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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결혼은 하고 싶은데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부부가 많다고 한다. 한국에선 결혼 한번 했다하면 부모 집 기둥뿌리가 송두리째 뽑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호텔에서 결혼식을 할 경우 1억 원이 든다는 꿈같은 소리도 있고, 신혼집 마련을 포함 시방 대한민국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 8백만 원이란 글도 읽었다.
자립해서 결혼하는 젊은이는 거의 없고 모두 부모에게 기댄다고 한다. 사돈집에 보낼 선물들은 샤넬가방, 밍크코트, 다이아몬드 쌍가락지, 페라가모 양복맞춤, 루이비통 핸드백이 대세라나 . . . 아무튼 별나라 얘기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는 나라, 폼생폼사의 나라다.
이런 동화 속의 결혼식과는 정반대로 정말 결혼은 하고 싶은데 결혼식 비용이 없어 결혼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미 동거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고 한다.
시애틀 교외에서 목회하는 한 목사에게 두 커플이 찾아와서 결혼은 하고 싶은데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없다고 사정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결국 그 들 중 한 사람은 집에서 결혼식을, 또 한 사람은 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에게서 힌트를 얻은 그 목사는 교회가 이런 사람들을 위해 ‘프리 웨딩,’ 그러니까 공짜 결혼식을 제공해 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그 목사는 이미 동거를 하고 있지만 돈이 없어 결혼식을 미루어 온 부부들에게 공짜 결혼식을 올려주기 시작했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이 소문이 퍼져 그들에게도 공짜 결혼식을 제공함으로 불신 커뮤니티에 파고 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목회자들에게 동거는 크리스천 윤리에 어긋나고 비 신앙적인 일로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살아가는 동거 커플들이 교회에 출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교인들끼리도 동거하는 사람들에겐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기 놀라운 통계 하나가 있다. 한 연방정부 리포트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결혼한 사람들의 68%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동거 부부였다고 한다.
미국에서 거행되는 결혼식의 3/4이 교회에서 치러지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목사들에게 동거란 관심 밖의 잇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백60만 명이 결혼식 생략하고 동거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숫자는 ‘모범답안’에 따라 결혼한 사람 2백 20만 명의 약 3배에 해당하는 숫자에 이르고 있다. 결혼식을 거치지 않고 부부로 살아가는 인구가 이렇게 증가추세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래서 이 목사가 착안해 낸 아이디어가 일 년에 한번 프리웨딩 데이, 그러니까 무료 결혼식의 날을 교회가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교회는 예배당, 주례목사, 사진사, 생음악, 멀티미디어, 꽃, 웨딩 코디네이터, 웨딩 파티를 위한 스낵 등을 제공해 준다. 참가자들은 75개의 노래 가운데서 생음악을 선택할 수도 있다. 돈으로 따지면 약 8천 달러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교회는 오직 두 가지만 요구한다고 한다. 하나는 주정부에서 발급해 주는 결혼 라이센스요, 또 하나는 성경에 기초한 4주간의 결혼 상담 클래스. . . 딱 2가지뿐이라고 한다.
이런 공짜 결혼식을 통해 마침내 그 교회 출석을 결심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CBN은 소개했다.
그럼 우리 한인사회를 살펴보자. 영주권 때문에 울고, 영주권에 속아 우는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가? 구구절절 꼬린 인생사 때문에 면사포 써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동거 커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동거는 죄악이라고 못 박아 놓고 교회는 그들의 출입을 막아서야 옳은가?
근사한 예배당을 결혼식장으로 빌려주고 마치 사채업자들처럼 돈부터 챙기려 드는 모습은 전혀 없었는가? 결혼식 주례의 자리를 거룩한 성례의 증인으로서가 아니라 짭짤한 부수입의 원천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는가?
물론 각 교회마다 교회당에서 결혼식을 올릴 경우 얼마 얼마의 비용을 책정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다 준비되어 있기는 하다. 파트타임 웨딩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 우리들의 한인 교회에서 행해지는 결혼식이 사용료만 챙기려 드는 저속한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싸잡아 비판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진지한 웨딩 카운슬링을 제공하며 정말 아름답고 성스러운 결혼식을 제공하는 교회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교회당 결혼식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느니, 목사에게 지불되는 사례비가 너무 과하다는 소리가 솔솔 들려오는 마당에 가끔은 ‘프리 웨딩데이’같은 것을 세상에 광고해서 그동안 동거하며 살아오던 불신자들에게도 무료 결혼식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말이다.
동거하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예비 신혼 부부 중에서도 결혼식 비용이 은근히 부담되어 결혼은 원하지만 돈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만약 공짜 결혼식을 제공하면 웬만한 평균 인격 소유자라면 그 교회 평생 교인으로 눌러 앉게 되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예배당이라도 복음을 위해 귀하게 활용되지 못하면 그건 죽어 가는 건물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의 성당들이 그러했다. 무료 결혼식을 제공하여 새 가정을 창조하는 부부들을 위해 축복의 자리로 활용될 수 있다면 그건 예배당이 이 세상을 위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무료 결혼식 해드릴까요?” 불경기에 교회에서 그런 기쁜 소리라도 터져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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