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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WCC(세계 기독교 교회 협의회) 부산 총회가 드디어 이번 주 막이 올랐다.

 WCC 총회는 ‘기독교의 유엔총회’라고 불린다. 


그래서 부산은 이미 작은 지구촌으로 변했다고 한다.


1948년 창립된 WCC 총회가 지난 2006년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열린지 7년 만에 제10회 대회가 부산벡스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것이다. 


총회는 매 7년마다 한번 씩 열리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서 열리게 되었으니 국가적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경사에 재 뿌리겠다고 부산에선 WCC 총회 반대 거리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 LA에서도 ‘제2의 신사참배 WCC 부산총회 반대’란 신문광고가 뜨고 있는 중이다. 


난데없이 WCC에 왜 신사참배가 따라 붙었는지 광고주에게 묻지 않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 세상에 반대파가 없는 일이 어디 WCC 뿐이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에게도 반대파가 있었거늘 반대가 두려워서 진리를 외면하랴!


WCC는 우선 전 세계 5억 9천만 그리스도인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150개 국가에서 52만 교회가 소속되어 있고 목회자만 49만3천명이 속해 있다.


지역별로 회원 교단수와 성도수를 살펴보면 유럽 81개 교단(성도수 2억 8700만), 북미 31개 교단(7200만), 카리브 13개 교단(2600만), 아시아 75개 교단(6260만), 태평양 17개 교단(200만), 남미 28개 교단(4500만), 중동 12개 교단(970만), 아프리카 92개 교단(1억3193만)이다.


이번 WCC 부산총회 참가자 규모를 보면 미국이 307명, 스위스 200명, 한국 158명, 인도네시아 158명, 독일 152명, 캐나다 62명, 그리고 적도기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라오스 등 14개국에서 각각 1명씩 참석한다.


이번 대회의 관심사는 독일을 출발한 참가자들이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북경에 도착한 후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가서 금강산을 지나 남한으로 내려오는 ‘평화열차’ 북한 통과여부였다. 


한국교회협의회(NCCK)와 WCC 한국준비위원회가 남한에서 총회가 열리는 만큼 평화 통일에 대한 WCC의 확고한 지지를 반영하고 한반도의 분단현실에 대한 세계 기독교인들의 관심과 기도의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해 아마 평화열차 북한통과를 고안해 낸 모양이다.


그러나 계획은 꽝이 되고 말았다. 


대표단의 평양행은 북한의 ‘입국불허’로 일장춘몽이 된 것이다. 사실 평화열차란 이름아래 대표단이 북한을 통과한다는 상징적 의미 부여가 너무 어거지수준이란 생각도 들었다. 


거머리처럼 따라붙어 꼼짝 달싹 못하게 하는 북한에 들어가서 WCC 깃발 한번 휘둘러본들 무슨 소용이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러 대봤자 무슨 소용이랴!


평화열차 통과가 안되면 북한 교회 대표단이라도 총회에 참석해달라고 구걸하는 식으로 매달린 것 같은데 무참하게 그것마저 퇴자를 맡은 꼴이 되었다. 


북한대표단이 참가했더라면 부산 총회의 금상첨화라고 떠들면서 자화자찬에 빠졌을 관계자들이 머쓱해졌을 것이다.


사실 태평양 건너 내 눈에도 보이는 북한 사정을 교회협의회 사람들은 왜 그렇게 모르는 것일까? 

분별력의 부족인지, 사상적으로 그쪽 편향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극단 좌파 혹은 종북주의처럼 느껴지는 점이 없지 않다. 그래서 WCC 부산총회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도 일정 부분 공감이 가는 점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 감리교 평신도들이 들고 일어났다. 


감리회 평신도단체협의회(장로회전국ㆍ남선교회 전국ㆍ여선교회 전국ㆍ교회학교 전국)는 지난 28일 임준택 감독회장 직무대행에게 WCC 부산총회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할 수 있도록 건의안을 제출 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이다. 


이게 얼마나 당연한 주장이란 말인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세계 교회 대표들이 한반도에서 역사적인 모임을 갖게 되었는데 그 한반도 한구석에 상상을 초월하는 현대판 죽음의 수용소가 존재하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에 관해 모른 척 입 다물고 기념사진이나 찍고 헤어진다면 나도 WCC 부산총회 반대다. 


그러려면 뭐하러 한국 쌀밥 축내가며 부산에서 모였단 말인가?


평신도 단체 협의회는 “북한 동포들의 참혹한 인권유린의 실상을 더 이상 방치하거나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특별히 이번 WCC 총회가 분단으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북한을 향해 신앙의 자유, 거주의 자유, 법에 의한 재판, 정치범 수용소 폐쇄 등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탈북자 강제 송환을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도록 강력히 요청 한다”고 말했다. 


아멘, 또 아멘이다.


이런 걸 보면 감독회장 때문에 진흙탕 싸움은 계속 될지라도 감리교가 그냥 허당은 아닌 것 같다. 

북한 인권에 대해 결의문이라도 채택된다면 이번 WCC 부산총회는 대 성공이라고 우리도 박수칠 준비나 해 두자.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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