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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NBA가 빠진 12월 미국 스포츠계의 ‘기적’은 NFL 디펜딩 챔피언인 그린베이 패커스의 무패 전력이다. 시즌이 오픈되고 지금까지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13승 연승을 거두고 있으니 금년 NFL의 최대이변이 아닌가? 그래서 그린베이 쿼터백 애론 로저스를 모른다면 미국에선 시방 간첩에 속한다.
30여년전 시카고로 이민가방 들고 도착했을 때 향수를 달래기 위해 가끔 달려간 곳이 그린베이였다.
밀워키를 거쳐 그린베이에 올라가 낚시를 즐기던 때의 추억이 떠올라 그린베이 경기라면 열심히 구경하려고 애쓴다. 지난주일 오클랜드 레이더스에게도 패커스는 대승을 거뒀다.
이변은 또 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콜츠가 수퍼볼 우승을 차지했던 그 옛날의 무서운 전력을 어디 다 버리고 시즌 개막이래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는 전패 굴욕을 당하고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린베이의 연승, 인디애나폴리스의 연패, 그건 이변이려니 하고 그냥 구경하면 된다. 기적은 그게 아니다. 바로 덴버 브롱코스의 팀 티보(Tim Tebow)가 바로 기적의 주인공이다. 팀 티보? 현재 미국 스포츠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그는 누구인가? 약간 보충 설명을 드린다면 그는 우선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이다.
브롱코스는 시즌 초반 1승 4패로 부진함을 보였다. 그린베이 패커스, 뉴욕 자이언츠, 뉴올리언스 세인츠, 볼티모어 레이븐스, 달라스 카우보이스, 필라델피아 스틸러스, 뉴잉글랜드 페트리어츠, 샌프란시스코 49ers등과 같은 쟁쟁한 팀에 비하면 별볼일 없는 전력이었다.
결국 감독이 쿼터백을 교체하여 티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게 웬일인가? 티보가 등장하면서 지난주까지 8경기에서 7승1패를 기록하는 대승을 거두게 된 것이다. 침몰 직전 전함을 구해낸 유능한 함장이 된 셈이다. 당연히 브롱코스로는 티보가 이뻐서 죽을 지경이고 축구팬들은 그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티보가 보여준 이색적인 빅토리 세레모니가 마침내 새로운 단어 하나를 탄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티보잉(Tebowing)이란 말이다.
지난 10월 말 마이애미 돌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티보는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다 결국 막판 터치다운 패스로 팀의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내는데 성공했다.
브롱코스의 동료들이 뒤엉켜 환호하는 가운데 티보는 축구장 한 켠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린 것이다. 그의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클로즈업됐고 그 기도하는 모습은 미 전역에 방영되었다. 오른쪽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숙인 채 경건히 기도하는 팀 티보 . . . 그의 기도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고 이후 그의 이름을 따 ‘티보잉’이란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티보 식의 기도’란 의미다.
티보는 이미 2009년 대학풋볼 BCS 챔피언십에서 플로리다 팀으로 출전했을 때 ‘아이블랙(축구선수가 양쪽 눈 밑을 까맣게 칠하는 것)’대신에 ‘John 3:16’이란 글자를 얼굴에 써넣고 경기에 임한 적이 있다. 그날 경기가 끝나자 도대체 ‘쟌 3:16’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구글 검색창에 난리가 났다고 한다. 그날 무려 9,300만 명이 요한복음 3장 16절을 검색한 것이다. 그때부터 이미 티보는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7일 콜로라도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알파인 스키대회 결승전에서 뱅쿠버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린지 본(Lindsey Bonn)이 5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고 시상대에 오르기전 갑자기 무릎을 꿇어 기도했다. 티보가 보여준 티보잉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이렇게 운동 선수들 사이에 티보잉은 날개를 달고 펴져가고 있다.
이쯤되니 이베이(eBay)에서는 마굿간에 탄생하시는 아기 예수 앞에 무릎 끓어 경배하는 팀 티보의 모습을 소재로 하여 크리스마스 카드를 제작,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티보잉은 이렇게 스포츠 세계의 기독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다가 지금은 유럽 프리미어 리그 아스널에서 뛰고 있는 박주영 선수가 골을 성공시키면 축구장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골 세레머니를 벌여 화제가 되어 왔다. 예수 믿는 것들의 꼴불견이라고 핀잔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누가 그런 부질없는 비판을 두려워하랴!
2007년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팀에게 수퍼볼 우승컵을 안겨준 토니 던지 헤드 코치는 현재 NBC 풋볼 나이트 해설자로 변신했지만 흑인으로서 수퍼볼 우승을 이끈 최초의 감독이란 영예보다도 겸손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높여드리는 복음 전도자로 더욱 유명하다. 그도 여기저기 들려오는 자질구레한 비판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용감하게 예수를 증거하는 스포츠맨으로 살아오고 있다.
팀 티보는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치명적 아메바에 감염되어 출산하면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권고를 물리치고 어머니는 티보를 낳았다고 한다. 티보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도 방학 때만 되면 필리핀으로 날아가 고아원등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아버지를 도왔다.
그렇게 성장한 건강한 크리스천 풋볼 선수 한명이 이 세상에 주는 영향력이란 사실 상상을 초월한다. 요즘 스포츠 뉴스를 접하다보면 쉽게 공감이 간다. 미국 3억 인구가 열광하는 풋볼 구장에서의 티보잉은 웬만한 복음전도 집회 수천번 열리는 것과 비교될 수 없는 파워풀 예수 바이러스가 되고 있다.
마치 원형극장에 나선 고대의 검투사들이 육중하게 창검을 부딪치며 목숨을 내 걸고 혈투를 벌이는 것처럼, 10야드 전진을 위해 온 몸으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살벌한 풋볼 경기장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만물의 주인이시며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도 우리의 구세주가 되심을 선언하는 팀 티보의 신선한 티보잉 때문에 대강절을 지나고 있는 우리들의 가슴은 그래서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티보잉 . . . 전쟁과 테러, 가난과 질병, 절망과 아픔이 있는 춥고 어두운 땅이지만 마굿간을 선택하셔서 우리 곁에 찾아오시는 그분 아기 예수야말로 여전히 이 땅의 구원이요, 희망이 됨을 고백하며 풋볼구장 같은 살벌한 이민 광야에서도 조용히 무릎 꿇어 그 분을 경배하자.
팀 티보가 남은 경기에서 보여줄 더 많은 감동의 티보잉을 기대하며 우리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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