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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메이저 리그하면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MLB)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메이저 리그는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날 리그로 나뉘어 모두 30개팀, 미국이 29개, 캐나다에서 한 팀이 끼어 매년 4월 첫 주부터 부터 10월 첫 주 까지 경기를 벌인다.
이 두 개의 리그 챔피언끼리 맞붙는 경기가 메이저 리그의 피날레인 월드 시리즈 챔피언 결정전이다.
LA엔 아메리칸 리그에 속한 LA 에인절스가 있다. 홈 구장은 애나하임에 있다. LA 다저스는 내셔날 리그에 속해 있다. 지금은 한국으로 간 박찬호 선수가 한때 이름을 날리던 팀이다저스다.
그런데 아깝게도 에인절스는 금년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엄청난 연봉을 주고 데려온 몇몇 선수들이 별로 실력 발휘를 못한 모양이다. 다저스도 와일드카드를 통해 겨우겨우 실낱같은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구단주의 이혼 문제들로 시끌뻑적하더니 레이커스 출신 농구선수 매직 잔슨과 몇몇 사람들이 공동으로 새 주인으로 들어서더니 갑자기 보스톤 레드 삭스 팀에서 입이 떡 벌어지는 몸값을 주고 몇몇 선수를 데리고 왔지만 방망이에 불이 붙지는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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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는 에인절스나 다저스 모두 결승전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이번 시즌이 끝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나는 야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홈런이란게 금방 터져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대신 농구를 좋아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쉴 새 없이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을 통해 승패의 대리 만족 같은 것을 느끼기 때문일까? 스티브 내시, 드와잇 하워드가 가세한 금년 LA 레이커스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여름 스포츠라는 게 결국은 2가지다. 직접 골프장에 나가서 필드를 도는 것 하고 저녁에 아주 가끔씩 TV에서 메이저 리그 경기를 보는 정도다.
그런데 야구 경기를 구경하다보면 투수가 위기에 몰릴 때를 본다.
주자가 모두 1, 2, 3루에 버티고 있는 만루에 노아웃, 그리고 유명 홈런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아아, 공을 던져야하는 투수의 가슴은 얼마나 떨리고 두렵겠는가?
줄줄이 세 명의 타자를 스트라익 아웃으로 잡아내면 얼마나 좋으련만 대부분은 ‘깨몽’일 경우가 많다. 강속구, 변화구를 시도해 보지만 스트라익은 고사하고 잘못 던졌다가 4점 홈런을 허용할 경우 그 비난의 뭇매를 어찌 감당하랴! 내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는 투수라고 한번 가정해 보자. 아마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게 홈구장이라면 낯은 더욱 뜨거워 질 수밖에 없으리라.
이때 투수가 서 있는 마운드로 달려 나가는 사람이 있다. 소속팀의 감독이다. “저게 볼을 던지는 거야? 장난치는 거야?” 성난 감독이 달려 나가 투수에게 귀싸대기를 날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관중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사실은 정 반대라고 한다. “너 그걸 볼이라고 던지냐?”는 핀잔이나 구박은 고사하고 아주 부드럽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어제 저녁 뭐 먹었냐?” “아들 놈은 잘 크고 있지?” “아내 생일선물은 뭐 해 줄 건데?” 그런 엉뚱한 질문으로 쥐구멍을 찾고 있는 투수의 마음을 누그려 트린 다는 것이다.
물론 금방 투수를 교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감독은 그 투수가 마음의 안정을 찾아 다시 잘 던질 수 있도록 가슴에 타오르는 불을 꺼주는 소방수 역할을 해주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난 후부터 마운드로 달려 나가는 감독들을 눈 여겨 본다. 누가 이기고 지는데는 별로 관심이 없다. 위기에 몰린 투수가 어떻게 그 위기를 빠져 나오는지를 유심히 지켜본다.
대개 나이 들고 뚱뚱한 감독들이 뒤뚱뒤뚱 마운드로 튀어나가 한마디 속삭임을 건네고 들어오는 모습이 승패에 울고 웃는 야구장의 아름다움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경제는 풀리지 않고 모두가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나부터도 죽을 지경이다. 그게 어디 나만의 일이겠는가? 4점 홈런을 얻어맞고 허탈하게 홀로 마운드에 서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투수가 어디 야구장에만 있겠는가?
불경기란 홈런을 맞아 안되는 비즈니스 끌어안고 하루하루 시름에 빠져있는 남편, 남편을 돕겠다고 여기저기 허드렛일로 2-3개 잡을 뛰고 있는 불쌍한 아내, 영주권 때문에 궁리하고 또 머리를 쥐어짜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불법체류자, 직장을 얻어 보려고 백방으로 뛰어 다니건만 쌓이는 건 한숨 뿐, 직장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말을 정말 실감하고 있는 희망 없는 실업자, 아무리 열심을 내도 교회 성장이 멈춰버린 우리 교회 목사님, . . . . 우리 모두가 그런 모습으로 이 어려운 때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마운드로 달려 나와 나의 귀에 대고 속삭여 주는 감독의 부드러운 음성이다. “괜찮아, 다시한번 심호흡을 하고 공을 날려 봐! 이번엔 스트라익이 될 수도 있어.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마운드로 달려 나가 코치가 하는 것처럼 금년 가을엔 고개 숙인 우리 이웃들에게 한번 격려의 말을 속삭여 주자. 그래서 우리 모두 희망의 불씨를 살려 나가자.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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