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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는 폭풍 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한인교계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가 되었다.
지난 5월 초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 연합감리교 4년차 총회에서는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교리와 장정이란 교단 헌법을 뜯어고치겠다고 동성애 지지자들이 벼르고 나섰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만약 연합감리교회가 이번 총회에서 동성결혼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면 미국 장로교회(PCUSA)에 소속된 한인교회들처럼 교단을 탈퇴해야 하느냐 마느냐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는 동성애 합법화 쪽으로 헌법을 개정하려고 했으나 주민투표 뚜껑을 열어보니
동성결혼 절대 반대로 나타나서 동성애 반대 입장이 결국은 미국의 기본 정서이려니 했는데 이게 무슨 대낮의 벼락이란 말인가? ABC 방송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동성결혼 찬성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최초의 일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골든 룰’까지 인용하면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해야 한다며 게이나 레즈비언들이 불평등이나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캘리포니아 주의 동성애 교육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LA 지역 한인 교계에겐 테러 수준의 충격이었으리라.
오바마 대통령은 작심하고 동성애 지지 발언을 하고 여기 LA로 날아와 스튜디오 시티에 있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집에서 열린 선거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민주당 골수인 여배우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를 비롯 150여명의 할리웃 인사들이 참석했는데 놀라지 마시라. 1인당 참가비는 4만 달러. 그날 걷어 들인 모금액수는 무려 1천5백만 달러였다고 한다. 세상에 밥 한번 먹어주고 이런 돈을 모금할 수 있다니 맘몬의 신이라 한들 이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을까?
지지발언 직후 비행기를 타고 강력한 동성애 지지 그룹인 할리웃으로 달려 온 것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요, 거액의 모금액수를 슬쩍 흘려 준 것도 동성애 지지란 게 이젠 거슬릴 수 없는 시대의 대세란 것을 암시해 주려는 작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를 두고 조금도 좋아질 것 같지 않은 골치 아픈 경제에 쏠린 백성들의 눈을 딴 곳으로 돌려보려는 유인작전이란 비난도 있다. 사실 그의 동성결혼 지지 발언 후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정작 동성결혼이 아니라 취업, 그리고 헬스케어라는 조사가 나왔다.
유권자들은 ‘잡’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중산증과 저소득층은 로켓포처럼 하늘로 치솟는 의료비 부담 때문에 병원 가는 일을 그림의 떡처럼 알고 있다. 그들에게 동성결혼 찬성 선언은 폭풍도 아니고 가슴에 와 닿는 잇슈도 아니다.
부자들만 감싸려는 공화당 보다는 그래도 이민자나 소수 인종을 존중해주는 민주당에게 은근히 마음이 열려 있는 것이 대부분 한인들의 정치성향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30년을 살면서 필자의 심정도 그랬으니까.
그렇다고 대통령의 느닷없는 동성애 지지 선언 때문에 민주당으로 향하던 마음을 단칼에 잘라 버릴 수 있을까? 한인 전체는 몰라도 동성애라면 절대 반대를 외치는 한인교계에선 오바마의 이번 발언으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 공화당 사정은 어떤가?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일찌감치 하차한 릭 페리나 깅그리치, 그리고 릭 샌토럼 등은 복음주의 기독교 가치관에 잘 맞아 떨지는 후보들이었으나 표를 얻지 못해 쓸쓸하게 퇴장당하고 말았다. 이번 주 론 폴까지 경선포기를 선언했으니 남은 것은 한사람, 오직 미트 롬니 뿐이다. 이제 금년 대선은 오바마와 미트 롬니의 대결로 굳어졌다. 롬니는 누구인가? 아시다시피 잘 사는 부자인 것은 틀림없고 또 하나 틀림없는 그의 종교적 배경은 몰몬교라는 점이다. 몰몬교 선교사로 활약한 적도 있다.
동성애를 지지하고 나선 버락 오바마, 몰몬교 신도인 미트 롬니. . . 둘 다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럼 금년 대선에서 누굴 찍는다? 혼란스러워 진다.
그러나 조금 냉정해 질 필요가 있다. 미트 롬니에 대한 지지율이 미국의 캐톨릭 신자들에게서 점점 높아지고 있고 심지어 바이블 벨트란 남부지역 기독교인들도 그에게 찬성의 손을 흔드는 모습이다. 그들의 논리는 한마디로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담임목사를 뽑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정치인 미트 롬니와 몰몬교인 미트 롬니는 떼어놓고 생각하자는 것이다.
그 말이 맞는 말이라면 그건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오바마의 동성결혼 지지 발언직후 이번 주 뉴스위크의 커버 스토리는 ‘오바마, 미국 최초의 게이 대통령’이었다. 그건 틀린 말이란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우선 그가 최초의 게이 대통령은 아니라는 것이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제임스 부케넌 대통령은 국민들도 다 알고 있던 게이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오바마가 동성결혼 지지를 선언 했다 해서 그가 지금 게이인가? 그런 증거는 아무데도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결혼이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란 전통적인 결혼관을 좇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는 기독교 가정이다.
동성결혼 찬성은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까지도 배려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오지랖으로 해석하면 우리들의 마음은 한결 편해진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정치적 스탠스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동성결혼 지지로 돌아 섰으니 당장 우리들도 동성애 반대 캠페인을 포기하고 찬성 쪽으로 돌아서야하는가? 그건 아니다.
동성애자들도 분명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요, 주님의 은혜는 그들에게도 임해야 된다는 사실을 전제하되 우리들의 신학적 스탠스가 동성애 반대라면 그렇게 밀고 가는 것이다.
캐톨릭을 보라. 낙태하면 세상이 뒤집어져도 끝까지 반대다. 자신들의 신앙에 대한 그 타협 없는 원칙주의가 2천년 역사를 지탱하는 견고한 척추처럼 작용해 왔다.
로마에 가서 로마인이 되는 것은 처세에 속하지만 로마에 가서도 예수만큼은 버릴 수 없어 차라리 순교를 선택하는 것은 신앙이다. 사도 바울이 그랬다.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애 지지 발언에 기죽지 말고 계속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동성애 반대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들의 신앙 때문이다.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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