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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한국에선 신년 벽두부터 ‘돈 봉투’ 사건이 일파만파 파장을 불러 오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고 아무개라는 의원이 지난 번 당 대표 선거 때 누군가가 은근슬쩍 전달한 3백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받았다가 되돌려 줬다고 폭로하면서 그 돈을 준 당 대표가 도대체 누구냐로 번져나가 한나라당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돈 봉투란게 사실 여당만의 일이 아니고 야당에서도 주거니 받거니 두루 두루 있을 법 하기에 불똥이 그쪽으로 튕겨 갈 까봐 정치판 모두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키득키득 혼자 웃음이 나오는 것은 기가 막혀서다. 아니 3백만 원 돈봉투, 그게 어디 한국처럼 돈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뇌물 축에나 끼겠는가? 한국에 가보면 돈이 넘쳐 난다.
프랑스의 명품 화장품이나 와인, 이태리 산 유명 의류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망할 뻔 했다가 한국 소비자들 때문에 기사회생하여 떼돈을 벌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한국은 ‘폼생폼사’의 나라다. 명품에 죽고 못 사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300만원, 미국 돈으로 3천 달러가 과연 정치판을 요동치게 하는 메가톤 급 뇌물이 될 수 있을까?
정치판도 폼생폼사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겉으로는 클린 정치 어쩌구하면서 개혁과 쇄신을 입에 달고 살고, 국민의 정부라면서 국민, 국민을 유성기판처럼 떠들고 다녀도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기들 살 궁리만 하고 있는 고액 연봉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 정치 세계란 걸 국민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겉으로는 3백만 원 정도 뇌물 먹으면 큰 일 난다고 법으로 정해 놓고는 속으로는 “그런 정도를 누가 뇌물이라고 한다더냐? 순진한 국민들이여, 그대들은 새 발의 피란 말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느뇨?” 라고 빈정대고 있을 위인들이 바로 정치하는 사람들의 표리부동 아니겠는가?
사실 3백만 원 뇌물 혐의를 벗지 못해 당사자가 정치판에서 쫓겨날 위기를 맞게 된다면 그게 비단 정계에 국한될 일이 아니라 한국 기독교에도 불똥이 튀겨 존경하는 총회장님, 이사장님, 회장님, 사장님, 사무총장님, 신학교 총장님, 아니 말단 교수나 이사들까지도 모두 쫓겨나야 당연지사가 된다. 하나님 앞에 회개해야 할 마땅한 신앙적 양심을 정치하는 이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지만 항상 하나님의 공의를 입에 담고 사는 목사님들이 3백만 원이 아니라 억!억! 소리나는 억대의 뇌물도 서슴치 않고 주고 받으면서 지금의 자리를 꾀 차고 있다면 한국을 휩쓸고 있는 돈 봉투 사건은 사실 한국 교계가 떠안아야 할 원자폭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 연합 기관의 사장님이나 이사장님 자리가 그냥 공짜로 굴러 들어오겠는가? 신학교 총장이나 이사장 자리가 어디 드높은 학위와 고상한 인품으로 결정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의 각 교단 총회장 뽑는 때가 되면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은 모두 선거꾼이 되고 돈 봉투를 샤핑 백에 들고 다니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복마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바다 건너 살고 있는 나까지도 감지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현실인가?
아마 요즘 정치판의 돈 봉투 사건을 바라보며 교계 정치목사들의 똥줄이 탈것이란 생각이 든다. 신앙양심이 살아 있다면 마땅히 똥줄이 타야 할 것이다.
그럼 돈 봉투로 상징되는 뇌물은 정말 나쁜 것인가?
사실 뇌물의 역사는 기원전 15세기부터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는 재판의 결과를 뒤집기 위해 뇌물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고 한다. 그래서 뇌물이란 ‘공정한 재판을 왜곡하는 선물’이란 말로 정의했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뇌물의 정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위 또는 권한이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적인 일에 이용하기 위해 건네는 돈이나 물건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뇌물은 부정하고 나쁜 것이다.
사실 천문학자 갈릴레오조차도 당시 피렌체의 유력자에게 자신이 발명한 망원경을 선물하고 피사대학 교수 자리를 따냈다고 전해진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로 천동설에 맞서 죽음으로 지동설을 주장하고 나섰던 갈릴레오도 뇌물의 주인공이었다고?
갈릴레오는 약과다. 아브라함 링컨도 있다. 링컨은 대통령에 재직하면서 노예제도를 폐지하도록 헌법을 바꾸기 위해 반대하는 야당의원들을 뇌물로 매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설마! 그럴리가!” 라고 놀랍게 느껴져도 사실 링컨 대통령이 성직자가 아니고 정치하는 인물이 아니었던가? 그에게 어찌 성직자의 덕목을 기대하겠는가?
그럼 오늘날의 한국의 성직자는 뇌물에 자유로운가? 자유롭기는커녕 모두 눌러 앉은 자리에서 양심선언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한국교회가 살아날 수 있으련만! 사실 뇌물주고 앉은 신학교 총장이 있다면 낯이 뜨거워 제자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찌 강의를 한답시고 강단에 설수 있을까? 뇌물주고 앉은 총회장이 의사봉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하나님은 얼마나 가소로워 하실까? 목사라는 성직자만 앉을 수 있는 수많은 한국의 연합기관 단체장 자리가 뇌물주고 바꿔먹는 자리라면 그런 부정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을 사모님이나 자식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나?
하기야 뇌물 주고 앉은 높은(?) 자리에서 그 뇌물의 어마운트를 쉽게 ‘방까이’ 하는 놀라운 수법에 감사하여 사모님은 그저 “할렐루야”를 외치며 남편 목사님의 뇌물 정치에 박수를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깥양반도 썩고 사모님도 썩고, 정치도 썩고 기독교 썩고, 온통 썩은 구석뿐이라 세상은 썩은 냄새만 진동하는데 그래도 우리는 이 썩은 세상에서 소금으로 뿌려진 자들이 아니던가? 주님의 말씀을 들어보자.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돈 봉투 덕에 높은 자리 차고앉으신 어른들께 우리 힘없는 사람들은 그저 소금이나 뿌려대자. 제발 썩은 냄새 그만 풍기라고 . . . .뇌물 줄 돈으로 나이지리아나 케냐의 굶주린 아이들 배고픔이나 채워주면 하늘에서 상급이나 클 것이라며 소금이나 뿌려대자.
그리고 뇌물주고 오를 자리도 없는 여기 이민 교회를 소금 뿌려진 청정사회로 알고 그저 오래오래 고마워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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