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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출근 길 프리웨이에서 내 앞에 가던 자동차 범퍼에 ‘론 폴(Ron Paul)’ 이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운전자가 있었다.
론 폴은 누구인가? 공화당 대선 예비 후보로 나선 사람들이 모두 중도 사퇴하고 미트 롬니 지지 선언을 하고 있는 마당에 끝장까지 경선을 완주 하겠다고 선언한 하원의원이다.
아마 그를 지지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운전자가 왼쪽 손을 슬그머니 창밖으로 내 놓더니 피우던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는 게 아닌가? 내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흥분해서 “아니, 론 폴 저 자가 지금 정신이 있어?  없어?”라며 당장 쫓아갈 기세였다.
담배꽁초를 버리는 이름 모를 운전자 때문에 론 폴이 욕을 먹고 있는 순간이었다.
며칠 전에는 자동차 유리창 밖으로 ‘레이커스’란 삼각형 노란 깃대를 꽂고 가는 운전자가 보였다.
NBA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니 레이커스 팬이려니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시그날도 주지 않고 내가 타고 가는 카풀 레인으로 치고 들어 오는게 아닌가? 카풀레인에는 지정된 점선 구역이 나올 때까지 마음대로 들락 날락하는 것은 불법이다.
옆에 있던 친구가 또 화를 냈다. “저 레이커스를 어떻게 혼 내주지?”라고 흥분했다.
그 불법 운전자 때문에 레이커스가 욕을 먹고 있었다.
LA 지역엔 교회버스가 많이 돌아다닌다. 한인교회를 말한다. 사실 미국교회엔 교회 버스란게 있지도 않다.
주일예배는 물론이요, 수요, 금요예배, 또 매일 새벽예배에 나가는 노인층 교인들이나 차가 없는 분들을 교회로 모셔오기 위해 한인 교회에서 버스는 아주 중요한 교통 수단이며 동시에 교회를 성장시키는 교회 필수품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종횡무진 LA 바닥을 누비는 교회버스들이 교통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그게 모두 그 교회가 손가락질 당하는 도구로 우습게 전락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요일 오후 퇴근길에 한인 타운을 빠져나가는데 여간 트래픽이 심하지 않았다. LA 한인타운 러시아워 트래픽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쌍방향 1차선 좁은 도로 한 복판에 떡 버티고 무단 정차해 있는 버스는 바로 한인교회 버스였다. 교회 이름이 한국어와 영어 바이링궐로 씌여 있고 교회 로고까지 근사하게 디자인된 명품(?) 버스인데 이게 웬일인가? 깜박이도 없이 그냥 바쁜 차 들을 막아서고 있지 않은가?
10여대의 차량이 뒤에 줄지어 서 있는데도 이 버스는 주변 아파트에 사는 성도들을 수요 예배에 모셔 가기 위해 이같은 무례한 불법을 서슴치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앞에 마주 오는 차가 없을 때 중앙선을 침범하여 이 버스를 바이패스하는 차들은 모조리 그 버스 운전사를 힐끔 쳐다보면서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지나갔다.
무슨 말이었을까? 쉽게 짐작이 간다. 교회 버스에는 자랑스럽게 무슨 무슨 코리안 처치라고 새겨 넣었으니 타인종들도 그 코리안 처치를 증오(?)하면서 그 버스 곁을 지났으리라.
아니 왜 교회버스 때문에 한인 교회가 홀세일 가격으로 욕을 먹어야 하는가?
타인종들이 그 불법 교회 버스를 보고 한인 교회를 욕하고 있었다면 우리 한인들은 그 한인교회 이름을 보고 우선 생각나는 그 교회 목사님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니 저 교회는 아무개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 아냐?” 당장 담임 목사님이 도마에 오른다.
결국 길바닥에서 법을 어기며 무례하게 행동할 경우 그 교회 버스 한 대 때문에 타인종들에게는 한인교회 망신이요, 그 교회 담임목사님을 뻔히 알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그 교회 담임목사님 망신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참 억울하다. 교회버스 때문에 한인교회가 통째로, 그리고 고매한 인격을 갖고 설교 잘하기로 소문한 그 교회 목사님까지 욕을 먹게 한다면 이게 보통일인가?
그렇다면 당연히 교회 버스를 운전하는 분들에 대한 적절한 소양교육과 운전 재교육이 늘 강조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교회 버스는 사실 재정이 넉넉하여 풀타임 운전사를 고용하는 몇 개 교회를 빼고는 대개 장로님들이나 집사님들이 사례비 없이 자원봉사 차원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고 충성스러운 봉사활동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몰고 길에 나왔으면 준법정신이 투철해야 된다.
교회 버스다운 매너가 다른 운전자들에게 느껴져야 한다. 그런 매너는 고사하고 다른 사람도 하지 않는 불법을 물마시듯 한다면 그건 담임목사의 책임이 크다.
물론 예배시간에 맞추어 픽업을 해야 하는데 아파트 문을 두드리고, 고함을 지르고, 클랙션을 울려도 나오는 권사님들이 화장 고치고, 성경 책 챙기고, 구두 닦고 하느라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버스 운전사의 고충은 또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버스 운행시간을 더 일찍 앞당겨 느긋하게 픽업을 하는 한이 있어도 정해진 구역에 주차하고 정해진 법규를 따라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게 해야 교회가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다.
교회는 천국 가는 도로 교통법만 열심히 가르치지 말고 이 세상의 도로 교통법도 부지런히 교육 시켜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내가 하이웨이 패트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하찮은 일로 교회가 비난 받는 것을 보면 은근히 나부터 부아가 치밀어서 하는 말이다.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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