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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웨이를 운전하며 LA 다운타운을 향하다 보면 나는 가장 불행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직장에 가기 위해 가는 시간 2시간, 오는 시간 2시간, 도합 4시간을 길에다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게 살만한 나라인가?


내 아들도 LA 다운타운에 직장을 갖고 있다. 


매일 늦게 들어오다 보니 집에 올 때는 잘 빠지지만 나갈 때는 2시간이 넘을 때가 많다고 한다. 


결국 부모 집에 얹혀사는 편리함을 포기하고 다운다운 쪽에 있는 방을 얻어 나갔다. 


청춘의 귀중한 시간을 길바닥에 뿌리는 게 너무 아깝다는 주장이었다. 


나는 쉽게 동의하고 나가는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학교 근처 아파트를 빌려 살고 있는 딸이 지난 주말 집에 와서는 우리 집에 물이 없다고 5갤론 짜리 물통을 사다 그라지에 놔두고 갔다. 


지난주 포모나 근처에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몇 번 있었다고 놀랐다는 것이다. 


지진이 나면 물이 제일 문제니까 적어도 10여 갤론의 물은 비축해 놔야 된 다는 것이었다.


 지진? 나는 1994년의 노스리지 지진의 생생한 피해자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 지진의 진앙지였던 노스리지다.

언젠가는 ‘빅원’이 올 것이란 막연하게 예상은 하고 살지만 막상 지진이란 말이 회자되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게 LA 사람들이다. 


왜 하필 지진밭이라 할 수 있는 LA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을까?

 이런 저런 걱정을 하다보면 갑자기 불행해 진다. 


LA 시민들의 공통된 불행 원인중 하나는 교통체증, 또 하나는 지진 공포다. 

거기다 물가는 얼마나 높은지 미국 내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 보면 보통 벌어서는 먹고 살기 힘든 동네다. 


물 값, 전기 값, 집값이 다른 곳에 비하면 비싸게만 느껴진다. 


개스 값은 말할 것도 없고. . 갑자기 내가 왜 여기 와서 살고 있는 거지? 


막연하게 불행한 마음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 그래서 미국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전 세계에서 겨우 17등에 머무르고 있는 모양이다. 

세계를 교통 정리하는 ‘교통 경찰국’ 혹은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전 세계가 허리케인에 빠져 든다는 자타공인 경제 대국이 행복지수에선 17위로 밀려 있다는 것이다.


유엔의 ‘2013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나라가 덴마크로 조사되었다. 


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조사됐다고 한다.


유엔이 미국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9일 발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56개 조사 대상국 중 덴마크는 1위에 올랐고 노르웨이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동아시아권에선 가장 높은 41위,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지만 행복도 면에서는 17위에 그쳐 오히려 16위인 멕시코보다도 불행한 나라로 조사되었다. 


한국은 일본(42위)과 대만(43위)보다 크게 앞섰고 중국은 한참 뒤진 93위, 그리고 북한은 아예 조사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북미 지역에서는 캐나다가 가장 행복한 국가로 나타났다. 


세계 6위. 높은 기대수명과 소득수준 등이 캐나다 국민들을 행복하게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고서는 덧붙이고 있다.


 르완다, 브룬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베냉, 토고 등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의 모든 국가들은 가장 행복하지 않은 국가들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는데 토고는 조사 대상국 중 꼴찌였다.


그렇다면 미국보다 훨씬 행복한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 


아니 사회복지 뛰어나고 경치 좋기로 소문난 그 스칸디나비아 3국은 어떨까?


이민자는 한번 조국을 떠난 자들이기에 제2, 제3의 이민은 훨씬 수월한 사람들이라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민이 능사인가?


트래픽, 지진, 고물가,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불행하게만 느껴지다가도 마음대로 냄새피우며 김치 먹을 수 있는 자유, 내 맘대로 한글 간판 붙일 수 있는 자유, 영어를 못해도 차별 받지 않는 대우, 마음대로 교회 가서 찬송가 부르며 모국어로 예배드릴 수 있는 자유, 이런 저런 자유를 생각해 보면 어디 덴마크나 스웨덴이 부러울 일도 아니다.


우리가 행복순위 17등이라고? 


행복, 사실 그거야 말로 생각하기에 딸렸다. 


요즘같이 지루한 불경기속에서도 감사가 넘치는 사람은 진짜 행복한 사람이다. 


돈이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여백을 두지 말고 돈이 아닌 것으로 꽉 찬 사람, 만약 주님의 마음으로 꽉 찬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야말로 행복지수 1등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돈이 아니라 예수로 가득 찬 마음의 행복. . . 


그게 바로 행복이라고 입이 달토록 강단에서 외치던 어느 목사가 최근 돈을 횡령하는 바람에 은퇴 찬하식은 고사하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니 이 아이러니를 어찌 할꼬?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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