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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대형교회 목회자 사대주의가 있었나보다. 

큰 교회 목사는 그 교회 사이즈와 비례해서 모든 게 크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었다. 

큰 교회 목사는 그 만큼 노력의 분량도 다르고 영성의 사이즈도 구별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사님들이 더 예수님께 가깝다고 느껴진지가 오래다. 
그들에겐 대개 눈물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개척하여 10년 넘게 작은 교회를 목회하면서 나도 그렇게 눈물이 헤펐다.
 요즘 교회엔 ‘선포’만 넘쳐난다. 어처구니 없는 ‘선언’도 만원사례다. 

그런데 눈물은 사라졌다.

나는 기독교는 ‘눈물의 종교’라고 생각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나의 어머니는 교회에 가시면 우셨다. 새벽 예배에 뒤따라 나선 나도 그저 따라 우는 때가 많았다. 
오랜 기도가 끝나면 어머니의 얼굴에선 평화가 넘쳤다.

그래서 나는 기독교는 눈물의 종교라고 생각하며 컸다.

새들백 교회 릭 워렌 목사님도 내 사대주의 대상이었다. 

그는 빌리 그래함 이후 미국인들의 가장 존경받는 목사 중 한 사람이고 대통령 취임식 때 축복기도 해 달라고 불러 갈 만큼 미국 교계의 대표주자다. 

따르는 트위터 팔로워가 백만 명이 넘고 있다. 

이들 팔로워들은 워렌 목사님이 매일 쓰는 저널(신앙일기)를 읽고 있다. 

그의 저서 ‘목적이 이끄는 삶’은 세계적으로 3천6백 만 권이나 팔렸으니 그의 영향력을 가히 짐작케 해 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새들백 교회의 교회성장 컨퍼런스에 참가하면서 나는 때를 잘 만나 대형교회지 뭐 별게 없다고 느끼면서 그에 대한 사대주의가 허물어지기 시작했었다.

넥타이를 벗어 던지는 파격이나 조직적인 교인 훈련이 때를 잘 만나 우연히 성장이란 기적을 이룬 것이란 좀 삐딱한 생각 때문이었다. 

거기 내가 감히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콤플렉스와 질투심도 혼합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월 불행한 소식이 들려왔다. 

워렌 목사님의 27살 난 매튜란 이름의 아들이 자살했다는 것이다. 
권총 자살이었다.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정신치료를 받으며 온 가족이 회복을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모두 허사였다.
가족은 물론 워렌 목사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이들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대형 교회 목사에게도, 하나님께서 천하에 가장 크게 들어 쓰신다고 생각했던 그런 목사에게도 저런 고난의 때를 허락하시다니!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내가 더 놀란 것은 그의 솔직함이었다. 

큰 교회 목사라고 자신의 리더십에 어디 흠집이 날까봐 허둥대지 않았다. 

최근 CNN에 이어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선 신앙의 위기까지 경험하기도 했다고 했다. 
“하나님! 왜 나에게 이런 고난을 허락하시나요? 
내 아들을 치유해 달라고 매일 매일 기도했는데 치유가 아니라 이런 비극을 주시다니요?”

아직 아물지 않은 고통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이들 부부의 용기는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정신질환과 맞서 평생을 싸우겠다는 다짐도 했다. 

하나님 앞에 대형교회 목사 다르고 소형 교회 목사가 다를 리 없다는 뻔한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는 아들이 죽은 후 매일을 울었다고 말했다. 

눈물이 자신을 짓누르는 억압을 밖으로 내 몰았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눈물은 선물”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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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이 바로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매일 울었다는 아버지,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영적 거인이라도 아들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연약한 아버지. . .

하나님보다 더 강한 척 모든 고난을 의연하게 극복했다고 믿음의 용사처럼 떠들지 않고 오히려 매일 울었다고 순진하게 고백하는 아버지 . . .

문득 옆에 있다면 등을 감싸며 위로해주고 싶을 만큼 그는 내 가슴으로 다가왔다. 
만약 내 아들이 권총 자살을 했더라면 나는 어찌 했을까?

입장 바꿔놓기를 하면서 갑자기 그의 눈물은 나의 눈물이 되어 눈시울을 적셔왔다.
그래, 눈물은 하나님의 선물이야! 

사람의 힘으로 안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차마 눈물밖에 무엇이 있으랴! 

눈물로 하나님은 내 고통을 씻어주시고 내 절망을 녹여 주시는 분이 아니던가?

내 눈물이 말라버린 만큼 주님을 사모하는 마음도 말라버리는 것 같다. 

아들의 죽음 때문에 매일 울었다는 그 인간적인 모습과 눈물 때문에 더 존경하고 싶어지는 릭 워렌 목사님, 

그래서 그에 대한 나의 사대주의는 계속 될 성 싶다.
그리고 기독교는 눈물의 종교란 나의 신념도 변치 않을 것만 같다.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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