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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한국의 여러 교단들이 총회를 여는 달이다. 


총회하면 우선 떠오르는게 쌈박질이다. 


목회자들이 모여 회의를 여는 거룩한 자리에 쌈박질이 깊어지다 보니 총회 장소에 경찰이 방망이를 들고 출동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되었고 심지어는 가스총도 등장하고 깡패들까지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 


총대 명찰 달고 넥타이를 매고 어떤 이는 클러지 칼라까지 착용해서 거룩성에 액센트 주는 것 까지는 좋지만 회의에 들어가 의견이 충돌하면 이들 모두는 시정잡배로 변한다.


 그래도 목회자들에게 총회는 즐겁다. 


총회장, 부총회장을 뽑다보면 식사 테이블 밑으로 건네주는 돈 봉투가 짜릿하게 오감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그 달콤한 불노소득 . . . 그런데 그 돈 봉투가 냄새나는 오염 물질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한사코 코를 막고 있을까? 


그 돈 봉투 때문에 한국교회는 지금 추하게 부패하여 사람들은 교회서 무슨 말을 해도 귀담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교회정문을 서성대다 그냥 유턴을 하고 있으니 계속 한국교회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길이 막막해 진다. 


그런 교계 정치의 계절 9월이 다가온 것이다.


교단마다 이색적인 헌의안들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한다. 


십일조를 6개월 동안 내지 않으면 교인 권리 자동 박탈, 안수집사는 오직 결혼한 남성으로 국한 한다 등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나의 관심을 끄는 게 하나 있다. 


어느 교단에서는 우리가 쓰는 찬송가에 애국가를 넣자는 헌의안이 상정되었다고 한다. 


교회에서도 애국가를 부를 때 찬송가에 수록되어 있으면 대단히 편리하고 특히 국민의 한사람으로 애국가를 사랑하고 애창하는 것은 교인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국민적 의무라고 생각해서 그런 아이디어가 올라온 것 같다.


찬송가에 애국가를 넣는다? 


사도신경이나 십계명과 함께 찬송가 어디엔가 애국가를 집어넣어 사실 나쁠 게 무엇인가? 

아니 자주 부르지도 않는 애국가를 찬송가에 넣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찬송가와 애국가는 애시당초 번지수가 다르다며 완강히 반대할 사람도 있을 법 하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애국가를 촌스럽게 생각하거나 그걸 부르는 사람을 함량미달 정도로 내리 깔으면 그건 시방 국가 전복 혐의를 받고도 뻔뻔한 오리발 작전으로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이석기와 같은 종북주의자나 남파간첩들 말고는 누구 그런 생각하고 있을까? 


애국가 대신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부르는 게 사상적으로 들어맞는 사람들 빼고는 찬송가에 애국가 들어가서 나쁠 건 없다는 애기다.


우리는 사실 정신적 이중국적자다.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국적을 인정해 주던 말던 여기 사는 한인 이민자들은 모두 이중국적자다. 


나같은 경우도 미국 여권을 갖고 살고 있는 시민권자이지만 ‘우리나라’라고 할 때 미국도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우리나라다. 


그러니까 나는 이중국적자다. 아니 복수국적자란 말이 더욱 타당하리라. 


그렇다면 애국가 부르는 것을 민망하게 생각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그건 한국어를 쓰고 다닐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찬송가에 애국가 삽입 불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다. 


통일찬송가 245장(시온성과 같은 교회)은 독일 국가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 


이건 하이든이 작곡한 황제의 생일 축하곡이었다. 


독일황제를 기쁘게 하려고 만든 노래가 우리 찬송가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영국국가도 들어 있다. 


통일찬송가 79장(피난처 있으니)의 원 제목은 ‘God save the Queen’이다. 


1745년 영국 왕립극장에서 연주된 후 지금까지 영국국가로 불려 지고 있는 곡이다.


의심되시는 분들은 ‘구글 서치’에 들어가서 세계 여러 나라의 국가를 검색하여 들어보시라. 


독일국가, 영국국가도 정회원 자격으로 찬송가에 버젓이 입성했는데 우리 애국가는 정회원은 고사하고 문전 박대를 당하고 있다면 이건 얼마나 서러운 노릇인가?


더구나 애국가 작곡가이신 안익태 선생님은 이 곡을 작곡한 후에 이승만 박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본인이 지은게 아닙니다. 하나님이 지은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감을 대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이건 또 얼마나 은혜로운 고백이란 말인가?


 통과될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애국가 플러스 미국 국가가 수록된 찬송가를 만들어 달라고 한국의 찬송가 공회에 아주 다부지게 주장하는 어느 단체 없을까? 


미기총이란 단체가 그런 일을 할 수도 있으련만. 


그런데 사실 한국의 찬송가 공회라는 곳도 쌈박질을 하기는 교단 총회들과 비슷한 현실이니 사실 어디에 대고 이런 주장을 해야 할지도 대략 난감이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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