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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한국에서는 지금 삼성가의 형제들이 아버지가 남긴 엄청난 재산 문제를 놓고 형제들끼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을 일으켜 세운 고 이병철 씨는 아시다시피 한국 부자의 상징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 그러니까 중학교를 다닐 적인 1960년대를 지나면서 이미 아이들 입에선 벌써 ‘돈병철’이란 신조어가 오고 가고 있었고, 머리는 텅 빈 것이 돈 자랑만 하는 아이들을 보면 “니 아버지가 삼성 회장님이라도 되냐?”고 빈정대던 기억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삼성이란 기업은 한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장사도 잘하고 돈도 많은 가문인 것은 틀림없다.
삼성의 창업자가 얼마의 재산을 남겨 놓고 가셨는지는 가정사에 속한 것이니 내가 알바 아니지만 그 분 돌아 가신지가 얼만데 난데없이 자식들이 상속 재산을 놓고 저렇게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 재판소까지 가서라도 맞장 뜨겠다고 벼르는 공개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고 누나, 형, 동생들이 뒤엉켜 언어의 난투극을 벌이고 있으니 돈 앞에서는 형제고 뭐고, 피도 눈물도 없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가보다.
유산 싸움을 벌이는 그 형제들이 말하는 돈의 규모가 몇 천억, 뭐 그런 정도다. 얼마의 돈을 두고 하는 말인지 도무지 상상이 안간다.
우리 같은 사람이 평생을 벌어 모아도 그들이 말하는 돈의 규모에 비하면 그건 껌 값이다.
유산이란 말이 나왔으니 생각해 보자. 미국 와서 살다보면 대부분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형편이 아닌가? 저축? 대추나무 연 걸리듯 페이먼트만 하염없이 늘어나고 아이들 학자금 때문에 가슴 울렁증은 깊어지고 그나마 있는 직장에서도 짤리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는 마당에 어디 한가롭게 저축타령이란 말인가?
은퇴하고 나면 겨우 남는 건 살던 집 한 채가 달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운이 좋아 금융위기로 인해 주택시장에 불어 닥친 게릴라성 차압 불도저를 간신히 피한 경우가 그렇다.
집값이 곤두박질쳐서 집값 시세보다 은행 빚이 훨씬 많아진 깡통 주택 주인에게는 은퇴하고 달랑 집 한 채도 그림의 떡이다.
때가 되어 은퇴하고 나면 시영이던 국영이던 저소득층 노인네들을 위해 지어놓은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면 된다.
정직하게 살았으면 어디 길바닥에 내 몰지는 않을 것이란 ‘위대한 아메리카’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 “그래도 여기가 미국인데 . . . ” 그렇게 믿고 버티는 것 말고는 뾰족한 은퇴연금이나 은퇴계획도 없다.
내 몸 하나 은퇴하면 살아갈 궁리도 바쁜데 자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이란 게 있을 턱이 없다.
노스 캐롤라이나 애시빌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큰 집’ 빌트모어 하우스에 가보면 밴더빌트란 사람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알 수 있다.
‘철도왕’이란 별명이 붙은 부자였다. 전해지는 말로는 록펠러, 카네기에 이어 미국의 3대부자였다고 한다.
1877년 그가 죽었을 때 1억 달러의 유산을 남겼다고 한다.
그건 당시 미국 국립은행 예금고의 10%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그가 죽은 후 100년 만에 120명의 후손들이 함께 모였는데 그 자리엔 100만 달러 이상을 가진 자식은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돈을 많이 물려준다고 자식들이 저절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더라는 얘기다.
미국 최고의 부자였던 록펠러는 시카고 대학교의 설립자로 유명하다. 그뿐이랴. 뉴욕 맨하탄의 록펠러 센터는 또 얼마나 유명한가?
그는 생전에 12개의 종합대학, 4,928개의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가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어릴 적 가난해서 먹고 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받은 엄청난 유산 때문에 나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 유산은 물질이 아니고 신앙의 유산이었습니다.”
록펠러가 여섯 살 되던 해 어머니는 이제 네 발로 걸어 교회에 다니라며 20센트의 용돈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20센트 가운데 맘대로 써서는 안 될 돈이 있다면서 2센트를 떼어 헌금 봉투에 담아주면서 하나님께 드리는 십일조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의 나이 여섯살 때부터. 그리고 예배는 언제나 시작 40분전에 도착하여 맨 앞자리에 앉을 것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가 받은 어머니의 유산은 그런 것들이었다.
담임 목사님에게 수십 번 들었을 이 록펠러 스토리를 재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달랑 집 한채도 어려워 노인 아파트로 물러날 처지의 저소득층 미국 시민이라 할지라도 그것 때문에 자식들 앞에서 비굴할 필요도 없고, 슬금슬금 저자세가 될 필요도 없다.
당당하게 신앙유산이나 화끈하게 물려주는 것이다.
잠들기 전에 시편이나 잠언, 산상수훈 한 장씩이라도 침대 머리맡에서 읽어주자.
그게 록펠러 어머니의 신앙유산과 맞먹는 결과를 가져와서 우리 아이들 가운데 록펠러 뺨치는 자이언트가 탄생할지는 하나님만이 아시는 일이다.
삼성가의 꿈나라 같은 상속 재산 싸움 때문에 괜히 기분 잡치지 말자.
우리는 여기서 부지런히 하나님 말씀으로 자식농사나 성공시키자.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자식 하나 키워내면 그게 어디 삼성이 가진 수천억 주식과 비교나 되겠는가?     
<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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