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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 미국프로골프 PGA 투어에서는 캐디(Caddie)들의 반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캐디 82명이 PGA측에 5천만 달러를 내라는 집단소송을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이유는 나이키나 타이틀리스트 같은 스폰서 로고가 부착된 캐디빕(캐디가 입는 조끼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며 광고를 해 주건만 자신들에겐 돈 한 푼 안주고 PGA측이 독식한다는 주장이다. 

캐디빕으로 광고수익을 5천만 달러나 벌어들이는데 일전 한 푼도 분배 받지 못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고 자신들은 건강보험, 은퇴연금도 없어서 은퇴하고 나면 살 길이 막막하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었다.

이 소송에 PGA 투어측이 어떤 카드를 내 놓을지는 지켜봐야 되겠지만 캐디란 직업도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캐디 빕에는 광고 스폰서의 이름이나 로고 외에 자기의 이름이 아니라 자기가 모시는(?) 프로골퍼들의 이름을 등에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프의 골자도 모르는 사람이 골프채널을 보다가는 헷깔리기 십상이다. 

저 어린 소녀선수가 분명 리디아 고 선수 같은데 엉뚱한 사람이 그 이름을 등에 붙이고 다니는게 아닌가? 

그 엉뚱한 사람이 바로 캐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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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자기는 없고 자기 주인의 이름으로 사는 사람. . . .

캐디는 우선 프로선수들의 보조, 혹은 도우미를 넘어 선수의 샷뿐만 아니라 심리상태, 경기 데이터까지 꿰뚫어야 하는 코치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무거운 캐디백을 들고 다니는 골프장의 짐꾼이 아니라 선수 못지않은 프로정신, 투철한 직업의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선수가 연습라운드와 경기까지 1주일에 5일 정도 공을 치면 캐디는 보통 50파운드 나가는 캐디백을 어깨에 메고 졸졸 따라다녀야 하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선수와 자신의 우비, 우산, 각종 음료와 먹을거리까지 가방에 넣으면 순식간에 캐디백은 무거운 짐짝으로 변한다. 

그러니결코 보통 체력으로는 따라 잡을 수 없는 고된 직업이다.

그런 캐디에겐 금기사항도 많다. 

우선 대표적인 것이 선수가 친 공에 대해 조언을 하거나 충고를 하면 안 된다. 

그린을 공략하여 버디나 이글을 잡나낼 수 있도록 도와주되 어줍잖은 훈수는 금물.

이런 캐디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내가 조사한 바로는 주급은 평균 1000달러 수준. 

그런데 본격적인 수입은 선수의 성적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에 캐디들의 수입도 천차만별이다. 

즉 자기 선수가 우승을 하면 상금의 10%, 5위 안에 들면 7%, 컷을 통과하면 5%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선수가 컷 탈락이라도 하는 날에는 고작 주급 1천 달러가 전부다. 

그런데 숙박비, 식사비, 이동경비를 다 스스로 부담해야 하니까 남는 게 없다고 한다. 

그래서 골퍼들은 럭셔리 호텔에서 잠을 자도 캐디들은 싸구려 모텔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자캐디도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 때 그의 전 캐디 스티브 윌리암스는 연간 수입이 150만 불이 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모든 캐디들의 꿈은 자기와 함께 뛰는 골퍼가 PGA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다. 

사실 그 꿈이 어찌 캐디의 꿈만 이겠는가? 

당연히 선수들은 더 학수고대하며 한타 한타에 인생을 거는 모습으로 진지하게 골프공을 때리지 않는가?

내 인생에 캐디를 데리고 골프를 쳐 본 경험은 1회도 없다. 

그러나 골프채널을 보면서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골프장의 캐디처럼 나는 없고 그리스도의 이름을 등에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예수님의 캐디다. 

그 분은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망해도 좋다는 각오를 갖고 그 분을 위해 무거운 수고의 골프백도 마다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인생의 페어웨이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예수님의 캐디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해 놓고 내가 캐디가 아니라 엉뚱하게 예수님을 캐디로 밀어 넣고 딴전을 피우는 경우가 한 두 번인가? 

한두 번이 아니라 인생관을 그렇게 굳힌 사람도 허다하다. 
나부터가 그렇다. 

예수님의 캐디 빕에 자신의 이름을 더욱 크고 분명하게 새겨 넣은 채 더 많은 것을 탐하고, 더 높은 것을 즐거워하며, 더 우렁찬 박수갈채에 정신을 빼앗기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아닌가? 

교회세습, 비자금, 억대연봉, 성직매매, 금권선거 . . 그게 예수 그리스도의 캐디에게 어울리는 말인가? 

아니면 주객이 전도되어 탐욕의 도구로 주님을 이용하려는 주인 골퍼에게나 어울리는 말인가?

어느 캐디는 회고하기를 아무리 힘든 3D 업종도 캐디만큼은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3D 업종보다 더 힘든 캐디. . . 예수님의 캐디로 산다는 것도 어디 쉬운 일인가?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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