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gif

<조명환 목사>

 

2011년이 저물어가는 마당에 한국에선 또 대형사고가 터졌다. 주목받던 한국 교계의 차세대 리더가운데 한명이라던 대형 교회 목회자가 공금 횡령혐의로 법정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법정에서 곧장 구치소로 끌려갔다. 호송차에 끌려가는 그와 함께 한국교회의 명예 역시 덩달아 호송차에 끌려가는 꼴이 된 셈이다.
법원의 판결문이 준엄하다. “피고인은 교인들이 선교와 구제 등에 투명하게 사용될 것으로 믿고 낸 헌금을 횡령했다”며 죄질이 무겁다고 4년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교회가  연간 예산이 135억 원에 이르고 신도가 9천여 명에 달하는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로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도 불구하고 성도들의 신망을 악용했다”고 질타했다.
그가 횡령한 돈은 무려 32억 원. 32억은 1억 원짜리 집 32채가 아닌가? 그 많은 돈을 어떻게 횡령했는지 내용은 잘 모르겠다. 설마 무슨 재벌흉내를 내며 유흥비로 탕진 한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횡령이란 공금이나 남의 재물을 불법으로 차치하는 행위이니 하나님께 바쳐진 교회 헌금을 불법으로 차지한 혐의가 분명하게 입증되었기에 판사님이 그렇게 판결을 때렸을 것이다.
물론 이 목사를 지지하는 지지파들은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혀 대법원에서 어떻게 뒤집혀질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목사가 32억을 횡령하여 감옥에 수감되었는다는 소식은 우리들의 금년 대강절을 우울하게 만드는 슬픈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교회가 부흥이 되지 않아 자식들 대학 등록금 걱정하며 찌질하게 고생 하시는 목사님들을 보면 참 가슴 아플 때가 많다. 그러나 사실 그건 가슴 아파할 일이 아니다. 교회 개척하여 수년이 되었는데 목회자 기본 월급도 못 챙겨주는 교회라고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다. 교회가 가난한 것이 오히려 복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왜냐고? 교회 예산이 135억에 이르면 무슨 유익인가? 담임목사가 횡령혐의로 쇠고랑을 찼다면. . .  교인수가 9천명이면 그게 무슨 축복받은 교회인가? 담임목사가 감옥에 가면서 지지파와 반대파가 대치하여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예배당 들어가는 길이 봉쇄되어 주일예배마저 캔슬되었다면 대형교회로 성장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된 것이 아닌가?
목적을 엉뚱한데 두고 교회성장, 교회성장 떠들어온 한국교회의 고질병이 부끄럽게 노출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교회 돈이 넘쳐나게 되니 목사로 하여금 횡령하도록 유혹한 결과를 초래한 마구잡이 교회성장도 판사님에게 함께 혼꾸멍을 맞아야 되는데 아마 그 죄목은 생략되었나 보다.
지난 9월 태국을 여행하면서 내게 감동을 준 사람들은 바로 맨발로 먹을 것을 구걸하러 다니는 탁발승들이었다. 홍시 감처럼 주황색으로 곱게 물든 장삼을 걸치고 맨발로 아침 일찍 초라한 그릇 하나를 가슴에 안고 집집마다 음식을 얻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탁발승들이다.
태국의 출가 수행자들은 생활수단으로 상행걸식(常行乞食)과 차제걸식(次第乞食)을 해야 된다는 조항이 있다. 무슨 말인가? 항상 밥을 걸식하여 생활 할 것, 그리고 가난한 집과 부잣집을 가리지 않고 차례로 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행자들이 걸식을 위해 들고 다니는 그릇을 ‘발우’라고 하는데 탁발에서 발(鉢)이란 바로 그 발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탁발(托鉢)이란 목숨을 발우에 기대서 산다는 뜻이다. 탁발승이란 먹을 것을 걸식하러 다니는 승려들을 말한다. 그러니까 탁발은 불교 수행의 기본이다.  
태국 불교가 탁발을 생활 수단으로 정 한데는 두 가지의 종교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하나는 수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독소인 교만과 아집을 없애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보시하는 이의 복덕을 길러주는 공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침마다 가난한 자, 부자를 가리지 않고 집집마다 대문을 노크하여 동냥하러 다니는 탁발승들의 그 가난한 발우와 맨발을 바라보면서 우리 한국의 기독교는 너무 부자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외제차는 고사하고 한 술 더 떠서 이태리 최고급 승용차 페라리를 몰고 다니는 목사가 있다면 돈이 넘친다는 증거가 아닌가? 3등 칸은 하층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며 비행기를 탈 때마다 1등석만 고집하는 목사가 있다면 돈이 넘친다는 증거가 아닌가? 응접실에서 어린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 만큼 넓고 넓은 강남 100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목사가 있다면 돈이 넘친다는 증거가 아닌가? 선거 때가 되면 몇 억 씩 뿌려대며 대의원들의 표를 사러 다니는 목사가 있다면 돈이 넘친다는 증거가 아닌가? 이 무서운 줄 모르는 황당무계한 재물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물이 고여 있으면 썩은 물이 되듯이 교회에 돈이 쌓이면 썩은 데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하나님께 드려진 돈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밑바닥이 구멍 날 때가지 거침없이 사용되어야 옳다. 그래서 교회가 가난해 지는 것은 오히려 얼마나 거룩한 모습인가? 
사실 교회의 은행구좌에 들어 있는 재물은 모두 하나님의 소유란 철썩 같은 믿음을 버리고 인간적으로 해 먹으러 덤비면 횡령, 사기, 절도란 별으별 방법이 동원 되어 삽시간에 거덜 날 수도 있다.  
동냥 바가지에 의지해서 살아간다는 의미의 탁발 . . .  우리 기독교가 ‘탁발 기독교’로 변신하지 않는 한 비천하게 마굿간에서 태어나시는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의식과 권위만 뼈처럼 앙상하게 남아 마침내 기독교 임종의 때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가정 앞에 두려워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한국에는 왜 탁발승이 없는 것일까? 사이비 승려들이 저지르는 피해 때문에 종단적차원에서 탁발행위를 금지시켰다고 한다. 그쪽이나 이쪽이나 사이비들이 문제다.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