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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가주 주지사가 마침내 100여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캘리포니아를 위협하고 있다며 가뭄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의 말로는 이번 가뭄은 그냥 가뭄이 아니고 ‘메가 드라우트(mega drought)’ 그러니까 초대형 가뭄이라고 선언했다.

지난해 LA 강우량은 3.6인치. 

1877년부터 강우량을 조사한 이래 최저치라고 한다. 

우리들의 주요 수도 공급원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올해 스노우 팩(snow pack)도 예년의 20%에 못 미친다고 조사되었으니 참으로 사태는 심각하다.

특별하게 하늘 문이 열리고 메가 사이즈 상수도관이 열려 콸콸 물이 쏟아지지 않는 한 캘리포니아 인구 2500만 명과 수백만 에이커의 농지에 필요한 관개농업용수의 5%밖에는 공급할 물이 없다고 주 관계자가 밝혔다고 한다.

가뭄이 심각한 만큼 주민들의 자발적인 20% 절수가 필요하다는게 주지사의 요청이다. 
이쯤되자 캘리포니아 캐톨릭 주교회의는 마침내 ‘기우제’를 지내 하나님의 개입을 사정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읽었다. 

주교회의는 "하늘을 열어 자비의 비를 우리들과 산에 퍼부어 주시기를" 하나님께 간절히 호소할 것을 모든 종교인들에게 부탁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2014년 새해를 열자마자 느닷없이 기우제라니?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 시골에선 툭하면 기우제란 말이 유행이었다. 

그 시대의 대한민국 농지 대부분은 하늘에서 비를 주시면 농사 짖고, 안주시면 굶어죽는 식의 천수답이 대부분이었다. 

어디 호소할 데 없던 순박한 농부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우제 밖에는.

역사적으로 따지면 고려, 조선 시대에 하지(夏至)가 지나도록 비가 오지 않을 때엔 비 오기를 빌던 제사가 바로 기우제였다. 

심각한 가뭄 앞에 우주의 주관자되시는 하나님께 비를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기도 제목이 되어야 하지만 거기다 기우제란 말을 붙여 놓으면 영 딴나라 하나님, 혹은 범신론 냄새가 풀풀 나서 영 개운치가 않다. 

더구나 모든 종교인들은 자신들의 신에게 비를 달라고 빌어달라는 주문이니 유일신 여호와 하나님만 유일하게 믿고 살아온 우리가 이걸 어떻게 접수한다?

그러나 기우제를 들고 나온 사람들의 말속에 담겨있는 간절한 염원은 공감해야 마땅하다. 우리도 비를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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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회에서, 주일예배에서도 기도해야 한다.

만약에 이런 기도에도 불구하고 가뭄이 계속된다면 자발적인 20% 절수에 한술 더 떠서 샤워 2분만에 끝내기, 설거지는 일주에 한번 모아하기, 모든 스프링클러를 뜯어내고 잔디밭은 모두 모래로 바꾸고 사막 식물로 대체하기, 화장실 물 내릴 때는 설겆이 물을 받아 재활용 하기 등등 별 희한한 아이디어들이 튀어 나올 수도 있다.

사실 자발적 절수는 ‘그린 크리스천’들이 필수적으로 실천해야 할 환경윤리에 속한다

우리가 물을 팔러 다니는 ‘봉이 김선달’이 아니라면 아무리 DWP에 꼬박꼬박 물세를 지불할지라도 물이란 하나님이 거저 주시는 은혜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너무 도시문명에 도취된 인간들이 은혜를 망각하고 정신없이 물을 낭비한 탓에 지구는 계속 말라가고 있다. 

이건 자연의 청지기 사명을 부여받아 그리스도인이 된 우리들의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시에라 네바다 동쪽 395번 하이웨이를 타고 비숍이나 맘모스를 향해 오르다보면 왼쪽 시에라 산봉우리를 덮고 있는 만년설을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나는 그게 하나님의 축복으로 느껴진다. 

그 스노우 팩이 녹아 내려 나의 생활용수가 되고 식탁에 오를 오곡백화를 무르익게 하지 않는가?

 그런데 같은 하이웨이 길에서 물이 말라버린 오웬스 레익을 지나다보면 LA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해 주다가 ‘목숨’을 빼앗긴 ‘자연의 순교자’라고 느껴질 때가 여러번이다.

오웬스 레익은 한때 LA의 식수원이었다가 지금은 밑바닥까지 말라버린 죽음의 호수로 변해 버렸다.
주지사 말 듣고 자발적 절수를 시작하기 보다는 오히려 하나님이 맡겨주신 자연이란 선물을 관리하는 청지기 역할을 시작하겠다는 신앙적 각오로 물 절약운동에 동참하자. 

종이를 아끼고, 전기를 아끼고,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과소비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절약이 미덕이다. 

그리스도인에겐 더욱 더 두말하면 잔소리다. 

내 것, 우리 것이라고 자연의 선물을 너무 헤프게 낭비하는 사람은 천국 입성할 때 아마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물도 마찬가지다. 
아껴야 한다. 

그래서 100년만의 가주 가뭄사태를 공동으로 극복해 가자. 

당장 모든 가주 주민들이 양치질할 때 덮어놓고 수도꼭지를 열어놓는 나쁜 버릇만 고쳐도 하루에 수만 갤런의 물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기우제를 드리자고 호들갑을 떠는 것 보다 조용히 우리 집, 우리 교회부터 절수 운동을 벌이는 실천적 그리스도인, 하나님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만큼의 비는 충분히 허락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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