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JPG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소아시아 선교 여행 중에 반드시 만나는 성당이 이스탄불의 소피아 대성당이다. 


필자는 2번의 터키 여행을 하면서 이 성당을 보았다.


중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서 오랜 세월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바람에 사실 이 소피아 성당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안봐도 비디오다. 


우선 비잔틴 건축양식의 최고 걸작품, 그리스어로는 ‘하기야 소피아’라고 하지만 터키말로는 ‘아야 소피아’, 그리고 뜻은 ‘성스러운 지혜’라는 점, 두 번이나 불에 탔지만 지금의 모습을 완성한 이는 유스티아누스 1세로서 성당을 완공한 후 그 옛날 솔로몬의 성전보다 더 웅장하게 건축했다며 자기도취에 빠져 외쳤다는 “솔로몬이여, 내가 그대를 이겼도다!”란 멘트는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거대한 바실리카 성당으로 본당 중앙엔 4개의 대지주가 있고 그 위를 대형 아치로 덮고 있는 이 성당 중앙 돔 주위에는 40여개의 창문이 있다. 


설계자는 트랄레스의 안테미오스와 밀레토스의 이시도로스라고 전해지는데 100명의 감독관과 1만 명의 공인이 5년 10개월 만에 완성한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성당은 로마제국의 수도를 AD 360년 이스탄불(옮길 당시의 이름은 콘스탄티노플)로 옮긴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가 537년에 건축한 것이다. 


그 후 동로마 제국의 ‘제1번지 교회당’이 된 소피아 성당은 1453년 5월 29일 오스만 제국의 술판 메흐메드 2세에게 이스탄불이 함락되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변하게 되었다. 


메흐메드 2세는 이스탄불이 함락되자 제일 먼저 소피아 성당에 달려가 “그리스도인이 믿는 하나님은 없고 알라만 존재한다”고 외쳤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성당의 흙을 자신의 머리에 뿌리며 이 성당은 이제 모스크가 되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날은 이슬람에 무릎 꿇는 기독교 치욕의 날이었다.

이때부터 거룩한 성당은 알라가 지배하게 되었다. 


십자가를 떼어냈다. 


비잔틴 예술의 극치랄수 있는 성당 내부의 모자이크 성화(이콘)를 하얀 석회로 도배질을 했다. 

성당 밖에는 십자가 대신 네 개의 첨탑, 미네랏이 증축되었다. 


그래서 오스만 제국 제일의 모스크로 군림하게 되었다.

그런데 오스만 제국이 1923년 무너지고 말았다. 


그 자리에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자 그리스를 중심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가 소피아 성당의 반환과 종교적 복원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자 골치 아프다고 느낀 터키의 아타투르크 대통령은 하기아 소피아를 인류 모두의 공동유산인 박물관으로 지정하고 ‘아야 소피아 박물관(Ayasofya Müzesi)’로 개조해 버렸다. 그게 1945년의 일이다. 


아마 관광수입이나 올리자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성당도 아니고 모스크도 아닌 박물관, 그때부터 그 성당 안에서는 지금까지도 일체의 종교적 행위가 금지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성호를 그었다하여 말썽이 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후 베네딕토 16세가 소피아를 방문했을 때는 성호를 긋지 않고 조심스럽게 둘러봤다고 한다. 그때 교황들의 심정을 어땠을까?


성소피아성당.jpg


 “이 성당을 빨리 뺏어와야 하는건데 . . .” 아마 그런 생각을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 소피아 성당이 작금에 또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다.


이번 달 터키의 아른츠 부총리가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용도변경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갈 전망이라는 것이다.


916년은 기독교 성당, 481년은 회교 사원으로 사용된 문명 충돌의 현장인 얄궂은 운명의 소피아가 다시 어떤 충돌에 휩싸이게 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 성당 안을 안내하는 한국인 가이드들은 절대 아멘 불가, 할렐루야 불가, 기도와 찬송 불가, 오직 입은 다물고 눈으로 구경만 하라고 간절히 타이른다. 


그래야지 쫓겨나면 비싼 입장료만 날리게 되니까 하는 부탁일 것이다. 


만약 모스크로 변한다면 소피아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기독교인들도 신발을 벗어들고 살금살금 기어들어가서 고개를 박고 엉덩이를 하늘로 올린 채 무슬림들처럼 절을 해야 겨우 입장이 허가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동방정교회의 오랜 상징이던 소피아 성당이 이슬람 국가인 터키란 나라에서 외롭게 박물관으로 버티다가 이슬람 사원으로 또 용도변경이 결행된다면 겨우 복원 중이던 예수님의 선명한 모자이크 벽화위에도 다시 횟가루가 뿌려질게 아닌가? 참으로 슬픈 일이다.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