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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웨슬리언 찬양제가 지난 주일 저녁 시온연합감리교회에서 열렸다.

연감에서 3교회, 기감에서 한 교회, 미주 성결교에서 2교회, 구세군교회와 미주 예성 목회자 중창단 등 12개 팀이 출연했다.

사회를 맡은 임정연 미주 기독교 방송 아나운서는 이날따라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에 땀과 씨름하는 청중들을 위해 청량 음료같은 조크도 준비해 왔다.

"여러분, '병든 자 여, 모두 내게 오라' 할때 내가 누구이게요?" 라고 물으니 청중들은 이구동성으로 "예수님!"이었다.

"네, 틀렸습니다. 엿장수였습니다." 

그러자 장중엔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며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무대에 올리 찬양들이 소개될때마다 우렁찬 격려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더위는 저리가라는 모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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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군 밴드팀의 나팔소리로 찬양제가 시작되어 '난타팀'의 북소리도 들려오고 남가주에서 잘한다고 소문난 웨슬리언 교회들의 찬양대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때마다 감동의 박수 갈채는 울렁차게 울려 퍼졌다.

그런데 이날 호스팅 교회인 시온교회 성가대가 앞에 나가 마지막 순서로 찬양을 부르려는 순간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세상이 깜깜해진것이다.
정전이었다.

음악회에 정전사태가 일어나다니!
참으로 난국이었다.

찬양제를 주관하는 나로서는 눈도 깜깜, 생각도 깜깜해졌다.

어떻게 수습할까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인것은 그 어둠속에서도 시온교회 찬양대는 계속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지휘자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계속 찬양을 이어갔다.

악보를 봐야 하는 반주자에게 누군가 달려갔다.

셀폰을 켜서 악보를 비췄다.

희미하나마 악보가 보였다.

관중석에서도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묵음으로 셋업을 해 놨던 셀폰을 꺼내들어 이미 손전등 기능을 앱으로 다운받아놓고 있던 셀폰전등을 켜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셀폰을 그냥 켜기만 해도 어둠속에서는 그런대로 손전등 구실을 하고 있었다.

서서히 찬양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동요됨이 없이 지휘자의 지휘도 계속되고 있었다.

차분하게 위기가 극복되는 순간이었다.

오히려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불빛을 보고 있자니 마치 촛불 예배를 드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저녁 거기 앉은 500여명의 웨슬리언들은 조금도 흩어짐이 없이 셀폰을 켜들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고상한 품위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 어둠속에서 결국 백경환 목사님의 지휘로 '코리언의 노래'를 부르고, 그 어둠속에서 한기형 목사님의 축도로 모든 순서를 은혜롭게 마치게 되었다.

얼마나 다행스러웠는가?

제일 마지막 순서, 그것도 호스팅교회 찬양대 순서에 전기가 나갔으니 이걸 보고 우리는 흔히 불행중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수많은 불행 중 다행을 경험하고 산다.

사실 불행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하고 불신하기도 한다.

그래서 하나님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불행중 다행이란 Reverse Mode에서 더욱 감동을 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제8회 웨슬리언 찬양제는 정전의 어둠속에서 폐회되었지만 영원히 기억에 남을 깜짝 이벤트로 피날레를 장식한 것이 다행이요, 위기 앞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대처하여 의연하게 연합을 경험한 것도 다행이요, 노래하는 것만으로 하나를 경험하는 것이 어려울 지라도 순간적인 난국에 모처럼 행동으로 하나된 모습이 더더욱 다행이었다.

그래서 이번 웨슬리언 찬양제의 정전 사건은 불행중 다행이 아니라 사실은 프로그램 마지막에 하나님이 끼워 넣으신 '특별순서'였다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말씀을 다시 마음속에 아로새기는 축제였다.

그래서 매년 찬양제를 준비할때 마다 "내가 왜 이고생을 하지!"란 푸념으로 시작하지만 끝나고 나면 그런 푸념을 감사로 '리셋' 시켜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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