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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휘트니 휴스턴은 셀린 디온, 머라이어 캐리 등과 함께 세계 3대 디바로 알려져 온 ‘세기의 가수’였다. 48세의 나이로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생전 400여개의 음악상을 수상함으로 기네스 북에도 오르고, 수퍼볼 해프 타임 쇼 무대에 서기도 했고 최초로 출연한 영화 ‘바디 가드’의 성공으로 연기자로서의 재능도 인정받은 팔방미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성가대에서 노래를 익혔고 죽기 하루 전 날에도 ‘Jesus Loves Me Yes I Know’란 찬송가를 부를 만큼 신앙적인 가수였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나자 미국은 온통 애도의 물결이었다. 지난 18일 그가 다니던 뉴저지 뉴왁에 있는 뉴 라이프 침례교회에서 치러진 장례식은 그래서 공중파 ABC 방송이 4시간이 되는 장례식 장면을 실황 중계했는가하면 CNN은 장례식 장면을 왼 종일 프로그램으로 깔다시피 했다. 뉴저지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는 장례식 날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를 내려 마약과 알콜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휴스턴을 그토록 예우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녀의 생애가 가정 불화와 이혼을 거치면서 우울증 때문에 마약 중독 증세를 보였고 결국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사망한 이유도 아직 부검 결과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약물 과다복용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녀의 인생은 누군가가 조사에서 말했듯이 ‘트러블드 라이프(Troubled Life)’였다고 여겨진다. 생각해 보면 사실 이 세상에 트러블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우리 모두는 트러블을 안고 산다. 그러나 인생의 트러블이 아무리 크고 무겁다해도 하나님의 은혜가 덮지 못할 트러블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들의 믿음이다.
모든 인생의 고통과 허물, 무거운 죄 짐을 덮는 주님의 은혜가 있기에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주님의 위로와 용서는 우리의 트러블보다 더 위대하다는 사실 때문에 그 분 앞에 서기를 우리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휴스턴의 장례식은 희망과 위로의 심령 부흥회였다. 참가자들은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고 하나님 품에서 안식하라고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유명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들이 마치 그래미 상 수상식을 방불케 했다. 휴스턴이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했는지를 증언할 때 마다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시요, 우리가 돌아 갈 영혼의 안식처는 영원하신 하나님의 품이란 사실을 사람들은 확인하는 듯 했다. 그래서 그녀의 장례식은 영적 각성 부흥회였다.
장례식 참가자들은 모두 영적 갱신(Renewal)을 경험했다고 증언하는 것을 CNN이 계속 보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LA 타임스 머리기사는 휴스턴을 위한 복음 장례식, ‘Gospel Funeral’이란 타이틀을 뽑아 올리기도 했다.
ABC-TV를 통해 장례식을 지켜보면서 생전 휴스턴이 불렀던 ‘I Look To You’란 노래를 작곡자인 알 켈리가 부를 때 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 노래를 구지 가스펠 송으로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켈리는 가스펠 송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마치 휴스턴의 인생의 고백이요, 사실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백이기도 했다.

As I lay me down (나 스스로를 내려놓을 때), Heaven hear me now(하늘은 비로소 내 이야기를 듣습니다). I’m lost without a cause(이유를 모른 채 나는 길을 잃었었습니다).
After giving it my all(나의 전부를 주고 난 후에 말입니다).
Winter storms have come(한 겨울 폭풍이 다가 왔고), And darkened my sun(그리고는 나의 태양을 어둡게 했어요). After all that I’ve been through(모든 것이 이렇게 끝난 후에), Who on earth can I turn to(나는 이 땅에서 누구를 향해야 하나요).
(중략)
And when melodies are gone(노래가 멈춘 때), In you I hear a song(당신 안에서 나는 노래를 들어요), I look to you(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Set me free(자유하게 해주세요), I need you to set me free(자유하기 위하여 당신이 필요합니다). Take me far away from the battle(싸움터에서 나를 멀리 데려가 주세요).
I need you(난 당신이 필요합니다), Shine on me(나를 비춰주세요).
I look to you(난 이제 당신을 바라봅니다), I look to you(당신을 바라봅니다).
After all my strength is gone(나의 모든 힘이 사라지고 난 후에), In you I can be strong(당신 안에서 난 강할 수 있어요), I look to you, I look to you.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주저앉는 절망의 순간은 사실 나를 통해 일을 시작하시는 하나님의 희망의 순간이란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 때가 많다. 내 인생의 주어 자리를 그 분에게 내어드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아직도 노래를 통해 들려주는 휴스턴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 영적 리뉴얼을 경험해 보자.
결혼식보다 장례식에 가는 것이 유익하다는 잠언의 말씀은 참으로 옳은 말씀이다. 이날 휴스턴의 장례식을 바라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의 힘이 모두 사라지고 난후에야 비로소 주님 안에서 강해 질 수 있는 우리들의 약함을 아시는 주님이시여, 나는 이제 주님을 바라봅니다, 나는 이제 주님을 의지합니다” 그렇게 고백하면서 약할 때 강함 되시는 주님께 가까이 다가서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례식을 밥 먹듯 집례하는 목사님도 자신의 약함을 깨닫지 못하고 높아지려고만 애쓴다면 장례식을 골백번 인도해 봐야 그 인생에 무슨 유익이 있을까? 감투 쓰고 싶어 환장한 사람들, 돈 앞에 무력하게 무릎 꿇는 사람들, 자신을 향해 박수치는 포퓰리즘에 목매는 사람들, 권력에 눈이 멀어 부정한 돈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들, 그들에게 이미 고인이 된 휴스턴의 그 노래를 이번 사순절 선물로 들려주고 싶다.
After all my strength is gone
In you I can be strong
I look to you, I look to you.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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