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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A 레이커스와 클리퍼스가 '안방'을 내주고 토론토, 보스톤, 뉴욕 등 그 혹한의 도시에서 어웨이 게임을 감당하고 있는 동안 그 안방 스테이플스 센터에선 그래미상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 26일 저녁 LA 한인타운에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스페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6회 그래미 상 시상식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대중 음악상의 지존’이란 말이 조금도 거북하지 않을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나의 한국 유행가 수준은 조영남의 ‘제비’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정도이다. 
한국살 땐 가끔 팝송을 흥얼거리기도 했지만 미국 살면서부터는 오히려 한국 유행가가 더 좋다. 

내가 아는 유행가 레퍼토리라고 해야 국산이나 외제를 막론하고 빈곤 수준이긴 해도 그래미 상 시상식 정도는 흥미 있게 구경하는 수준은 된다.

일년에 한번 세계 대중 음악계의 대축제인 그래미 상 시상식, 그것도 ‘우리동네’에서 열리는 잔치이니 TV 앞에 앉아 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비틀즈가 미국 상륙한지 금년이 50주년이라 하지 않는가? 

그 비틀즈의 생존 멤버인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벌이는 모습은 옛날을 추억하며 기뻐하기에 충분했다. 

죽은 존 레논의 부인 요꼬 오노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이들이 비틀즈를 대표하여 평생 공로상을 받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팝의 요정’이라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부르는 열정적인 무대도 좋았고 좀 야시시 했지만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던 비욘세의 젊음이 폭발할 것 같은 공연도 보기에는 좋았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스티비 원더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지만 노익장을 과시하며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선 ‘컨트리 뮤직의 전설’ 윌리 넬슨은 또 얼마나 오랜만인가?

스페이플스 센터가 이렇게 다목적으로 쓰이니 참으로 괜찮다고는 느껴지는 순간 갑자기 이게 무슨 해프닝이란 말인가? 

무대에서 결혼식이 벌어지는게 아닌가?

알고 보니 동성커플을 포함한 34쌍의 커플들이 세계 음악애호가들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이 활짝 열린 무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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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결혼식을?

그 34쌍의 커플 중에는 동성 커플과 이성 커플, 피부색이 다른 커플들이 다 섞여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밝은 조명으로 교회당처럼 꾸며진 무대 위에서 합창단이 부르는 찬송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반지를 서로 교환했다. 

이날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힙합 듀오 매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가 '세임 러브(Same Love)'란 축가를 불러 주었고 드디어 성적 소수자들의 아이콘으로 불려온 가수 마돈나가 흰색 정장에 카우보이 모자 차림으로 출연하여 '오픈 유어 하트(Open Your Heart)'란 노래를 불렀다.

이 벼락 세레머니는 캘리포니아에서 주례사 자격을 취득한 퀸 라티파가 맡아서 자랑스럽게 집례(?)했다. 

라티파는 "오늘 무대에 오른 모든 아름다운 커플들의 사랑을 축하한다"며 "우리는 모든 형태와 색깔이 이루는 사랑과 조화를 축복해 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언제나 어떤 조합으로든 사랑은 정당하며 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결혼식을 평가했다고 한다.

이건 생중계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가는 그래미 상 시상식장을 이용한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도발이요, 대중음악계가 전 세계 복음주의에 던지는 도전장이나 다름 없었다.

마돈나가 부른 노래가 ‘오픈 유어 하트’였다고? 

나는 그날 기분 좋게 그래미 상을 구경하다가 한방 얻어맞은 기분으로 ‘오픈’은 고사하고 마음은 저절로 ‘클로즈’가 되어 그날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동성결혼은 반드시 합법화되고 축복받을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할리웃 영화계, 대중음악계를 이용한 도발 행위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 될 것이 뻔하다.

지난 1월 1일 패사디나에서 열린 금년 로즈 퍼레이드에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그룹들이 꽃차를 출품하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성경적인 가치를 따라 보수적으로 유명한 주최 측에 의해 무산되었다는 사실이 머리에 떠올랐다.

이처럼 연예계, 문화계, 혹은 체육계를 업고 우리 사회속의 기독교 가치관을 엎어보려고 덤벼드는 몬스터 웨이브와 같은 거대한 성적 소수자들의 물결 앞에 우리가 지켜야 할 요새는 무엇일까? 

우리는 한 여자와 한 남성의 결합을 오직 유일한 결혼행위로 인정한다는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만을 믿고 따른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해 가지고는 영 승산 없는 게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민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 지구를 떠나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엘리시움’같은 데 가서 살수도 없는 노릇이고 . . .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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