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회와 신앙 9


탁영철-01.jpg

탁영철 목사
<제자들교회>


현대 기독교의 위기와 문제를 인식하려면 아무리 어려워도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란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가 어려운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말의 정의를 명확히 내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고 근대정신 사조의 핵심 이념과 원리 및 가치를 문제시하는 지성적 분위기와 문화적 표현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기존의 것을 거부하므로 ‘중심성의 상실’과 ‘표준의 해체’로 특징지어지며, 자연스럽게 인간의 이성과 과학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거부하고 감성과 직관을 강조합니다.
이 용어는 문학, 예술, 건축, 철학, 사회이론, 매스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므로 하나의 현상이 아니고 여러 현상들을 총체적으로 지칭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크게 여섯 가지로 특징 지워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점주의, 탈경전화, 혼합모방, 대중주의, 행위와 참여, 단편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을 이와 같이 여섯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는 것은 같은 현상을 다른 방향에서 본 자의적 관점일 수도 있지만 명확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째는 관점주의(觀點主義, Perspectivism)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관점인 절대주의(absolutism)와 이원론(either/or)을 부정하고 다양성에 대한 인지와 이해를 추구합니다.


바이블-01.jpg


니체(Nietzsche)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이 세상에 보편적, 객관적, 절대적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말하기를, “세상의 모든 현상은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변화하며 움직이는 변화와 생성의 세계인데 사람들은 이처럼 변화무쌍한 세계 스냅샷 사진을 찍듯이 고정시키고 포착하여 마치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가공해 낸다.
이른바 ‘인식’이라는 행위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떤 현상을 인식하고 해석하여 갖고 있는 생각, 즉 관점은 필연적으로 진실(생성의 세계)의 일부만을 반영할 뿐 절대적 진리일 수 없다.”고 합니다.
둘째는 탈경전화(Decanonization)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프랑소와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는 자신의 저서 [포스트모던의 조건](La condition postmoderne)에서 현대사회를 지배담론(Masternarrative)의 탈 권위와 붕괴의 시대라고 지적하며 그 대신 소수의 담화이며 언어게임의 이질성을 보존하는 소설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서구의 전통적인 형이상학 체계인 진리, 주체, 초월성 이성 등을 거부하고 규범과 경전에 대한 도전으로 인해 엘리트주의, 남성우월주의를 부인할 뿐 아니라 대중의 참여와 비평을 유도하며, 대중문화, 여성문화, 민중미술, 제3세계의 예술, 소수민족 예술, 노동자 예술, 이방인의 문화에 대한 관심 등의 대중 예술이 주류를 이루게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혼합모방(Hybridization)입니다. 풍자적, 조롱적 모방, 우스운 모방을 포함하는 것으로 장르 의식의 붕괴와 혼합을 의미합니다.
지속과 단절, 고급문화와 저급 문화가 혼합되고 현재 속에서 과거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확장시키게 됩니다.
현재와 과거의 동시성을 획득할 뿐만 아니라 공간 상호성, 즉 병렬적, 수평적, 평등적 공간의 확산을 통한 공동체 의식을 얻게 되는 것을 강조합니다.
기존관념에서는 어울릴 수 없는 것들을 섞고 부조화와 조화를 혼합하여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엮어내려고 시도합니다.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