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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한국 기독교 총 연합회를 ‘한기총’이라고 줄여 부른다. 그 한기총은 다름 아니라 ‘한국 교회사에서 기필코 사라져야 할 총회’의 약자가 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배배 꼬아 비꼬는 말이다. 한국 보수교계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이 왜 이렇게 비난을 받고 있는가?
우선 1년 임기의 회장을 뽑을 때마다 표를 주는 사람들에게 마구 돈을 뿌려대는 것이 문제다. 한기총 회장직을 두고 선거시즌이 되면 몇 억, 몇 십억을 쓴다는 소문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다.
총대들의 주머니에 촌지라는 명목으로 슬그머니 유입되는 그 천문학적 돈의 출처는 물론 교회가 될 것이다.
돈 많은 장로들이나 성도들이 뒷돈을 댄다고 나서도 그건 담임목사 대외 활동비를 위해 내 놓는 성금이니 교회와 결코 무관할리가 있는가?
금년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었는데 그 회장이 엄청 돈을 뿌려 당선됐다며 이를 무효라고 외치면서 전직 회장이 나서서 자신도 부끄럽게 돈 선거를 치렀다고 양심선언을 하고 나왔다.
그러나 그의 양심선언 앞에 교계 안팎의 여론은 냉담하기만 하다.
직전 회장과 현 회장의 싸우는 모습이 그렇지 않아도 지칠 줄 모르고 추락하는 기독교의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한국 교계의 큰 어른들이 나서서 전 회장과 현 회장의 화해를 주선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이다.
결코 돈 뿌리지 않고 회장을 뽑아내는 일을 현명하게 찾아내지 못한다면 한기총의 능력이나 리더십은 더 두고 볼 일도 아니다.
사라져야 할 저급한 수준의 감투 싸움터로 그냥 무관심하게 방치 당할 수도 있다. 
미국에 살다보니 돈 문제 말고 한기총이 왜 이리 시끄러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지난해 예장 통합에서 회장했으니 이번에는 합동측이 되는 게 순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는지 합동 측에서 회장이 나오긴 했다.
한기총이란데가 통합과 합동이 돌아가며 감투를 독식하는 장로교의 나눠 먹기 판은 아니지 않는가? 다른 쓸 만한(?) 교단들은 “그럼 당신들끼리 잘 해 보시유”라면서 NCC 쪽으로 빠져 나가서인지는 잘 모르지만 우선 모양새는 그렇게 보인다.
한기총의 포괄주의를 문제 삼는다면 그런 장로교단 편향성 외에도 해외 한인 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세계 선교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위해 미주 지역 한인교계에서 공동회장이나 부회장 정도는 나와야 격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다. 지난 2010년 한기총의 문제는 산하 이단 사이비 대책 위원회가 이단으로 판정받아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이단 세력들에게 이단 해제 완장을 달아준 일이다.
이단들의 속성상 얼마나 집요하게 로비에 힘쓰고 무언가를 들이댔으면 이대위 사람들이 숨 먹어 갈 듯이 임기 막바지에 이단 해제를 결의하고 나섰을까?
이대위에서 이단해제를 결의하자 어찌되었는가? 발끈한 여러 교단에서 반대성명을 들고 나오는 등 불똥이 만만치 않자 급기야 이단 대책 위원회가 해체되는 창피스러운 꼴이 연출된 것이다.
한기총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사명은 각 정당들의 대표가 새로 뽑히면 조용히 찾아 와서 어쩌고 저쩌고 정치적 발언 몇 마디를 주고받고 사진 찍는 상견례 자리가 아니라 이단으로부터 한국 교회를 지켜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판정하여 교류불가를 선언한 이단에게 그처럼 쉽게 면제 특권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이 성급한 이단 해제 문제로 전직 회장의 모든 것이 불신임당하는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금권선거 끝 장 내자며 양심선언을 외치고 나와도 이단문제를 그 꼴로 만들어 놓고 무슨 양심선언? 바다 건너에서 판단해도 그런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 살면서 한기총은 이래라 저래라 주문하는 것이 좀 우습게 보여도 이단 문제만큼은 이곳 한인교회들도 이대위의 결의를 존중해 오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이젠 한기총 이대위도 아니올시다”로 돌아서는 것 같다. 
회장에 당선된 길자연 목사님도 취임 일성이 “한기총에 들어와 있는 마귀의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 이단을 받아들이는 행위는 한기총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긴 해도 이젠 한기총이 너무 줏대 없이 갈지자를 그리며 오고 가니까 혼란만 가중시키고 더 이상 기댈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에겐 미기총, 미주 기독교 총연합회가 있지 않은가? 뉴욕의 장석진 목사님이 회장이 되어 지역 간 교류와 연합을 활성화 하겠다고 애쓰면서 돌아다닌다. 미기총 역시 팔 걷고 앞장 서야 할 아주 중요한 책무는 그리스도 주변에 서식하는 이단을 판정하고 그들로부터 교회를 지켜주는 일이다. 이 일에 게으르면 한기총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미국에선 기필코 존재해야 할 총회’로서의 미기총이 되어야 한다. 과연 미기총은 그럴 수 있을까?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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