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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소아시아 선교 여행 코스 중 최고봉은 뭐니뭐니해도 이스탄불이란 도시다.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지만 이스탄불은 터키 최고의 도시다. 이 도시엔 무엇이 있는가? 그 유명한 하기야 소피아(Hagia Sopia)란 성당이 있다. 희랍어로 ‘거룩한 지혜’란 이 성당은 지금은 성당이 아니다. 박물관이다.
비싼 입장료를 주고 들어가지만 오직 눈으로 구경만 해야지 그 안에서는 어떤 종교적 행위도 용납되지 않는다.
로마제국은 동서로 갈라져 서 로마 제국은 게르만 족에 의해 망하고, 동로마 제국은 콘스탄티누스 1세가 비잔틴이란 도시로 제국의 수도를 옮겨 이름을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바꾸면서 비잔틴 제국, 혹은 동로마 제국을 건설해 간 역사를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 비잔틴 제국은 그리스-로마 문화를 계승하여 비잔틴 문화를 꽃피우기 시작했고 그 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피아 성당이었다.
그 후 천년의 세월이 흐른 후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데 2세에 의해 함락당하고 소피아 성당은 그날부터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변하게 되었다.
메흐메데 2세는 당장 성당의 네 귀퉁이에 높은 종탑을 세워 이슬람 사원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성당 벽에 그려놓은 예수님, 마리아, 세례 요한이나 사도들의 성화위에 하얀 석회가루를 뿌려 도배를 해버렸다. 그리고 십자가를 모두 없애버리고 그 대신 아랍어로 씌여진 ‘알라는 영원하다’는 원형 석판을 성당 군데군데 매달기 시작했다.
비잔틴 문화의 총체적 집결이라고 평가되는 소피아 성당의 몰락을 어떤 사람들은 중세의 마감으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자 콘스탄티노플을 떠나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서유럽에 정착했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르네상스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좌우지간 소피아 성당의 함락은 곧 비잔틴 제국의 몰락이요 유럽 종교질서의 종말을 고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도 세월이 지나 멸망의 때를 맞았고 터키란 근대 국가가 들어선 후 1935년에 이르러 이 모스크는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비잔틴의 꽃처럼 애초 성당으로 건축되었다가 이슬람의 공격을 받아 모스크로 바뀌고 지금은 박물관이 되어 버린 ‘거룩한 지혜’는 다시 모스크로 변경되어 이슬람교 예배당으로 용도변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슬림들이 지금 이스탄불 소피아 성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기독교 성당으로 900여년, 이슬람교 모스크로 500여년을 보낸 소피아 박물관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역사가 공존하는 곳이요 동시에 이 두 종교의 충돌의 역사가 그대로 숨을 죽이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서방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벽화위에 회칠했던 횟가루를 벗겨내기 시작했지만 그 바람에 오리지날이 훼손된다는 우려 때문에 그 복원작업도 중단된 채 방치되어 이건 성당인지 모스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두 종교의 짬뽕 성전이 되어 버린 소피아 . . . .
수년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 소피아 성당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이 나라의 무슬림들은 교황청이 이 성당을 빼앗아가려고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고 바짝 긴장하면서 그 성당 안에 들어서서 어떤 기독교적 제스처를 써서는 안된다는 약속을 받고 교황을 들여보냈다는 일화도 있다.
교황에게도 그렇게 험악하게 나오는 마당이니 일반 관광객이 성당에 들어설 경우 소리 내어 기도를 해서도 절대 안되고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아멘, 할렐루야도 절대 사용 불가다. 구경만 해야 한다. 박물관이니까.
그러나 그 소피아에 들어서는 순간 기독교 순례자들은 “어찌 소피아 성당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탄식의 소리가 절로 나온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같은 심정일 것이다. “어찌 이 지경이 되었을까?”
무대를 이스탄불에서 이쪽 오렌지 카운티로 옮겨 보자. 지난주 오렌지 카운티 교회 협의회 주최로 영적 대각성 집회가 가든 그로브에 있는 수정교회, 즉 크리스탈 캐시드럴에서 개최되었다.
수정교회는 아시다시피 캐톨릭 교구에 팔려 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수정교회란 이름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아니 그 교회가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 해도 더 이상은 그 유리 예배당을 두고 하는 말이 될 수 없다. 캐톨릭 교회가 ‘크라이스트 성당’이라고 이름을 바꾼 것이다.
교협은 이제 더 이상 개신교 예배당이 아닌 수정교회에서 마지막으로 영적 각성집회를 열어 시대의 흐름을 분별하자는 뜻으로 여기서 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강사로 초청된 오정현 서울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님은 설교 중에 “어찌 수정교회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라고 탄식하면서 “교회가 외적 성장에만 치중하다보면 결국 복음의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복음의 능력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어찌 수정교회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란 오 목사님의 안타까운 심정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기도 하다. 수정교회가 챕터 11을 불러 파산신청을 하고 빚에 몰려 마침내 5천7백만 달러를 받고 캐톨릭 교회에 그 예배당을 팔아 버리다니 . . . . 이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개신교회의 현주소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소위 메인 스트림이라고 자처하는 주요 교단들이 예산부족 때문에 예배당은 번뜻한데 교인이 없어 그나마 남아있는 몇몇 성도들을 이웃 교회로 전출(?)시키고 주인 없는 예배당을 헐값에 팔아 교단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 또한 우리 시대 개신교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성도들의 피땀으로 세운 교회당을 쉽게 팔아 챙긴 금쪽같은 돈이 교단 본부서 월급받는 사람들의 잔돈푼이 되고 있다면 이건 아니지 않는가?
그럼 또 무대를 서울로 옮겨보자. 몇 주 전 LA를 방문한 이형규 쿰란 출판사 사장님께 들은 얘기다. 한국 대학 신입생 중에서 기독교인은 1/5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교회마다 주일학교가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 다음으로 해외선교 2등하면 무엇하겠는가? 이것이 한국 개신교의 현주소라면 미래가 너무 암울하지 않은가?
소피아 성당, 수정교회, 그리고 . . . . “한국 교회는 어찌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그런 탄식의 시대가 도래 하지 않도록 오 목사님의 말대로 정말 복음의 능력으로 무장할 때가 되었다.
수십 억 짜리 예배당, 교회에 널려 있는 감투, 학위라면 가짜라도 마다하지 않는 박사만능주의, 특권층처럼 살아가는 성직자들의 남아나는 돈 . . . 복음의 능력을 사모하는 마음이 거기 있을 턱이 없다.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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