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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누구 찍으실래요?” 물으면 “난 관심 없어요. 롬니도 싫고 오바마도 싫으니까.” 맘에 드는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경기는 안 풀리고 살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그렇다고 대통령이 집값을 올려 주던가, 실업률을 잡아주던가, 아니면 개솔린 가격을 확실하게 주저앉힌다면 또 몰라도 아주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는 무슨 부자 증세, 오바마 케어 폐기, 국가 부채 해결 등등 막연한 공약들로 후보 토론회를 열고 나서 누가 이겼네, 누가 졌네를 떠들고 있으니 선거판에 관심이 없을 법도 하다.
그러나 투표는 해야 한다. 프랭클린 애담스가 한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서 투표하는 것이다.”
더구나 투표하지 않아도 결국 아무 불이익을 주지 않는 이 나라에 살면서 그만큼 시민의 자율을 인정해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서라도 투표는 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은 자유 투표제를 선택하고 있는 나라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자유 투표의 반대는 의무 투표제다. 투표하는 게 의무로 규정된 나라에선 안 하면 불이익을 당한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투표를 안 하면 벌칙으로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투표권을 박탈하기도 하고 공공서비스를 제한하는 나라들도 있다.
예컨대 호주에서는 투표를 안 하면 20 호주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재수가 없으면 투표를 안 했다가 감방에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OECD 국가 중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그리스, 스위스, 터키가 강행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는 강행규정은 없고 벌칙만 있다고 한다.
의무 투표제를 실시하는 나라들은 투표는 납세와 같이 시민의 의무이며, 사회가 조화롭게 기능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자유 투표제도를 찬성하는 나라들은 투표는 시민의 의무가 아닌 시민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민은 법적인 권리, 예컨대 자유로운 발언, 투표 등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강요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 특히 의무 투표제는 시민의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의무 투표제는 미국 일부에서도 시행된 바 있다. 조지아 주의 경우 1770년대에 투표 불참자에게는 5파운드 미만의 과태료를 내도록 주 헌법이 정한 바 있었다.
벨기에에서는 15년 동안 4회 이상 투표에 불참하면 투표권이 10년간 박탈된다. 그리스의 경우는 투표를 안 하면 여권과 운전면허증 발급을 제한한다. 벨기에는 공무원이 되는 데 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페루에서는 선거에 참여했다는 인증서를 수개월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인증서가 없으면 잡다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볼리비아에서는 석 달 동안 자기 은행계좌에서 봉급을 인출할 수 없다고 한다.
투표를 안 했다고 이런 불이익을 당해야 하다니 참으로 가지가지다.
투표에 관해 특이한 나라들도 많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군인이나 경찰은 투표하지 않는다. 이집트의 경우 투표는 남성만의 전유물이다. 여자는 투표권이 없다. 인도네시아는 더 이상하다. 무슬림에게만 의무투표가 적용되고 기권은 종교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파라과이에선 75세 이상의 노인들에겐 투표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어떤가? 여자에게 투표권을 제한하는가? 아니다. 노인에게 투표권을 제한하는가? 아니다. 유색인종이라고 제한하는가? 아니다. 무슬림이라고 제한하는가? 아니다. 영어를 못한다고 제한하는가? 아니다. 투표 안 했다고 벌금을 물리는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투표권을 주되 그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철저하게 자율에 맡겨주는 나라. 대명천지에 이렇게 자유로운 나라가 어디 있을까? 이런 자유의 나라 시민이 되었으니 당연히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그 자유를 누리는 자의 기본 예의가 아니겠는가?
빌리 그래함 목사님이 지난주 미트 롬니 후보가 찾아오자 그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동성애나 낙태 문제에 있어 보수적 견해를 가진 빌리 그래함 목사님이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의 정책에 동의하여 그를 지지하겠다고 했으리라. 물론 그 분이 미트 롬니의 몰몬교 배경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몰몬과의 이단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고 우리가 사는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때라고 생각했기에 그는 롬니를 다만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본 것이다.
미국 복음주의 대부라는 빌리 그래함 목사님도 어쩌면 우리처럼 “둘 다 맘에 드는 자가 없어요!”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투표는 선택이다.
선택을 포기하면 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목사님도 하나를 선택한 게 미트 롬니였을 것이다.
그 분이 롬니 후보를 밀고 나왔으니 우리도 롬니에게 몰표를 주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하나를 선택하여 투표에는 참여해야 이 나라 자유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스윙 스테이트란 말이 있다. ‘경합주’란 말이다. 아직도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왔다갔다 흔들리고 있는 스윙 스테이트가 이번 대선에선 유별나게 많아서 누가 당선이 될지 예측불허란 말이 나온다.
이제는 결정할 때가 되었다. 교회의 미래, 우리 자녀들의 미래, 그리고 미국의 번영을 위해 어느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를 결정할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오는 11월 6일은 위대한 미국 시민의 위대한 한 표를 위대하게 행사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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