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회와 신앙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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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철 목사
<제자들교회>


포스트모더니즘의 여섯 번째 특징은 단편화(Fragmentation)란 말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근대와 현대사회는 통일성과 총체성이란 말로 특징져질 수 있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은 이것을 극단적으로 거부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건축양식은 통일성을 생명처럼 여겼지만 요즈음은 그 통일성을 최악으로 간주합니다.
다시 말해서, 포스트모던 건축은 단일한 가치 대신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장려합니다.
완벽한 통일성을 바탕으로 한 건축설계를 거부하고, 의도적으로 건축양식과 형태와 구조를 불일치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더니스트들이 어떤 질서나 통합을 위해 단편화의 수법을 사용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단편화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쉽게 말해서 단편화를 위한 단편화이지 전체를 통일하기 위한 단편화가 아니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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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상존하던 모더니즘은 파편화되어 가는 인간의 삶의 모습을 종합하고 총체화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은 이것을 부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치욕과 수치로 여깁니다. 그래서 예술의 상품화를 거부하고 단편화를 위한 단편화를 거듭합니다.
특별히 포스트모던 예술가들은 고유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표현의 다양성과 다양한 가치를 수용합니다.
대중문화에 있어서도 더 고상하고 우월한 위치에 고급문화가 있다는 통념을 거부합니다. 사실과 허구, 현실과 가상을 모호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포스트모던적 사고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의 사이버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전형적인 기준이나 모범이 무의미하며 각 개인이 기준이고 국가나 사회 같은 기존의 각종 경계를 해체시킵니다. 그리고 이해력보다는 보고 느끼는 경험을 중요시합니다.
이러한 각종 기준과 질서의 해체(deconstruction)는 자연스럽게 지식의 해체로 이어지고 진정성이란 개념이 화두로 떠오릅니다.
지식이란 것은 기존의 통일된 사상과 흐름이라고 하면 진정성이란 것은 현재 상황의 다양한 파편의 조합이며 눈과 귀를 통한 수용성을 뜻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음악이론이나 미학의 개념에 맞추는 것보다는 진정성을 전달하여 마음이 움직이고 눈물을 흘리며 상호교감이 이루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러한 현상은 종교계에서도 현저하게 드러납니다. 기존의 종교에 대한 개념은 체계화되고 질서화된 교리를 공부하고 주기도문이나 염불을 같이 외우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더불어 경험하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코이노니아’(koinonia), 불교의 ‘승가’(samgah), 그리고 이슬람의 ‘움마’(ummah)와 같은 것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의 단편화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배우는 종교에서 체험하는 종교로 변하는 현상은 그 때마다의 단편적인 현상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연유로 기독교 영역에서도 체험 중심의 신사도운동이나 아이합(International House of Prayer)이 확산되고 그러한 교회들이 성장을 맛보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구미와 상황에 맞는 것을 도입하여 교회가 양적 성장을 이룬 것인데 마치 성령님의 역사인양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배에 대한 기존관념을 무너뜨리고 교리 논쟁을 무색케 하며 심지어 기독교의 진리에까지 무관심한 양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교인 숫자가 늘어나고 어려운 현실을 도피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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