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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보통 어지러운 게 아니다. 


지구촌이 증오의 광기 때문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격추되다니 이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무력화시키겠다고 가자지구에 탱크와 함께 지상군이 밀고 들어갔다. 

벌써 600여명이 죽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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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미국이 발 벗고 중재에 나섰지만 양쪽 모두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그런데 거의 같은 지역에서 일고 있는 숨막히는 또 하나의 광란이 있다. 


바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Islamic State in Iraq and Syria)'란 민병대가 벌이는 끔찍한 살육행진이다. 


바그다드를 점령하겠다고 진군해 가고 있는 이들은 테러조직이라기 보다는 수니파 민병대에 가깝고 미군으로부터 노획한 무기, 차량, 군복을 입고 다니며 기독교와 반대파인 시아파를 말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들은 알카에다와 손잡는 듯 하다가 그들과도 결별하고 이라크, 시리아, 심지어 레바논을 포함하는 수니파 제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국가 아닌 국가인 셈이다.


이들이 점령목표 바그다드로 진군하면서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집어 삼키는데 성공했다. 


이들에겐 이라크에 6천명, 시리아에서 3~5천명의 병력 그리고 외국인 가운데 체첸인이 1천여명, 500여명 이상의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 유입된 병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모술을 장악하면서 이 곳에 있는 1,800년 된 캐톨릭 교회당을 불태워 버렸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흘러나왔다. 


수년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지에서 광기에 찬 테러를 자행할 때 몇 백 년 역사의 힌두교 문화유적을 어린아이 장난감 부숴버리듯 파괴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 캐톨릭 교구 소속의 그 오랜 역사의 예배당이 순식간에 불에 타버리고 이 지역 크리스천의 씨가 말라버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같은 만행은 이라크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기독교 역사 기념물이 파괴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것인데 예컨대 모술 동부에 있던 요나 선지자의 무덤도 이들 민병대가 파헤쳐 사라졌다고 한다.


이 지경에 이르자 모술에 있는 크리스천들은 목숨을 걸고 야반도주를 시작했고 지금은 크리스천은 그림자를 찾기도 어렵다고 한다. 


모술은 2003년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해 미국이 침공하기 전까지 약 1백 만 명의 크리스천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라크 전체적으로 크리스천은 약 45만 명으로 크게 줄어든 상태.


정신 나간 약탈자에 의해 모술의 기독교 유적지가 장난감처럼 파괴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다 보니 옛날 프랑스 파리를 지켜낸 나치 독일의 디트리히 폰 콜티츠(Von Choltitz) 중장이 떠오른다.


그는 나치의 파리 점령군 사령관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으로 독일군의 패색이 짙어질 때 히틀러는 콜티츠에게 파리를 온전한 채로 연합군에 물려줘선 안된다고 소리지르며 모두 파괴해 버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노틀담 성당 등을 모두 폭파해 버리라는 히틀러의 명령에 순응할 수 없었다. 


그것들은 모두 프랑스의 역사 자체였다. 


그는 히틀러의 명령을 거부하고 1만7천명의 장병들과 함께 연합군에 항복함으로 파리를 지켜냈다. 


콜티츠의 항복 소식에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분통을 터뜨렸다는 히틀러의 일화를 르네 클레망 감독이 같은 제목의 영화로 제작하면서 히틀러의 이 헛소리는 더욱 유명해 졌다.


콜티츠는 파리를 파괴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 히틀러의 명령에 불복종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힌바 있다. 


그가 바덴바덴에서 생애를 마감하자 오히려 연합군의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오늘날의 파리를 지켜낸 그 나치 사령관을 추모했다고 한다.


 이슬람 테러분자들 가운데 히틀러에 맞섰던 디트리히 콜티츠 중장 같은 이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일까?


교회당 하나가 불타는 것은 하루만으로도 족하다. 그러나 1,800년을 지켜온 기독교 역사가 잔인한 테러분자들의 손에 잿더미로 사라지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요 비극적 참사다.


기독교 신앙공동체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무슬림들에게 휴지처럼 짓밟히고 더렵혀지는 것을 보면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을 달나라에 나가서 살라고 우주여행이라도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스라엘-하마스의 대결을 봐도 이스라엘과 이슬람의 대결은 주님이 오시기전에 결판 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럴지언정 여전히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할 우리의 입장은 그냥 아이러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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