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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 중이다. 그는 중국 국가 부주석으로 장쩌민 현 주석이 물러나면 그 자리를 차지할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물론 세계가 그 사람에게 줄을 대려고 기를 쓰는 모양이다. 그가 부주석이니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부통령이 초청해서 미국에 온 모양이다.
짝퉁이던 싸구려던 우선 물건 팔아먹으려면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가 껄꺼러울 경우 자신의 국가경영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지 미국의 힘 센 사람들과 교분을 나누려고 온 것 같다. 대개 많은 나라의 지도자들이 권력을 잡기 전에 미국에 와서 눈도장을 찍고 가는 게 국제 정치 관례가 아닌가? 시진핑은 이번에 옛날 미국에 와서 홈스테이 하던 아이오아에 있는 어느 집에도 가보고, LA에 와서는 레이커스 게임도 구경하는 등 중국의 지도자도 제법 가슴 따뜻한 멋과 낭만을 지닌 따도남(따뜻한 도시의 남자)이란 ‘이미지 업’을 위해 방문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중국의 그런 연막작전에 속아 넘어가면 안된다. 민주화를 주장하거나 인민의 인권 운운 했다가는 골로 가는 나라가 중국이다. 국제사회를 향해 잘 보란듯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도 잡아 가두는 나라다. 그 나라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소평이 시장 경제를 수용하긴 했지만 중국은 엄연한 공산주의 국가다. 북경 올림픽을 치루면서 국제사회에 자유주의 국가인 것처럼 떠벌였지만 그건 가면무도회에 불과하다. 이제 항공모함까지 만들어서 미국과 맞짱 뜨는 세계 제2강대국임을 은근히 과시하고 나오지만 그 나라는 여전히 개인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산주의 국가다.
북한의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숨 가쁘게 평양에 달려 들어가 북한의 ‘큰 형님’이란 사실을 억지 연출하는 모습을 우리는 목격했다. 한국이나 미국, 혹은 일본 따위는 북한 독재자가 죽었다고 어디 부화뇌동하지 말라고 겁주는 모습이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북한을 빠져나오는 탈북자들을 다시 북한에 송환하는 나라가 어디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나라인가? 최근 다시 탈북자 송환 문제가 국제사회 인권 잇슈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으로 송환되면 결국 강제수용소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 된다.
아니 김정은이는 최근 탈북자가 나오면 3대를 멸족하라는 ‘어명’을 내렸다고 한다. 히틀러나 스탈린 시대도 아닌 21세기 대명천지에 3대 멸족이라니? 그런 또라이가 우리가 사는 지구촌의 한 일원으로 존재하는 한 세계 평화 어쩌고 저쩌고를 외쳐도 아무 소용이 없고 평화 기도회를 골백번 열어도 말짱 도루묵이다. 더구나 탈북자 3대 멸족을 선언하고 있는 북한에 대고 평화란 말을 입에 담아 주접을 떨고 있는 한국의 진보 또는 종북 단체들을 보면 그 얼굴에 침을 뱉고 싶어진다.
북한의 탈북자 3대 멸족이란 참혹한 범죄행위를 두 손 들어 환영이라도 하듯이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는 탈북자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김정은에게 다시 갔다 바치는 나라라면 그 나라는 미국의 경제 파트너가 되어서도 안되고 그런 나라의 상품을 팔아주어서도 안된다. 시장에서 우선 ‘메이드 인 차이나’면 어때? 싸게 파는 상품이라면 일단 카트에 집어 담고 보는 미국 사람들에게 탈북자의 인권 같은 것은 별로 관심사도 아니다. 철저한 시장주의에 길들여진 미국에서 중국 상품 불매 운동 따위로 탈북자 송환을 막을 길은 없다.
그러나 시진핑같은 차기 통치자가 미리 집권 정지 작업 차 미국을 방문했다면 이런 때를 이용해 백악관 앞에서나 혹은 레이커스 게임을 구경하는 스테이플스 센터 앞에서 항의시위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시진핑의 방문에 맞춰 백악관 앞에서 티벳의 독립을 외치는 외로운 시위자의 모습이 보도되기는 했어도 탈북자 강제 송환 반대를 외치는 시위는 없었다.
시진핑은 이번에 와서 레이커스가 아니라 뉴욕 닉스의 레제미 린의 경기를 보고 가야 한다. 비록 대만계이긴 해도 NBA의 중국계 뜨는 별, 제레미는 지난주 레이커스와의 홈 경기에서 ‘블랙 맘바’ 코비 브라이언트를 점수로 누르고 ‘황색 맘바’로 미국인들을 흥분시켰다. 지금 미국은 그 제레미 광풍에 빠져있다. 연봉 2천만 달러의 카멜로 앤서니도 감탄하고 있는 연봉 80만 달러짜리 제레미는 뉴욕 닉스가 찾아 낸 숨은 진주였다.
시진핑이 닉스의 제레미를 봐야 할 이유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농구장을 누비고 있는 자유, 백인이나 흑인들과 나란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황색인종의 자유, 2천만 달러에 기죽지 않고 80만 달러도 당당하게 덤벼드는 소유로 부터의 자유, 좋아하는 편을 선택하여 열광하며 기립박수를 보낼 수 있는 자유, 수천만 달러 연봉을 받아도 계급투쟁을 벌여 그 연봉을 탐하지 않는 자유, 그런 자유를 농구장에서 그는 느껴야 한다.
제레미 린이 누비는 농구장에서 시진핑은 인간의 가장 존엄한 가치인 자유가 무엇인지를 참으로 체험해야 하고 그 자유를 찾아 중국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을 붙잡아 다시 북한으로 송환하는 것은 인류의 고귀한 염원을 저버리는 소름 끼치는 범죄행위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지도자의 덕목을 갖춘 사람이라고 평가 받을 수 있으리라.
지금도 자유에 목말라 차갑게 얼어붙은 두만강을 따라 공안들의 총알을 피해 목숨을 내걸고 탈북을 감행하고 있는 우리의 북녁 동포들 . . . 그 절박한 자유를 향한 몸부림을 목격하고 인도주의 손길은 고사하고 잡아서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 처형의 길로 내 몬다면 중국은 오래오래 범죄국가란 낙인을 면치 못할 것이다.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는 이가 있다면 한번 부탁해 주시라. 제발 탈북자 송환만큼은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그리고 3대 멸족을 운운하는 ‘어린 독재자’를 잘 타일러서 좀 살살해야 그 나마 오래 버틸 것이라고 . . .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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