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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미 프로농구(NBA)가 쏠쏠한 재미를 제공하고 있어 연말연시가 즐겁다.
노사간 밥그릇 챙기느라 분규가 생겨 정규시즌 개막이 늦어지더니 겨우 크리스마스 데이에 가서 시즌이 오픈되었다.
그럼 금년 NBA 챔피언은 누가 차지할까? 개막과 함께 여기저기서 예측들이 쏟아졌다. 아마도 지난해 달라스 배브릭스에게 아깝게 패배한 마이애미 히트? 아니면 지난해 MVP를 탄생시킨 시카고 불스? 아니다. 노장들이 버티고는 있지만 여전히 강팀인 보스톤 셀틱스나 샌안토니오 스퍼스, 혹은 라마 오돔이 매브릭스로 이적은 했지만 여전히 코비 브라이언트가 버티고 있는 레이커스가 우승후보가 아닐까? 아니다. 그래도 ‘젊은 피’로 지난해 NBA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웨스트부룩이나 케빈 듀란트가 버티고 있는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가 우승후보가 아닐까? 그런데 막상 크리스마스 데이에 뚜껑을 열어보니 혜성같이 등장한 팀 하나 때문에 그런 예측들이 모두 헛소리가 될 공산이 크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그게 누구일까? 바로 LA 클리퍼스(Clippers)다. LA에는 두 개의 농구팀이 있다.
하나는 레이커스, 또 하나가 클리퍼스다. 레이커스는 NBA 챔피언 트로피를 여러 번 들어올린 LA 간판이다.
클리퍼스가 있었지만 이 팀은 NBA를 통틀어 만년 꼴지 팀이었다.
유대인 구단주는 비싼 선수들 영입해서 1등을 욕심내기 보다는 그냥 꼴찌로 버티고 있어도 결국 구단 가치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돈벌이가 괜찮은데 무슨 챔피언? 아마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냥 굴러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고 하니 당연히 클리퍼스의 인기는 꼴지였다.
나 역시 레이커스 게임은 챙겨보면서 클리퍼스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사실 시합을 벌여 백전백패 한다면 무슨 재미로 그 경기를 죽치고 앉아 구경하겠는가?
그런데 지난해 블레이크 그리핀이란 선수가 등장하면서 클리퍼스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늘높이 껑충 뛰어 올랐다가 총알처럼 농구공을 골에 쏟아 넣는 덩크슛은 그의 명품이 되었고 그의 인기가 치솟자 우리나라 자동차인 기아 자동차의 광고모델로 발탁 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그리핀만 으로는 역부족. 그러다가 자유계약 시장에 나온 뉴올리언스 호네츠의 크리스 폴을 레이커스에 빼앗길 뻔했다가 결국은 클리퍼스가 잡아들이는데 성고하여 클리퍼스의 전력은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크리스 폴은 누구인가? 지난해 이 크리스 폴 때문에 호네츠와 게임이 열릴 때마다 선수들은 모두 혼비백산이 되었다.
도대체 이 친구를 막아낼 선수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 폴은 그래서 모든 구단들이 눈독을 들이는 최고의 선수였다.
그런데 그가 클리퍼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더구나 뉴욕 닉스에서 활동하던 천시 빌럽스란 굉장한 선수가 또 클리퍼스에 입성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리핀, 폴, 빌럽시 등으로 꾸며진 삼각편대가 종횡부진 클리퍼스를 누빌 경우 마침내 NBA 챔피언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만년 꼴찌 클리퍼스가 크리스 폴과 천시 빌럽스를 영입하면서 1등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은 얼마나 설레는 기대인가? 그런데 사실 시즌이 오픈되면서 LA 같은 지붕 밑에 사는 큰 형님 격인 레이커스부터 젊잖게 물리치는 승전고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금년 시즌 클리퍼스는 만년 꼴지란 수모의 역사를 청산하고 어쩌면 구단 역사상 최초로 NBA 챔피언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LA의 농구 팬들은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클리퍼스처럼 금년은 우리도 챔피언을 꿈꾸는 한 해가 되자. 패자가 살아나는 패자 부활전의 한 해를 살아내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 불황 때문에 지난 수년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가슴을 움츠리고 살아왔는가? 나눠야 할 곳에 나누지도 못하고, 써야 할 곳에 우리는 너무 인색했다. 그나마 지금까지 이룬 것들이 송두리째 거덜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면서 몇 년을 지나왔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금년에는 아니다. 비록 경제사정은 여전히 지난해와 다를 바 없다 해도 마음만은 이제 부자처럼 살아보자. 이제는 꼴지가 아니다. 챔피언을 기대하며 살자. 꼴지가 1등으로 부활하여 신바람을 일으키며 살아보자.
돈 많은 사람을 누가 챔피언이라 하겠는가? 부자가 승자가 아니다. 사실은 나누는 사림이 부자요, 베푸는 사람이 챔피언이다. 지난해는 한국 구세군 자선냄비 83년 역사상 47억 원이 모금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모두가 불황 때문에 죽겠다, 못 살겠다 소리쳐도 불쌍한 이웃을 생각하며 자선냄비를 통해 사랑을 실천한 사람은 무려 470만 명.
그들이 바로 세상의 질서를 바꾸는 무명의 챔피언들이다. 그들이 바로 보이지 않는 승리자들이요, 그들이 사는 세상이 바로 화려한 배자 부활전이다.
이제 주님으로부터 새로 받은 365일이란 선물이 매일 빛나는 챔피언이 되게 하자. 패자가 아니라 승자로 사는 한해, 부끄러운 꼴지 클리퍼스가 부활하여 NBA 챔피언 트로피를 꿈꾸며 그라운드를 누비듯이 그렇게 한 해를 우리도 거침없이 누벼보자.
이제 돈 때문에 미리 겁먹고 비겁하게 살아가는 그 쪼잔함을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물리쳐 버리고 돈 없이도 챔피언처럼 살아가는 멋진 그리스도인의 만족과 풍요를 실천하는 한 해가 되자. 나누는 자가 부자요, 인색하게 틀어쥐고 살아가면 만년 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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