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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경기장에서 숨막히는 결투를 벌이던 선수들이 승리의 단맛을 경험하는 순간은 얼마나 짜릿할까?

그 들뜬 순간에 제일 먼저 하나님을 떠올리며 감사를 표시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승리 세레모니를 기도로 장식하는 대표적인 선수가 우선 덴버 브롱코스 쿼터백 시절의 팀 티보였다.

그라운드에서 기도하는 그의 모습은 센세이션을 일으켜서 전세계적으로 '티보잉'이란 열풍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엔 NBA 휴스턴 로케츠에서 뛰다가 오는 시즌부터 LA 레이커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제레미 린이 뉴욕 닉스에 있을 때도 자신의 신앙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농구장의 전도사'로 유명했다.
현재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MLB에서도 그렇다.

우선 다저스의 아웃필더 야시엘 푸이그는 오른손으로 가슴에 성호를 그으며 꼭 타석에 들어선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보기 좋게 다저스를 따돌리고 내셜날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믿음직한 포수 야디에어 모리나도 그라운드에서 쉬지 않고 성호를 긋고 다닌다.

금년 내셔날 리그 타점왕을 노리고 있는 안드레이 곤잘레스도 그렇다. 

그가 안타를 치고 1루나, 2루에 질주했을때 베이스를 밟는 순간 두손을 하늘로 치켜 올린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허리'가 약해서 월드시리즈고 나발이고 허리부터 대폭 물갈이를 해야한다고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불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선발이 기분좋은 퀄리티 피칭을 할지라도 불펜이 죽을 쑤면 승리는 순식간에 비둘기처럼 날라간다.

그래도 그 빈약한 허리를 거쳐 9회 '마무리'에 이르면 켄리 잔슨이란 클로저가 버티고 있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어쩐지 안심이 된다.

특별히 그는 기도하는 마무리 투수다.

마운드에 오르면 우선 살며시 머리를 숙여 기도한 후에 타자 공략에 나선다.

내가 다저스를 좋아하는 많은 이유가운데 하나는 그의 기도하는 모습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주목하는 경기장 한복판에서 자신의 신앙에 따라 기도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것도 경기의 일부로 보아주는 너그러운 관중정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기도처벌 (Prayer Penalty)'이란 말이 풋볼경기장에서 흘러나왔다.

켄사스 시티 치프스(Chiefs)의 후세인 압둘라 선수가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후 무릎을 꿇고 세레모니를 벌인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의 경기에서 압둘라가 터치다운을 성공 시켰지만 터치다운 직후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는 이슬람 식 기도행위가 과도한 셀레브레이션이 금지되어있는 풋볼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압둘라는 무슬림이다.

그러나 15야드 페날티가 그의 슬라이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기도행위 때문이었는지 정확하지 않았지만 NFL 디렉터는 잘못된 판정이었다고 비난했다.

그에 대한 '기도처벌'논란이 일자 풋볼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크리스천 선수들이 터치다운을 성공시켰을때 여러모양의 사인을 통해 하나님께 감사하는  모습을 수없이 보아 왔는데 압둘라가 무슬림이란 이유 때문에 벌칙을 주었다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크리스천과 무슬림에 대한 이중잣대라고 비난했다.

이문제는 압둘라 자신도 슬라이딩 때문에 받은 페날티라고 이해하면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갔지만 혹시나 스포츠 경기에서 규정에도 없는 기도처벌은 가당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관중들도 그렇다.

크리스천들의 승리 세레모니를 '내 편'이라고 즐겁게 응원하면서 동시에 다른 종교를 가진 선수들의 세레모니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관용이 필요하다.

경기장에서 조차 편협한 신앙적 독단이나 배타적 광신주의 잣대를 들이 대는 것은 스포츠를 즐기는 정신이 아니다.

축구선수 박주영을 생각해보자.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그의 대한 기대가 대단했지만 옛날 골잡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전성기때 그가 골을 성공시킬 적 마다 그라운드에 엎드려 기도하는 박주영의 기도 세레모니는 티보잉처럼 유명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그 박주영이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이란 프로축구팀으로 팔려가게 되었다.

사우디란 나라가 어느 나란가?

석유자본으로 기름기가 질질 흐르는 부유한 산유국이요 대표적인 이슬람국가다.
그럼 박주영은 계속 기도하는 모습으로 골 세레모니를 할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사우디야 말로 앞서가는 중동의 선진국 소리를 들을만 하다.
그런데 아직은 모르겠다.

그의 기도 세레모니가 이슬람의 나라 운동장에서도 통하게 될지 여부는...

크리스천의 기도 세레모니만 좋다고 박수치고 무슬리의 기도세레모니는 덮어놓고 시비를 걸면서 '프레어 페날티'를 들이대다가는 밴댕이 속 같은 기독교라고 욕을 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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