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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6와 6플러스가 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아직 중국에선 판매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홍콩을 통해 들어간 이 아이폰6 하나 가격이 3,100 달러에 팔렸나갔다고 한다. 


전화기 한 대에 3천 달러라. . . 어이가 없다. 

이게 제정신이란 말인가?


그건 약과라고 할 수 도 있다. 


아이폰 6를 사려고 아르헨티나에서 비행기를 잡아타고 미국으로 국제여행을 온 사람도 있다.

또 있다. 


새로 나온 이 전화기 한 대를 사겠다고 애플 스토어 앞에서 3-4일씩 길바닥에서 잠을 자며 죽치고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 


같은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비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동시대에 살면서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 약간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는 말이다.

난 아직 그 아이폰6를 구경도 못했다. 


난 아이폰5의 소유자다. 


삼성 갤럭시를 쓰고 있는 친구를 보면서 아이폰이 좀 작다고 느껴졌는데 아마 삼성과의 경쟁관계도 있고 해서 좀 사이즈를 넓힌 모양이다. 


좀 커졌다고 들었다.


나는 새것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새 옷을 한번 사면 일 년을 그냥 옷장에 걸어둔 채 그 다음해 입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골동품 집 가문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막연하게 새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컴퓨터를 열면 우리는 숙명(?)처럼 ‘윈도우’를 만난다. 나는 윈도우 XP도 좋다고 감사하며 사용했다. 


어느 날 윈도우7이 출시되었다. 


그냥 XP를 고집했지만 회사에서 다른 컴퓨터와의 네트워크를 위해 어쩔수 없이 윈도위7으로 바꿨다. 


그런데 얼마되지 않아 윈도우8이 출시되었다. 새것이면 다 좋은 줄 알고 윈도우8로 몰려갔지만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도도하게 새것으로 등장한 윈도우8은 별로 환영받지 못한 채 지금도 윈도우7의 점유율이 훨씬 앞지르고 있다고 한다. 


구식이 신식을 이겨내는 모습에 은근히 기분이 좋아져서 윈도우7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전화도 나는 그냥 전화번호만 뜨는 ‘재래식’이 좋았다. 


그런데 가족끼리 문자도 주고 받을뿐 아니라 패밀리 플랜에 가입하면 가격을 깎아준다는 바람에 아이폰으로 바꿨다. 


그래도 그 아이폰과 사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새 것이라면 제법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니 아이폰6가 나왔다고 긴 줄을 서서 밤샘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외계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느낄 만도 하다.


아이폰6와 6플러스는 지난주 예약 주문을 받을 당시부터 불과 24시간 만에 400만대가 넘는 예약주문을 기록했다. 


그런데 막상 지난주 뚜껑을 열어보니 첫 주말 판매량이 1천만대를 넘었다고 발표되었다.


대단한 구매력이다.


애플은 판매 개시 첫 3일 만에 1천만대를 판 것은 최초의 일이라며 ‘기대초과’라고 난리 법썩이다. 

애플은 초기 판매국가에 아예 한국은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서울에선 그 아이폰6를 사서 택배로 보내라는 주문도 있다고 들었다. 


맙소사. . .


새로 나온 전화기 한 대 때문에 이슬람 국가(IS)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뉴욕에서 30만 명이 모이는 기후변화 시위가 왜 일어났는지 그런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는 눈치다. 


어찌보면 소비자와 짜고 치는 애플의 노이지 마케팅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세상은 이렇게 새것을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전혀 새로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 골프채를 샀으면 앞에서 라운딩하는 사람들이 좀 늦게 움직여도 신사답게 기다려주는 새 마음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새 차를 샀으면 운전 중에 새치기 하는 사람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리라 믿고 빙그레 웃어주며 기분 좋게 양보하는 새 마음이 뒤따라야 좋지 않을까?


전화도 그렇다. 


새 전화를 샀으면 사람 죽이는 악플과는 관계를 끊고 ‘선플’을 달아 칭찬에 너그러워지던지 이상한 유언비어나 저질 동영상을 퍼 나르던 옛 버릇을 청산하고 새 전화기에 걸맞게 좋은 소문, 격려의 글이나 퍼나르는 새 마음으로 변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식으로 새 마음이 작동했더라면 이 세상이 바꿔져도 180도 이상 바꿔졌을 것이다. 


새 것은 계속 개발되고 새것은 넘쳐나고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이 새로워지지 못한다면 새것이 주는 유익함이 무엇일까?


언제나 새 것, 새 것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새로워지지 못하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늘 헌것, 오래된 것, 구식을 고집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인생도 있다.


아이폰6가 화제의 돌풍을 몰고 왔다고 보도하는 바로 그 신문 오피니언 란에서 한국의 고은 시인은 “트렌드를 좇지 말고 나 자신을 살라”는 말을 했다. 


돈이 없어 쉽사리 새 것에 범접하지 못하는 신세타령이 괜히 아이폰6에 대한 질투심으로 폭발했나?


마음은 그냥 묵혀두고 너무 새 것에만 열중하는 트렌드 지상주의는 결국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에 불과한 것 아닐까?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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