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회에서 교회의 역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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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철 목사
<제자들교회>


정신적인 세계에 설 때 그리고 도덕적 세계에 설 때 나라를 올바로 볼 수 있다는 함석헌 선생님의 일갈이 생각납니다.
신앙이 개인의 평안이나 영원을 위한 종교생활로 끝나지 않고 현실을 지배하는 근본원리로 설 때, 교회는 교회로서의 참 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사회에서 야기되는 디지털 빈부의 격차, 인터넷 중독, 정보의 남용과 유출로 개인 사생활의 침해, 인간성상실, 자아 정체성의 혼돈과 전통의 붕괴 등과 같은 현상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닌 현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문명의 이기는 언제나 양날을 가진 칼과 같습니다. 이러한 도구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공동체에 해악을 끼친다면 디지털 세계 역시 구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주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회의 구원사역은 이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인 디지털 세계까지 전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교회는 먼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는 항상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어려움은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못하는데서 심각해집니다.
병이 들었지만 자각증세가 없어서 더 심각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사이버세상이 새롭게 나타났다면 당연히 문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으며, 교회는 그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현실에 나타나는 문제들의 많은 원인이 디지털사회의 특성에서 말미암는다는 것을 인식하기는커녕 그 세상에 다가가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서 방치해 둔다면, 디지털세대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미래를 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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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이 막연한 관념에 그치듯이 교회가 문제에 대하여 갖고 있는 생각이 뜬구름 잡는 개연성에 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모순어법(oxymoron)이란 말이 있습니다. ‘공공연한 비밀’이나 ‘찬란한 슬픔’같은 표현처럼 양립할 수 없는 두 개념을 사용하여 더 효과적이며 강하게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신앙과 사회 즉 세상은 마치 양립할 수 없는 개념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서로 분리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신앙적 세상 혹은 신앙적 사회라고 표현한다면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이며 교회가 추구해야 하는 이상향이 아닐까요? 이것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교회의 관심과 희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회는 전문인력 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얼마 전에 미국의 어느 대형교회에서 Dog Days(개의 날)을 정하고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 함께 예배드리는 시간을 마련해 이슈가 됐었습니다.
개인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가족에게 쏟아 부을 사랑을 애완견에게 주고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합니다. 교회마다 주일학교 어린이 담당 교역자가 있듯이, 예배 시간에 개를 담당하는 전문 사역자가 필요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하물며 디지털 세상은 이미 현실이지 가상 세계가 아닙니다. 이러한 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분석하여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하고 사회를 그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이미 도래했습니다.
교회는 현 시대에 이러한 사명을 깨달아 사회와 세상을 책임지고 이끌며 정복하고 다스리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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