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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교계에는 말씀은 없고 ‘말씀 비스무리’가 판을 친다고 염려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교회에서 ‘말씀’하면 우선 ‘하나님의 말씀(Word of God)’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된다.  그런데 설교를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는 것이 말씀이다. “이제 목사님께서 말씀을 선포하시겠다,” “아무개 목사님이 말씀을 맡으셨다,” 이런 표현에 등장하는 말씀은 설교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말씀하면 설교를 일컫는 말이 된 것이다.
아마도 설교의 말씀은 당연히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행위라는 믿음 때문에 그렇게 통용되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성경봉독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회중에게 선포되긴 했으나 정작 그 말씀을 받들어 교훈을 주어야 할 설교순서에 가서는 하나님의 말씀하고는 거리가 멀거나 전혀 상관없게 느껴지는 설교.
그러니까 성경 따로, 설교 따로, ‘따로 국밥’인 셈이다.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구구절절 자신의 성공담이나 황당무계한 업적을 자랑하는 바람에 잠자코 듣기가 무안할 정도의 말씀 . . .
말씀으로 받아야 하는데 진짜 말씀에서 아주 크게 오버하여 마침내 사이비로 변질된 경우를 ‘말씀 비스무리’라고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스타급 부흥 강사들이 많다.
서로서로 자기네 교회로 초청하여 부흥회를 열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수많은 웨이팅 리스트를 수첩에 적어놓고 즐거워하는 목사들 . . .
그런데 그 스타 목사들 가운데는 개그맨 뺨 칠 정도의 제스처와 노래실력, 암기력, 그리고 사람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하는 입담 때문에 툭하면 박수가 터져 나오고 아멘, 할렐루야가 넘쳐난다.
그런데 조금 정신 차려 듣다보면 가끔씩 둘러대는 성경말씀은 자기 자랑을 위한 들러리용이지 정녕 말씀과는 거리가 먼 말씀 비스무리라는 데 문제가 있다.
최근엔 미주 지역에 부흥회를 오면서 공공연하게 교포들 위문공연 간다는 부흥사들도 있다.
우선 부흥회는 재미있고 봐야 된다는 분위기 때문에 약간의 말실수, 혹은 강단에서 저래도 되나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천박한 언어 따위는 애교로 봐 줘야 한다.
이게 모두 재미가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재미없는 부흥사는 불러봐야 밑지는 장사라는 생각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일 것이다. 
물론 불신자들을 초청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고 전도를 목적으로 하는 부흥회가 많기 때문에 처음 교회 문턱을 넘어서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제공하여 교회에 마음을 붙이게 하겠다는 전략이라면 일리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솔직하게 따져보자. 요즘 부흥회에 불신자들이 찾아나서는 부흥회 보았는가? 대부분 교회의 주일 예배 숫자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게 부흥회 참석율이다.
아니면 불신자 초청 보다는 기존 신자들에게 재미와 조크를 제공하여 신앙생활의 변화를 찾는 계기를 마련해 주겠다는 계산에서 개그 맨 수준의 인기 부흥사들을 강사로 초청한다면 이는 오늘날 교인들의 수준을 너무 폄하하는 태도가 아닐까?
부흥사들 가운데는 정말 미주 한인동포들이 하나님 중심의 이민생활을 이루어감으로 한국산 토종 믿음을 자랑스럽게 후세들에게 물려주는 한편 미국 땅의 영적 재건에 앞장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될 것을 간절히 기도하며 부흥회를 준비하는 존경스러운 부흥강사들도 적지 않다.
이런 분들은 더 빈번하게 초청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씀에 정직하려고 애쓰는 목사들은 인기가 없다.
‘말씀 비스무리’에 열중하는 재미있는 목사들만 여기저기서 오라고 열광한다.
아주 굉장한 대가(?) 목사님을 연합 부흥회 강사로 초청했다고 어느 평신도 연합회장이 숨이 넘어 갈듯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누구냐고 물었다.
바로 그 스타 부흥사중 한사람이었다.

무조건 재미있고 웃겨주면 대가라는 것이다.
어찌하여 부흥회가 이렇게 심심풀이용으로 전락되었고 부흥강사가 개그를 못하면 설교가 형편없다고 뭉개 버리는 시대가 도래하였는가?  
사실은 세상의 트렌드에 쫑긋 귀를 세우고 살아가는 오늘날의 교회가 문제다.
너무 쉽게 세상 것을 받아들이고 너무 쉽게 그것들을 즐기는 오늘날의 교회들. . .
트위터가 선교에 좋다 하면 그리 몰려가고, 설교 원고 대신 아이패드를 들고 강단에 서는게 훨씬 더 근사하다고 느껴지면 또 정신없이 그쪽으로 달려간다.
목회 스타일도 그렇다.
세상이 열광하면 함께 열광하고 식어버리면 함께 식어버리는 ‘냄비 목회’라고나 할까?
물론 세상과 교회를 이원화하여 흑백 논리로 접근하자는 뜻이 아니다.
고요하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복음을 실어 나르는 교회들이 조금은 도도하고 조금은 세상 풍조를 우습게 배척하는 거룩한 오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설교도 재미있고 교회도 재미가 있어야 하고 목사님도 유머감각이 있어야 최고로 취급받고 그리하여 영성공동체고 뭐고 모든 것을 재미와 조크에다 기준을 맞춰가겠다는 태도부터가 세속의 즐거움과 구별 없이 살겠다는 혼합주의가 아니겠는가?
사람 많이 모이는 부흥회, 한번 웃고 즐기고 흩어지는 부흥회, 그걸 부르기 쉽게 심령 부흥회라고 불러도 되는가?
아니면 개그 콘서트라고 해야 하는가?

‘말씀 비스무리’에 너무 정신 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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