리 찾아내서 시합을 붙이는 유행가 경연대회가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소문이 하도 파다해서 나도 몇 번 구경했다. 언제 들어도 “저 사람은 천재야!” 그렇게 느껴지는 조성모, “야, 저런 노래가 있었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야 굉장한 가수네!” 소름끼치게 노래 잘하는 박정현, 들으면 가슴에 눈물이 가득, ‘한의 소리쟁이’ 백지영, 그리고 노래를 들으면 에너지가 200% 충전 되는 느낌의 윤도현 . . . 나는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자시 그로반, 비욘세 같은 미국산 가수들보다는 이런 국산 가수들의 노래가 훨씬 좋다. 미국 노래는 가사도 못 알아먹겠고 가슴에 접촉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한국 TV를 종종 보려고 한다. 고향 냄새가 좋아서다.
‘나는 가수다’가 뜨니까 ‘나는 아버지다,’ ‘나는 아줌마다(어쩔래?),’ ‘나는 엄마다,’ 별아별 자기 선언이 유행어처럼 떠돈다고 한다. 그럼 ‘나는 목사다’는 없는가?
주님께서는 성경에서 나는 누구누구라고 분명하게 자기 선언을 하셨다. 흔히 ‘I am Statement’라고 말한다. 나는 빛이다, 나는 진리다, 나는 길이다. 나는 선한 목자다, 나는 부활이다, 그렇게 자신을 확실하게 밝히신 것처럼 우리 시대의 목사들도 나는 목사다라고 정체성을 분명하게 선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주보 맨 앞장에는 담임목사 아무개라고 부목사 이름보다 굵은 크기로 인쇄되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그게 자기선언이다. 그러나 노래실력을 연마하여 내가 바로 가수라고 경연에 나서는 것처럼 자기 삶을 통해 나는 목사다 라고 선언하기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는 목사는 얼마나 될까?
하긴 겸양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존중하고, 보이는 죄보다 보이지 않는 허물을 놓고 늘 주님 앞에 회개하며 살아야 하는 목사로서는 사회적 직업 카테고리로 따지면 분명 ‘나는 목사다’ 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노라면 그렇게 소리치기가 주님 앞에 늘 무안하고 죄송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 목사란 직업이다. 목사란 언제나 영적이고 내면을 추구하는 인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수들이야 여기저기 얼굴을 들이 대고 나서야 인기도 얻고 광고 수입도 더 생기니까 딴따라 판의 생리란 것이 그러려니 해도 목사들이야 그럴 수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나도 목사라는 당연한 자기선언이 까딱 잘못하면 “너도 목사냐?”란 말로 쉽게 둔갑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항상 자신을 살피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직업군인 셈이다. 
사실 미주 지역에 살면서 “너도 목사냐?”라고 묻고 싶도록 행동하는 목사들은 너무 많다.
청빙 제의를 수락하고 알아보니까 월급이 형편없는 것을 알고 슬그머니 그 교회로 못가겠다고 발뺌하는 목사가 있다면 “너도 목사냐?,” 분란을 일으킬 무슨 ‘껀수’가 없을까 하고 교계 주변을 맴도는 건달 수준의 목사들에게도 “너도 목사냐?,” 돈 많은 장로라고 소문나면 그 사람 꽁무니 쫓아다니며 떡고물 챙기려고 속을 훤히 드러내 보이는 목사들에게도 “너도 목사냐?,” 교회가 좀 커진다고 생각되면 모든 일을 ‘아래 것들’에게 일임하고 교회 전화번호부 뒤로 꽁꽁 숨어버리는 은둔의 목회자에게도 “너도 목사냐?”란 질문이 필요하다.
아니다. 사실 이 말은 직통으로 내게 적용되는 말이다. 기껏 목회하겠다고 연합감리교 로이 사노 감독에게 목사 안수 받아 놓고는 기독교 주간지 한답시고 매일 컴퓨터 끌어안고 씨름하다가 광고주들에게는 굽실굽실 간이라도 빼어줄 것 같이 아부하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는 이놈, 저놈, 상스러운 말도 예사롭지 않게 뱉아내는 나 스스로에게 정말 물어야 한다. “너도 목사냐?”
그렇다. 이제 성령강림절을 앞두고 있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목사뿐만이 아니다. 너도 장로냐? 너도 집사냐? 너도 사모냐. . . 그런 진지한 물음 다음에 우리는 조심스럽게 주님 앞에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주님, 나는 목사입니다”라고.
이렇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목사들의 회개의 기도와 정체성에 대한 거룩한 내면적 성찰이 있기에 목사는 여전히 이 어두운 세상의 패스 파인더요, GPS가 아니겠는가?  
사실 까놓고 말해서 이 세상을 위한 공헌도를 따진다면야 조금 차원은 다르겠지만 어디 목사가 가수보다 못하랴! 그들도 난데없이 나는 가수다 라고 소리치는 마당에 목사인들 왜 머뭇거리랴! “나는 목사다!”라고.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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