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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성질 급하기로 유명한 한국 사람들이 물건을 사면 우선 사용 설명서나 조립에 필요한 매뉴얼(Manual) 따위는 무시하기 일쑤다. 급하니까 적당히 그림만 보고 우선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제대로 작동이 안되면 버럭 핏대를 올린다. “이거 불량품 아냐?”
매뉴얼이란 사용 설명서 혹은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매뉴얼을 무시하다가는 잘 생긴 물건도 박살내기 일쑤다. 비단 새 상품에만 매뉴얼이 중요한 건 아니다. 높은 산에 오르는 하이커들에게도, 바닷물에 들어가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도 필요하다. 화재가 났을 때도, 지진이 났을 때도 이 매뉴얼은 참으로 중요하다.
이번 일본의 지진 참사 생존자들 대부분은 “매뉴얼대로 했더니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물론 매뉴얼대로 여권, 집문서, 보험증서, 현찰 등을 늘 가방에 담아두고 여차 하면 들고 뛸 수 있도록 대비하며 살던 사람들도 순간적으로 달려든 쓰나미 앞에는 사실 속수무책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매뉴얼에 따라 준비하고 실천해 온 사람들은 대부분 불행 중 다행이었다는 것이다.  
아이티의 대지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전후 최대의 일본 지진 참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의 강진, 그런데 이번엔 백두산 화산 폭발설까지 나돌고 있으니 여기 사는 우리들도 여간 불안하지가 않다.      
불안 요인은 그 것 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선 새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과학자들은 농약문제라고 했다.
지난주 레돈도 비치에선 정어리 떼 수만 마리가 죽은 채 물위로 떠올랐다. 죽은 물고기를 퍼내느라 주민들이 땀을 흘렸다고 한다. 바다 속의 일시적인 산소부족이 원인이라고 했다. 
독재정권에 길들여져 잠잠하던 이집트에 느닷없이 민주화 시위가 벌어져 결국 무바라크가 하야했고 이번에 리비아의 카다피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잔인한 ‘인간 사냥꾼’이라 불리는 그에게 프랑스를 비롯한 다국적군이 토마호크 미사일에다 무시무시한 무인 폭격기 스텔스까지 동원되어 수차례 공격을 감행했다. 그 나라의 방공 시설을 초토화 시켰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미국은 슬그머니 대 리비아 전시상태에 진입한 꼴이 되었다. 고립된 가자(Gaza) 지구  무슬림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숨통 조이기 작전 때문에 이스라엘과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동향이 중동 전쟁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여기 저기 전에 없던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 지진, 쓰나미, 그리고 이제는 방사능 오염까지 쉴 새 없이 우리들을 위협하는 재앙의 뉴스가 주마등처럼 밀려오고 있다. 성경이 기술하고 있는 종말의 때와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정말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 온 것이 아니냐고 묻고 있다. 
헌데 종말 애기만 꺼냈다 하면 무조건 이단, 삼단으로 몰고 가려는 종말 두려움증, 아니면 종말론 기피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예수 안 믿겠다고 소리치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예수 믿고 구원 어쩌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종말이란 말만 나오면  위 아래로 째려보며 험상궂게 시비를 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생각해 보자.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확실한 인생 매뉴얼은 성경이다. 성경에서 종말이란 말은 수도 없이 등장한다.
초짜 그리스도인이라도 기독교의 역사관은 알파가 있으면 오메가가 있다는 것쯤은 대개 알고 있다. 그러니까 매뉴얼대로라면 종말은 믿어야 맞다.
그런데 강단에서 종말을 애기하면 무식하거나 좀 질이 떨어지는 목사로 취급받기 쉽고 그래서 요한 계시록이나 지구 종말을 예언한 성경은 아예 정경 66권에서 없어져야 할 책으로 덮어두고 목회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건 ‘딴 나라 책’이라고 접어두고 종말사상이나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사건은 신학적 사변으로 묶어둔 채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사건으로 가르치는 목사가 있다면 그게 진짜 이단 아니겠는가?
매뉴얼대로 믿고 실행해야 옳다. 정말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 졌는지도 모른다는 깊은 영적 분별력을 갖고 “노세, 노세, 젊어 노세”와 같은 세속적 허무주의가 아니라 영적으로 자신을 더 챙겨가며 스스로 회개와 변화를 결단하는 성숙함이 요구되는 때이다. 
우리는 지금 사순절을 맞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이 시대의 환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주제 파악이 필요한 것이다. 
매뉴얼을 외면하고 제멋대로 날 뛰다가는 모든 게 한방에 날아가는 수가 있다.
일본 쓰나미 참사를 지켜보면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힘이란게 얼마나 무력한 가를 눈물겹도록 지켜보았다. 
종말이란 말만 나오면 덮어놓고 입을 틀어막는 종말 포비아에서 벗어나서 매뉴얼에 따라 종말을 이해하고 마치 종말의 때를 맞이하듯 깨어있는 영적 각성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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