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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말띠 해라고 한다. 

새해가 되면 난데없이 동물 하나씩이 등장하여 무슨 무슨 띠, 무슨 무슨 동물의 해라고 야단들이다.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간다.


사실 띠란 음력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음력으로는 1월 30일이 2014년 새해다. 


그러니까 양력으로 새해를 맞은 우리에겐 아직 금년을 말의 해라고 하기엔 이르다는 말이다.


더구나 말의 해에 태어났다고 해서 얼굴이 말을 닮는 것도 아니고 성격도 말처럼 고집스럽단 말인가? 


말띠라 해도 오히려 마음은 양처럼 순할 수 있고 쥐띠로 태어났다고 해서 얼굴이 쥐꼴로 변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은 호랑이처럼 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띠라고 하는 것이 무당이 사주팔자 장사할 때 써 먹는 엉터리 데이터 베이스에 불과한 것이지 우리의 운명과 무슨 관련이 있겠는가?


나는 토끼띠라고 한다. 

그렇다고 토끼처럼 귀가 크지도 않다. 

하얀 토끼털처럼 마음이 순결한 것도 아니다. 

가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음흉할 때도 많다. 


성격을 봐도 토끼를 닮은 데는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내 인생을 놓고 봐도 띠를 따지는 건 말짱 헛일에 불과하다.


띠란 중국어로는 생초(生肖)라고 하는데 12년 주기에 따라 각각의 해에 한 종류씩의 동물과 그 동물들의 특징과 평판을 인생과 연관 짓는 것으로 오직 중국과 베트남, 일본과 한국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만 통용되고 있다. 


영어로는 차이니즈 조디악(Chinese Zodiac)이라고 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이를 얼마나 알고, 또 얼마나 신뢰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엔 그렇다. 


우리 조상들이 신앙처럼 이 띠를 믿고 살아온 역사를 생각하면 구지 폐기처분 대상도 아니다. 

새해가 되면 좀 심심하니까 짐승들과 친해지려는 사람들의 동물 친화적 새해 문화정도로 이해하면 안 될까?


그럼 말의 해가 되었으니 말처럼 용감하게 미래를 향해 달려보자는 뻔한 애기보다 말의 해가 되었으니 오리려 말(言)이나 조심하고 살자는 넌센스 조크가 더 교훈적일지도 모르겠다.


말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말 꼬리 잡는 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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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는 남의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말고 너그럽게 이해하고 품위 있게 ‘귀 있는 자’가 되자.

말이 싫어하는 자는 말허리를 잡는 사람이라고 한다.


말을 중간에 끊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교양 없는 인간이다. 


나는 문교부 가방끈이 짧다고 외치는 꼴과 같다. 금년에는 남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는 고상한 인내심을 길러가자.


 말이 싫어하는 자는 또 말을 이리저리 돌리는 자라고 한다. 

변명보다는 침묵이 훨씬 빛날 때가 많다. 


구구한 변명, 구차한 말 돌리기보다는 자기의 실수와 약점을 부끄럼 없이 받아들일 줄 아는 책임적인 인생으로 변화를 시도해 보자.


말이 싫어하는 사람은 자꾸 말 바꾸는 자라고 한다.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지는 인생이 자꾸 드물어진다. 


은퇴하겠다고 했다가 쉽게 말을 바꿔 담임목사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경우도 있고, 박사학위가 거짓으로 들어나면 사퇴한다고 했다가 그게 사실로 밝혀졌는데도 어물쩡 말을 바꿔 없던 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한번 말했다하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어떤 희생을 감수할지라도 그 약속을 지켜내는 용기가 있을 때 ‘남아일언 중천금’이 된다.


성경에선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라”라고 말씀하신다. ‘더러운 말’은 원어 사전을 찾아보면 ‘나쁜 말, 썩은 말, 가치 없는 말, 남에 대하여 해를 끼치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해엔 말조심하며 살자.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이왕이면 살리는 말, 생명의 언어, 조금 더 나가서 경건의 언어, 거룩의 언어를 입에 달고 살자.

아첨하는 말, 남을 조롱하는 말, 간교한 말, 비방하는 말은 날려버리자.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 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라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지 않은가?


인격은 말로 드러나는 법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짐승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말 때문에 우리는 악마의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서양 속담을 되새김질 하며 한해를 살아보자.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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