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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전이 진행되는 동안 세계가 온통 브라질에 한 눈 팔고 있는 바람에 미 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의 르브론 제임스가 자유계약 시장에 나왔다는 뉴스는 별로 눈길을 끌지 못했다.

금년에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챔피언 트로피를 빼앗겼지만 제임스는 금년에도 선수 최고의 영예인 MVP 상을 받았고 지난 4년 동안 두 번이나 히트를 챔피언의 반열에 등극시킨 장본인이었다. 

현재 NBA 최고 ‘대어’인 르브론 제임스가 자유계약 시장으로 풀려난다니 금방 LA 레이커스가 군침을 삼켰다고 한다. 

그도그럴것이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도 못한 코비 브라이언트 때문에 꼴찌란 불명예를 안고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야 했던 명문구단 레이커스의 구겨진 체면을 살려내는데 제임스가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코비가 뒤에서 반대하고 나섰는지 제임스의 LA행은 성공하지 못했다.

과연 르브론 제임스가 어디로 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 그는 과감하게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지난 2003년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클리블랜드 캐발리어스에 지명된 제임스는 자신의 NBA 커리어 첫 7년을 클리블랜드에서 보낸 뒤 마이애미로 이적, 4년 동안 두 차례 우승과 두 차례 준우승을 이끌어 냈다. 

그러니까 클리블랜드는 제임스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었다. 

그 고향으로 리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챔피언 트로피에 목말라하면서 캐발리어스를 떠날 때 클리블랜드 시민들은 거침없이 욕설을 퍼부어 주었다. 

구단주까지 나서서 의리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얼마나 서운했으면 르브론 제임스의 화형식까지 하는 소동을 벌였을까? 

그때 나도 출세, 명예, 돈에 걸신들린 선수라며 제임스를 비판하는 클리블랜드 사람들과 한통속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그의 결정으로 그동안 그를 비판해 왔던 사람들이 참으로 우습게 되었다. 
나부터 르브론 제임스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제임스는 “내가 클리블랜드를 떠날 때, 챔피언이란 목표가 있었다. 
챔피언 등극을 추구했고,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며 “클리블랜드는 오랫동안 그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나의 목표는 여전히 많은 타이틀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클리블랜드에 우승트로피를 안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복귀를 결심한 이유는 자신과 오하이오는 ‘농구를 초월하는’ 관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포츠 뉴스가운데 이렇게 신선하고 감동적인 뉴스를 별로 듣지 못했다.

라스베가스 도박장에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귀환 발표 즉시 캐발리어스의 우승 가능성은 4-1로 치솟아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제치고 최고 우승후보로 올라선 반면 히트의 우승가능성은 50-1까지 곤두박질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 보니 르브론 제임스는 의리의 사나이였다. 

챔피언 트로피에 목매는 비겁한 MVP가 아니었다. 

비록 연봉은 적을지라도 자신을 키워준 팀에게 승리의 트로피를 안겨주고 싶은 사려깊은 플레이어였다.

나에겐 의리하면 늘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초대교회 폴리캅이란 사람이다. 

터키에 가면 이즈밀이란 도시에 폴리캅 기념교회가 있다. 

폴리캅은 로마의 교회박해시대인 AD 156년 서머나 교회의 감독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그 교회 목사였다. 

교인들로 하여금 주님을 향한 신앙을 포기하지 말고 최후까지 믿음을 지키도록 격려했다는 이유로 총독 앞으로 끌려갔다. 
예수를 부인하라고 회유와 강요를 받았다. 

그때 폴리캅이 한말이 있다. 
교회사를 통해 길이길이 전해지는 유명한 말이다.

 "내 나이 86세, 사랑하는 주님은 내 일생동안 나를 한번도 해롭게 한 일이 없소. 어찌 내가 나를 구원하신 나의 왕께 불명예를 돌릴 수 있단 말이오?"

그래서 화형을 당한 폴리캅을 기념하기 위해 서머나 교회가 서있던 자리에 프랑스 교구가 나중에 교회를 세워 준 것이다. 

그게 오늘날의 폴리캅 기념교회.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가운데 지금도 예배를 드리고 있는 유일한 교회가 이 교회다. 
그 교회당 천장에는 불길 속에 죽어가면서도 예수님에 대한 ‘의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위대한 신앙 영웅 폴리캅의 순교 장면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 의리하면 생각나는 폴리캅이다. 

주님에 대한 의리 때문에 순교역사를 통해 목숨을 버린 사람들이 어디 폴리캅 뿐이겠는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가 의리다. 

우리는 쉽게 의리를 외면하고 사는데 길들여지고 있다.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쉽게 의리를 저버리는 목회자들은 또 얼마나 많아지고 있는가? 
조직폭력배들이 자신들은 양아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작은 실속을 위해 쉽게 신의를 배반하고 믿음을 저버리는 사람들은 사실 조직폭력배보다도 못한 속물들이 아니겠는가?

군중심리의 유혹을 받아 한때 르브론 제임스를 욕했던 나 자신부터 그 사람정도의 의리라도 지키며 살고 있는지를 한번 반성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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