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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4일의 중간선거에서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1이 통과되었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발의한 이 프로포지션 1은 75억 달러 상당의 공채를 발행하여 가뭄 비상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 골자다. 

그러니까 지하수도 보호하고 저수지도 많이 만들어 롱~텀 가뭄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가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주지사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밀려날 수도 있는지라 주지사는 TV광고에 까지 나와서 “Yes”에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실 가뭄 때문에 잔디 물주는 것도 눈치 보이고 샤핑 몰 중앙에 서 있는 분수대의 물도 잠가버리는 판국이 되었으니 도시가 살벌해 지고 있는 중이다. 

물을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티켓을 발부하는 ‘워터캅’이란 희한한 직종도 창출될 지경이니 여기저기서 가뭄걱정이 태산이다. 

오늘 아침 뉴스를 들으니 가뭄 때문에 대기오염까지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주지사가 주민 발의안을 발의하고 워터캅이 뜨면 뭘 하겠는가? 

알아먹는 사람이나 겁을 집어 먹고 돈을 아끼듯 물을 아끼며 사는 것이지 부자들은 물레방아 돌리듯 딴 나라 사람들처럼 물을 낭비하고 있다면 울화통이 터질 일이 아닌가?

가주 수자원 컨트롤 위원회가 지난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을 기준으로 베벌리 힐스에 사는 사람들은 1인당 하루에 286갤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좀 가난하다고 소문난 이스트LA 지역에선 하루에 1인당 48갤런을 사용했다. 

하루에 1인당 48갤런은 남가주에서 가장 적게 사용하는 물의 양이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286갤런, 어떤 사람은 하루에 48갤런이라니 이건 완전히 돈 없는 사람들을 물로 보는 통계가 아닌가? 

남가주 주민들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평균 119갤런이라고 한다.

좌우지간 절수 홍보전략이 효력을 발휘했는지 아니면 워터캅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난 9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물 사용량은 10.3%, 그러니까 약 220억 갤런을 줄였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서민들은 벌벌 떨면서 캘리포니아가 금방 쩍쩍 갈라질까봐 절수, 절수 하는데 미국 최고부자 동네라는 베벌리 힐스 사람들은 물을 받아쓰는 별도의 상수도관을 깔고 사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슬그머니 부아가 치미는 것이다.

하기야 돈만 있으면 무슨 물 걱정? 

헬리콥터로 알프스 산 에비앙을 수송 해다 머리를 감고 설거지를 하며 수영을 하던지, 아니면 여름마다 범람하는 미시시피 강바닥에 파이프를 묻어 아리조나를 거쳐 끌어오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은 편할 테니까.

 그런데 그런 영화같은 스토리로 쉽게 해결될 가뭄이란 말인가? 

아니다. 심각한 문제다. 

로키산맥에서 발원하여 남서부지역의 물줄기로 여겨왔던 콜로라도 강이 말라가고 있다는 걱정은 하루 이틀 전의 일이 아니다. 

금년 초 후버댐에 갔을 때 레익 미드(Lake Mead)의 수심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하얗게 드러난 호수주변의 테두리가 마치 문명을 증오하는 자연의 하얀 이빨처럼 느껴져서 간담이 서늘해 진적이 있다.

공채 발행으로 저수지를 건설하면 만사해결일까?

비가 오지 않으면 부질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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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개발을 제한한다 해도 비가 오지 않으면 헛일이요 저수지를 만들면 어디서 물이 흘러오겠는가? 

이미 중가주 곡창지대에선 농업용수로 퍼 올리던 지하수까지 말라버려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올해 겨울에는 엘니뇨 현상이 심해서 고온 건조한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지난해에 비해 조금은 더 많이 올 것이란 기상대의 관측이 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하늘에서 비가 많이 내려도 인구증가나 무분별한 개발사업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머지않아 캘리포니아는 사막으로 변한다는 것이 환경학자들의 경고의 메시지다.

가뭄이 깊어지면서 절실하게 깨닫는 것 하나는 빗물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이다. 

빗물이란 말보다 천수(天水)란 말로 바꾸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하나님이 주시는 물, 천수. . . . 지금까지 당연한 공짜로 생각하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낭비해 왔던 하나님의 은혜가 천수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은혜에 빚 진자처럼 물을 아끼며 살아가는 환경 윤리에 눈 떠야 한다.

부자 동네의 철없는 행동에 휘둘릴 일이 아니라 ‘믿음의 분량’에 따라 나부터 물을 아껴 쓰면 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하나님이 주시는 물로 깨닫는 인식의 변화가 저수지를 만들고 지하수를 개발하는 일보다 더욱 확실한 롱~텀 가뭄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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