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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라면은 몸에 안좋아, 안좋아” 하면서 라면 없이 못사는 것처럼 미국 사람들도 “햄버거는 몸에 안좋아 안좋아” 하면서 끝없이 먹어 대는게 햄버거다.


마켓 리서치 기관인 NPD에 따르면 지난 해 미국 레스토랑에서 팔려나간 버거가 무려 90억 개였다고 한다. 


미국 국민을 대략 3억으로 잡는다면 이 나라 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를 막론하고 1년에 평균 30개의 버거를 소비한 셈이다. 


햄버거란 말은 19세기부터 그라운드 비프로 만든 햄버그 스테이크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번 주 타임지는 현재 ‘버거 전쟁(Burger Wars)’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도날드와 세이크 셱, 버거킹과 파이브 가이즈 등이 치열한 입맛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이민인생 최초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은 시카고 링컨우드에 있는 맥도날드였다. 


LA로 이사오니 맥도날드는 ‘맥다방’이요, 칼스 주니어는 ‘별다방’이란 한인타운에서만 통용되는 은어도 익히게 되었다.


이민초기에는 맥도날드에 길들여져 있었지만 차츰 버거킹의 와퍼에게 슬그머니 끌리게 되더니만 요즘엔 파이브 가이즈(Five Guys)에게 입맛이 끌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백악관 근처 이 파이브 가이즈에 줄을 서서 사 먹은 햄버거로 알려지면서 ‘오바마도 좋아하는 햄버거’란 명성(?)을 얻고 서부지역에서도 점점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햄버거와 함께 푸짐하게 보따리(?)로 나오는 감자튀김은 껍질 채 썰어 나온다. 


맥다방에서 기름기가 철철 묻어나는 프렌치프라이와는 손맛이 다르다. 


땅콩기름으로 튀겨서 그런 모양이다. 


공짜도 있다. 


기다리면서 심심하지 말라고 심심풀이 땅콩을 무한정 준다. 


물론 가게 안에서만 먹고 싸가지고 나가지는 말라고 경고 싸인이 붙어 있다. 

많이 먹을 수 없도록 땅콩은 거의 소금 수준인 게 맘에 안든다.


그러나 파이브 가이즈 말고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햄버거는 따로 있다. 


바로 ‘인앤아웃 버거(In&Out Burger)'다. 


1948년 LA에 있는 볼드윈팍에서 해리와 에스더 스나이더 부부에 의해 탄생된 버거다. 


현재 캘리포니아, 유타, 아리조나 등 서부지역에 300개의 프랜차이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하는 직원은 18,000명에 이른다. 


냉동패티(patty, 둥글납작하게 다진 고기나 생선)가 아닌 신선한 냉장패티를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지만 주문즉시 생감자를 썰어서 만드는 프렌치프라이는 별미 수준이다. 


그러니까 햄버거의 왕자라던 맥도날드도 서부지역에선 ‘인앤아웃’에게 맥 못추고 밀려나는 신세다.


그러나 이 햄버거의 특징은 그것만이 아니다. 


바로 종이 컨테이너와 포장지에 성경구절을 새겨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콜라를 마시다 종이컵 밑바닥을 관찰하면 금방 눈에 들어온다. 


John 3:16. . . 요한복음 3장 16절이란 뜻이다. 본문은 없다. 성경이름과 장, 절 숫자만 적혀 있다.


버거와 치즈버거 포장지엔 Revelation 3:20, 직원 페이체크엔 Matthew 6:19, 그 유명한 밀크세익 컵에는 Proverb 3:5, 더블더블 햄버거의 포장지엔 Nahum 1:7, 직원들만 사용하는 종이 물컵에는 John 14:6 이란 숫자를 프린트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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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오너가 대놓고 ‘크리스천 고객 환영’이라고 했다가는 소송천국인 이 나라에서 차별 소송에 떠밀려 비즈니스가 망조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고객은 업소를 선택할 수 있다. 


이왕 같은 값이라면 종이컵이나 햄버거 포장지에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새겨 넣어 장사하는 집으로 가고 싶은 게 크리스천의 당연한 심정일 것이다. 


더구나 미 서부지역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이나 세계의 관광객들이 이 햄버거의 맛체험을 아주 중요한 관광목록에 넣을 만큼 맛이 뛰어날 경우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따위 유치한 수작으로 무슨 전도가 되겠냐고 거만하게 따지고 들 필요는 없다. 


그건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왕 같은 값이라면 크리스천 업소를 이용하자. 


교회생활을 이용하여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딱 질색이라고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의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교회를 100% 비즈니스 목적으로 출석하는게 아니라면 크리스천이 크리스천 업소를 이용해 주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팔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는가?


교회당에 나와서 자기 비즈니스 광고 하고 다니는 주책없는 사람들이 이제는 흔치도 않다. 

그만큼 성숙해진 탓이다.


그것보다는 인앤아웃버거처럼 누구에겐들 꿀릴 것 없이 내 믿음대로 장사하겠다는 신앙적 배짱이 두둑한 한인 비즈니스가 그리 많지 않다는데 서글픔이 있다.


혹시 비즈니스에 무슨 불이익을 당할까봐 업소에서는 예수의 ‘예’자도 꺼내놓지 않고 하나님과 무관한 척 장사하는 기독교인들을 보면 “저렇게 돈 벌어 어디 쓸려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저래가지고 돈이 벌릴까?”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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